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를 염두에 둔 입지자들이 앞 다퉈 책을 발간하고 출판기념회를 열고 있다. 2월 들어 매주 출판기념회가 열리는가 하면 타 후보와 시간이 겹치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정치인들의 이 같은 행보는 출판기념회가 선거를 앞두고 인지도를 대폭 끌어올릴 수 있으며 합법적으로 선거자금을 모을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고 있기 때문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여러 정치인들의 책 발간이 몰리면서 이같은 사실상의 선거운동에 대한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출판기념회에 참석해도 책에 대한 심도 깊은 이야기 대신 치적 홍보와 인사치레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평소엔 책을 내지 않다가 선거를 앞두고는 봇물 터지듯이 서로 책을 발간하는 정치풍토가 오히려 출판기념회의 본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올해 들어 익산지역에서는 총 4명의 입지자들이 출판기념회를 열었고 앞으로도 줄을 이을 예정이다.

먼저 지난 1월 4일 성하건설 정기정 대표가 자서전 ‘나는 그대에게 꿈이 되렵니다’ 발간을 기념하는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정 대표는 현재 제4선거구 도의원 출마자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이다.

그 다음으로는 1월 11일 3선 도전이 유력한 이한수 시장이 민선 4·5기 경험과 익산의 비전을 담은 ‘키다리 아저씨’를 내며 출판기념회를 열어 5천여 명 이상이 참석하는 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이후 2월에 들어서는 출판기념회가 더욱 몰리고 있다. 2월 8일에는 새정치신당 측에서 도의원 제4선거구로 출마 예정인 김형화 전 시의원이 에세이집 ‘늦게 핀 호박 꽃’의 출판기념회를 열었으며 15일에는 이미 익산시장 출마를 선언한 전라북도의회 배승철 부의장이 ‘배승철, 새익산을 설계하다’라는 책 발간을 기념하는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특히 15일에는 전라북도지사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조배숙 전 국회의원과 전정희 의원의 비서관 출신으로 시의원 출마를 선언한 도현신 씨도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또 오는 22일에는 익산시장에 출마를 선언한 배병옥 전 정동영 대선특보와 박춘원 민주당 익산(갑)지역운영위원회 생활정치위원장의 출판기념회가 열릴 예정이며 3월 1일에는 정헌율 전 전북부지사의 출판기념회도 예정돼 있다.

이렇게 출판기념회가 줄을 잇자 지역 일각에서는 선거를 나가기 위해서는 책 발간이 필수라는 얘기도 흘러나오는 형편이다. 무상으로 제공할 수도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선거자금도 모을 수 있어 1석 2조의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한 시민은 “매주 출판기념회에 초대돼 참석하고 있지만 순수한 책에 대한 관심보다 다른 쪽에 관심이 더 큰 것 같아 씁쓸하다”며 “초대된 것이 아니라 동원됐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로 번잡한 출판기념회 일색이다”고 쓴소리를 토해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