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합리화 이유로 그린벨트 완화.. 사실상 수도권 규제 없애겠다는 것 
산단 기업유치에 사활 건 익산 ‘발등에 불’.. 균형발전은 “안드로메다로”

정부는 지난 12일 ‘지역주도 맞춤형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이라는 이름의 경제정책을 발표했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선두에 나서 일명 ‘규제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각종 규제를 대폭 완화할 방침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박종열 익산시장 예비후보가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을 강력히 비판하며 지역 정치권을 비롯한 자치단체와 상공인들이 나서 반대 목소리를 높여줄 것을 촉구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그는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국민경제자문회의 현정택 부의장을 만나 강력히 재고해 줄 것을 요청하는 등 발 빠른 대처를 한 뒤, 익산시 경제발전을 위해 자치단체를 비롯한 정재계가 나서야 한다고 홀로 목청을 높였다.

이에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정부가 발표한 장밋빛 청사진에서 우려스러운 점이 속속 드러나면서 지역 곳곳에서 반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정부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과 문제점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 56개 지역행복생활권

기본적으로 3.12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은 기존의 중앙정부 주도가 추진하던 경제정책에서 탈피해 주민과 지자체가 주도하는 상향식·주민체감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국 각 지역을 56개 지역행복생활권이라는 이름으로 묶어 설정하고 해당 생활권에서 제시된 발전계획을 중앙에서 지원하는 방식이다. 56개 생활권은 다시 중추도시생활권(20개), 도농연계생활권(13개), 농어촌생활권(21개), 시범생활건(2개)으로 나뉘며 익산시는 전주, 군산, 김제, 완주와 함께 전북권 중추도시생활권에 속해 있다.

하지만 1백4십만명의 대도시 규모의 환황해권 경제 거점이라는 포장을 벗기면 구체적인 계획이나 대책은 찾을 수 없는 ‘허무개그’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현재 제시된 제안사업 마저도 전북지역 4개 생활권 143건인데 사업 숫자 면에서도 최하위권이며 뚜렷한 경제 활성화 대책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없다. 예시된 주요 제안사업을 보면 그러한 우려가 더욱 뚜렷하다.

현재 전주, 군산, 익산, 김제, 완주가 속해 있는 전북지역 중추도시생활권에서 예시된 사업을 보면 ‘韓 스타일 K-Culture 연계 사업’, ‘희망드림 새일 프로젝트(여성일자리)’, ‘교통약자 특별교통수단 광역이동지원센터 설치운영’인데 무엇 하나 구체적인 사업계획도 아닐뿐더러 이미 진행되던 사업이나 복지강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원초적으로 왜 다섯 도시가 어떤 문화와 지역적 공감으로 같은 생활권으로 묶여야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없었던 ‘작품’에 불과하며 지역행복생활권이라는 말로 그럴싸하게 포장됐을 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수도권도 지역에 포함

‘3.12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은 제목에서부터 지역경제, 즉 지방경제 활성화 방안으로 이해하기 쉽지만 엄밀히 말해 경기도 동북부권을 비롯한 수도권을 포함하고 있으며, 특히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성장관리권역으로 분류된 지역도 다수 포함된 방안이다.

이번 대책으로 발표된 56개 생활권 중에는 시범생활권으로 서울 4개 구(도봉, 노원, 강북, 성북)와 의정부, 남양주, 양주를 합한 권역이 지정돼 있으며 인천과 부천도 시범생활권으로 묶였다. 또한 도농연계생활권으로도 평택과 안성, 광주와 이천 등 5개 지역 등이 생활권으로 묶여 경기 남부와 동북부권이 포함됐다.

이에 이번 경제 활성화 대책의 중심 기조인 ‘규제개혁’이 결과적으로 수도권 규제완화를 위한 것이며 나머지 대책은 허울 좋은 눈가림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그린벨트 규제 완화

실제 이번 대책의 세부 추진계획의 첫 번째가 ‘규제완화와 제도 개선’인데 주요 내용은 그린벨트의 규제 완화다.

정부는 오는 6월 예정으로 개발제한구역(GB) 내 주거용도로 제한된 지역에 상가와 공장을 지을 수 있도록 변경을 허용할 계획이며 임대주택용지도 분양주택용지로 변경을 허용하기로 했다. 또한 해제지역 내에는 민간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민간출자비율 확대와 민간 대행개발도 허용하는 등 각종 혜택을 부여하기로 방침을 정해 놓았다.

이 같은 정부의 방침은 사실상 수도권 규제 완화에 그 목적이 쏠려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규제완화가 적용되는 지역도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지역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수도권으로 기업이 몰리는 현상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으며 그동안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기업분산 유도 등의 각종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박종열 익산시장 예비후보는 “이미 충청도 쪽에서는 사활을 걸고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으로 알고 있다”며 “익산시도 기업이 들어와야 할 산업단지가 많기 때문에 수도권 규제완화를 목숨을 걸어서라도 막아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 “지방 규제완화 먼저”

정부의 대책이 발표된 이후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한 반발이 일어났다. 충청도와 강원도 지역을 중심으로한 시도지사 및 국회의원은 지난 25일 지역균형발전협의회를 구성해 국회의원회관에서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정책의 문제점 분석 및 비수도권의 대응방안’에 관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정부가 발표하는 ‘투자 활성화’는 결국 ‘수도권 투자활성화’라는 말이며 ‘규제 개혁’도 ‘수도권 규제완화’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날 토론회는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면 비수도권에 먼저 적용해 지방의 규제를 먼저 완화한 다음 수도권으로 이어지도록 해 지역균형발전을 담보할 수 있는 단계적 방법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박종열 예비후보는 “산단을 조성해놓고 기업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익산시도 상공인을 비롯해 지자체와 정계가 모두 나서 한 목소리로 수도권 규제완화를 외쳐야 할 때”라며 “뜻을 같이하는 분들과 함께 막아내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