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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선거 무공천 ‘후폭풍’ 분다

▲ 새정치연합, 명분·신뢰 얻는 한편 후보단일화 부담 발생 뻔해

민주당, 공약 및 당론 파기 악재 속 현실적인 이득 선택할 듯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기초선거 무공천 선언을 하자 그 후폭풍이 익산 지역 정계를 강타하고 있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새정치연합 측 후보로 나설 예정이던 후보자들은 당장 무소속 출마라는 변수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으며, 익산시장 후보 등 여러 입지자들이 나선 지역구에서는 후보단일화라는 큰 걸림돌이 발생해 당황하고 있는 기색이 역력하다.

또한 공천제유지로 가닥을 잡고 있던 민주당 측도 새정치연합의 이 같은 입장에 따라 상대적으로 약속을 파기했다는 이미지를 얻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이러한 영향이 민주당에 어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는 눈치다.

지난달 24일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3월말 창당 예정인 새정치연합에서는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기초선거(시장 및 시의원) 후보자를 무공천으로 치르겠다고 공식 선언하자 지역 내 새정치연합 측 입지자들은 혼란스러운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민주당의 당론으로 거의 기정사실화 됐던 기초선거 공천제폐지가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반대에 부딪혀 사실상 공천제유지로 선회하고 있는 가운데 이날 안철수 의원의 ‘나홀로 무공천’ 선언은 예상 밖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신당에 대한 기대감이 크고 지지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익산 지역에서는 그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몇몇 입지자들과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지지선언을 발표하며 환영하고 있지만 이미 새정치연합 측 후보로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후보들은 더 이상 신당에 기댈 수 없게 돼 대책 마련을 서두르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새정치연합을 내세우며 익산시장 후보로 출마를 선언한 입지자는 총 5명. 지난달 28일을 기준으로 전북도의회 배승철 부의장과 정헌율 전 전북부지사, 배병옥 전 정동영대선특보, 익산시의회 박종열 의원과 양승일 변호사가 예비후보자로 등록을 마쳤다.

아직 창당 전인 상황이기 때문에 무소속으로 등록한 상황이지만 3월말 새정치연합이 창당되면 이들 모두 신당에 가담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안철수 의원의 무공천 선언은 이들의 선택지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무공천’ 원칙에 따라 당내 경선도 없을뿐더러 정당후보를 내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무소속 출마를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신당 가담이 무의미해졌다. 공직선거법 제52조는 정당소속인 상태에서 무소속 출마를 금하고 있기 때문에 출마를 위해서는 후보자 등록일 하루 전인 5월 14일까지는 소속 정당에서 탈당해야만 한다.

이와 더불어 당 차원의 공정한 경선 룰 없이 후보 단일화라는 또 하나의 산을 넘어야 하는 과제도 새정치연합 측 후보들의 풀기 어려운 숙제로 떠올랐다.

각기 배수의 진을 친 5명의 후보가 단일화를 이룰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어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만약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무소속 후보난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져 결과적으로 민주당 후보에 유리하거나 어부지리를 얻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배승철 예비후보는 “소식을 듣고 놀라기도 했지만 새정치라는 길의 첫 걸음을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으로 시작하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며 “결국 무소속으로 출마한다면 후보단일화가 필수일 수밖에 없으며 아름다운 단일화를 이뤄내 시민들의 지지를 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안철수 의원의 무공천 선언에 지역 내 민주당은 셈법 계산에 바쁜 분위기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27일 안 의원과 만나 공천제 폐지 관련 논의를 나눴지만 민주당으로서는 수천 명의 후보자 탈당 문제를 비롯해 세력기반 약화, 선거 패배라는 풀기 어려운 숙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에 무공천이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반대 때문이라고는 해도 전당원 투표를 통해 당론으로까지 정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책임이 가장 아프게 됐다. 더구나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이 높게 나타나는 익산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불신의 이미지가 덧씌워진다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와 반면에 새정치연합의 무공천이 현실적으로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안철수’와 ‘새정치’라는 지원을 받지 못하면 군소 무소속 후보의 난립과 민주당 후보의 대결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강세인 민주당에 유리한 선거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 이춘석 의원은 “공천제 폐지 없이 무공천을 하면 선거에 출마할 수천 명의 당원을 강제로 탈당시켜야 하는 문제가 생기며 이 또한 공천제 폐지라는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대신 기득권을 내려놓는 혁신적인 공천안으로 애초 취지를 획득하고 시민들에게 책임을 다하는 것이 국민들이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