재정비상 말로만.. 추경부결 꼼수로 재편성 단도리
시민이 준 권한으로.. 혈세 낭비 없도록 최선 다해

익산시의회가 집행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상임위 심의과정에서 무려 94억원을 삭감했다. 재정비상체제를 내세우면서도 각종 홍보성·소모성 예산을 다수 편성하는 등 원칙과 기준이 없는 예산안을 바로잡기 위해 결연한 의지를 내보였다는 평가다.

그간 익산시의회가 상임위별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심의를 마친 결과, 총 8,968억원 중 94억원(1.05％)을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임위별로는 기획행정위원회(위원장 송호진)가 70건 48억5,700만원,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김충영)가 36건 28억5,800만원, 산업건설위원회(위원장 황호열)가 30건 17억원 등 총 136건의 예산을 삭감했다.

주요 삭감된 내역을 살펴보면 광역상수도 전환이나 시청 일부 북부권 이전 등 박경철 시장이 내건 공약사업들이 상당수 포함됐을 뿐만 아니라 업무추진비와 홍보담당관실 홍보성 예산이 각각 50% 가량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예산의 대폭 삭감의 원인은, 재정비상을 부르짖으며 불요불급한 예산을 절감하겠다고 천명했던 집행부의 입장과는 달리, 예산 총액 자체도 지난해에 비해 3.2%나 증액됐으며 홍보성·소모성 예산 또한 증액되고 이를 쪼개 숨기기 방식으로 편성한 것은 물론, 정작 삭감의 대상이 돼야 할 업무추진비 등은 오히려 증액되는 등 예산편성에 어려운 시 재정상황을 고려한 흔적이 보이지 않아 의회가 원칙과 기준을 바르게 세우기 위해 대대적으로 칼을 빼들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한 지난 추경에서 삭감됐던 시청사 북부권 이전 관련 예산과 광역상수도 전환을 위한 예산 등이 이후 공감대 형성을 위한 별다른 조치나 소통의 과정 없이 또다시 편성됐고, 대표적인 선심성 예산으로 분류되는 행사운영비를 지난해 대비 84.09%나 증액하고 고질적인 소모성 예산으로 지목돼 온 연구용역비를 125.71%나 증액한 것에 대해 의회가 바로잡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지역의 시민단체들이 연일 익산시 예산 편성의 분석해 보도자료를 내며 지적했던 예산들도 상당부분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삭감 내용을 상임위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기획위, “인내에 한계, 원칙과 기준 바로 세워야”

기획위의 내년도 예산안 심의 결과, 주요 삭감 내역은 ▲언론 및 방송매체를 통한 홍보 3억3,698만원 ▲KTX 홍보관 운영 7,000만원 ▲홍보실 다목적 승용차 구입 5,000만원 ▲비전수립지원 3,000만원 ▲주요시정현안 기획 홍보 및 공약이행평가단 4,020만원 ▲안전보도 관련 동영상 제작 및 전광판 이용 3,000만원 ▲국제안전도시 인증을 위한 기본조사 연구용역 1억5,000만원 ▲구 경찰서 철거비 6,000만원 ▲청사건립기금 13억원 ▲시 홈페이지 개편 3억원 ▲민간수탁(출연)기관 경영평가 위탁용역 6,000만원 ▲행정지원과 시책추진 업무추진비 1억960만원 ▲한국니트산업연구원 기술개발사업 1억5,000만원 ▲기업유치 이미지 광고 2,000만원 ▲전통시장 활성화 3,000만원 ▲문화재단 인건비·운영비 및 사업 지원 2억4,000만원 ▲시립교향악단 운영 9억4,727만원 ▲관광홍보물 제작 8,000만원 ▲이천년 역사고도 익산 홍보 3,000만원 ▲역사문화도시 조성 연구용역 1억원 ▲한류패션 유치 및 지원 5,500만원 ▲패션주얼리 공동 R&D센터 민간위탁금 1억2,100만원 ▲시장 기관운영 업무추진비 3,186만원 ▲부시장 기관운영 업무추진비 2,244만원 등이다.

이에 대해 송호진 위원장은 “특히 문제가 되는 홍보성 예산 같은 경우, 그간 수많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숨기기 방식으로 편성한 예산이 홍보실 예산보다 더 많고 신규 부분도 10건이 넘는다”면서 “이제 인내의 한계를 느끼며, 확실한 원칙과 기준에 따라 이를 바로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 보건위, “말로만 재정비상, 불요불급 과감히 삭감”

보건위의 내년도 예산안 심의 결과, 주요 삭감 내역은 ▲경로당 기능보강 4억원 ▲생활체육교실 동영상 제작 5,500만원 ▲영등시민공원 축구장 인조잔디 교체 4억9,000만원 ▲금마 실내게이트볼장 신축 2억4,500만원 ▲익산시 음식 맛자랑축제 3,000만원 ▲녹색 클린도시 조성 홍보 2,000만원 ▲재활용품 분리배출 홍보 2,400만원 ▲신재생자원센터 기술진단 대행 2억3,000만원 ▲신흥공원 정수장 산책로 조성 용역 및 공사비 4억원 ▲함열출장소 보수공사 3억4,000만원 등이다.

이에 대해 김충영 위원장은 “긴축재정이라면서 예산 총액 자체도 지난해보다 늘었을 뿐만 아니라, 주민생활과 밀접한 예산은 줄어든 반면 불요불급한데도 불구하고 집행부가 편성한 예산이 생각보다 많았다”면서 “특히 함열출장소 보수의 경우 세부예산 책정도 제대로 돼 있지 않고, 광역상수도 또한 아직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신흥정수장 공원 조성 관련 예산이 편성되는 등 지난 추경 때 부결됐던 예산이 꼼수로 다시 세워진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 산건위, “시민이 준 권한, 혈세 낭비되지 않도록”

산건위의 내년도 예산안 심의 결과, 주요 삭감 내역은 ▲KTX 선상역사 및 역세권 개발을 통한 새만금 배후도시 홍보 2400만원 ▲모현동 롯데슈퍼 옆 도로개설 1억원 ▲차량등록사업소 보수 및 리모델링 6억1500만원 ▲국가식품클러스터 기업유치·인터넷·지역신문·캠페인 홍보 1억2100만원 ▲수도정비기본계획 변경수립 용역 4억원 등이다.

이에 대해 황호열 위원장은 “누차 강조해 온 바대로 선심성·소모성 예산을 찾아내 바로잡기 위해 의원 모두가 노력했다”면서 “시민 여러분들이 준 권한을 가지고, 혈세가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한편, 상임위를 통과한 예산안은 오늘부터 시작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김용균)의 몫으로 넘어갔다. 예결위는 오늘부터 오는 18일까지 4일간 예산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