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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 조규옥 회장, 고향서 협잡꾼으로 만드니

▲ “익산공장 철수하겠다” 파문

사자후를 토하는 ‘회장님?’ 전방(주) 조규옥 회장이 익산시청 회의실에서 시의원들의 자질문제에 대해 엄중히 훈계(?)하고 있다.

익산시 방문해 일갈.. 시장·의장 “죄송, 재검토를” 읍소

시의원, 무릎 꿇고 사죄.. “명예회복 시켜드리겠다” 다짐

국내 굴지의 섬유업체 전방(주) 조규옥 회장이 지난 1일 익산공장 철수의사를 밝혀 파장이 적지 않다. 전방은 익산시 일반산업단지에 이미 1차공장을 완료하고 이달 중순 시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그는 이날 오전 2층 회의실에서 이한수 시장과 김대오 의장 및 10여명의 의원들, 언론인, 관계 공무원, 조 회장의 친구, 전방 일부 간부직원과 임원 등이 참석해 열린 간담회에서 고향인 익산에서 자신을 협잡꾼으로 만들고 익산시로부터 특혜를 받은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며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2층 회의실로 올라가는 복도와 시청 정문 주변에는 전방에서 1차공장 직원으로 채용한 익산지역 주민 수십여 명과 광주 등 여러 공장에서 버스를 타고 올라온 노조원과 직원 300명이 운집해 있었다.

이한수 시장과 김대오 의장은 거듭 잘못을 사과하며 재검토를 요청했고, 의회에서 가장 연장자인 S시의원은 조 회장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손문선 의원이 지난달 시정질문에서 익산시가 전방에 전례 없는 특혜를 줬으며, 공장 용지 매입비는 익산시와 전라북도가 대납해주는 꼴이 됐다고 발언한 데 따른 것이다.

손 의원은 전방이 토지대금을 한 푼도 납부하지 않고 공장을 신축하는 것은 익산시가 토지분양규정과 관련조례를 어기면서 토지사용을 승인했기 때문이라며 이는 다른 기업에는 베풀지 않았던 특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익산시가 전방에 공장용지로 사용승인해준 부지 면적은 17만8천여㎡이고, 분양가로는 221억원인데, 전라북도와 익산시가 전방에 지급하는 기업이전 및 투자유치 보조금 200억원을 받아 토지분양대금과 상계처리한다는 것은 잘못됐다고 강조하면서 산업단지 부지는 공유재산인 만큼 최소한 시의회의 동의를 얻었어야 했다고 밝혔었다.

그러자 지역방송과 언론이 이를 주요 기사로 다루면서 전방 조규옥 회장의 심기를 상하게 한 것이다.

조 회장은 “한낱 미물에 지나지 않는 여우도 죽을 때는 태어난 방향에 머리를 두고 죽는다고 한다”고 운을 뗀 뒤 고향(익산시 오산면) 친구들과 이한수 시장, 이춘석·조배숙 당시 국회의원 등의 간곡한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고 익산공장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시정질문 내용이 지역방송에 3일에 걸쳐 열두 번 방송되고, 전방이 특혜를 받은 것처럼 쓴 신문이 길거리에 뿌려져 있었다고 말한 조 회장은 “익산시에서 전방에 무슨 수혜를 줬단 말이냐”고 반문 한 뒤 “고향에서 그런 비열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남기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으며, 여러분들이 더럽고 아니꼬와 저희들은 철수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그는 특히 “내 인생의 마무리를여기서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구차한 협잡꾼 같은 기업인으로 만들어 나를 내쫓느냐”면서 “당신들, 뭘 아시오. 당신 지금 대한민국 시의원 맞아요”라고 시의원들에게 호통을 쳤다.

조 회장은 또 “제 능력의 한계로 실패하는 것은 견딜 수 있지만, 비겁한 기업인은 되고 싶지 않다”며 “나한테 무슨 특혜를 줬나. 당신네들 나한테 무슨 수혜를 줬어요”라고 이 시장에게 따졌다.

그러면서 조 회장은 최근 익산의 한 식당에서 밥을 먹었던 일화를 소개하며 식당주인이 다가와서 “익산시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시의원이라는 것들이 왜 이렇게 시장을 볶아먹는데?”라고 얘기를 했다며 손문선 의원을 향해 “(식당 주인의 말을)직설적으로 전달합니다. 그 자식, 익산시를 위해 발언한 것이 아니고 텔레비전에 뜨고 싶어서 그랬다, 그것이 익산시민의 평가였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얘기를 듣고자 여기에 온 것이 아니고 이왕 떠나가는 마당에 너무 분통이 터지고 직원들을 설득할 명분이 없어 여기에 왔다”며 “내가 익산을 떠나는 순간부터 저와 적이 된다”고 말했다.

신문방송 보도와 관련해서는 “언론들, 그렇게 할 일이 없어요?”라고 일갈했다.

이한수 시장은 “익산에서는 아마 기업유치를 처음 해보는 것 같다. 경험이 없다”면서 “이 자리에는 익산시민이 함께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이 기회에 저희들이 스스로를 성찰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다 반성하고 있다”고 조 회장의 노여움을 풀기 위해 애썼다.

이날 항의차 익산시를 방문한 전방의 한 직원은 “회장님, 왜 이러고 계십니까. 철수를 하셔야죠. 왜 여기 오셔서 모욕을 당합니까”라며 공장 철수를 간곡히 건의했다.

계단과 복도에 있던 전방 직원들은 회의실 밖에서 “손문선 나와라. 손문선 누구냐”를 연이어 외쳤다.

조 회장은 시의원들을 향해 “익산시민들한테 얼굴 좀 잘 보이려고 그렇게 떠드는 것 아니냐”며 “내가 볼 때 여러분들은 자질이 그것 밖에 안 된다. 그런 식으로 하면서 어떻게 가슴에 빼지를 달고 있느냐. 부끄럽지 않느냐”고 충고했다.

시의회 성신용 운영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이런 모습으로 뵙게 돼 죄송하다”며 “회장님, 좀 더 고민하시고 고향을 버리지 마십시오”라고 말했다.

이 시장도 “회장님, 실망하지 마시고 용서해주시고 저희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을 것을 느꼈습니다. 잘 할 수 있습니다”며 조 회장을 애써 달랬다.

김대오 의장은 “회장님이 의장인 나보다도 익산을 사랑하시는 것에 대해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싶다”며 눈물을 글썽인 뒤 “이렇게 익산에 대해 애착이 큰 분에게 정말 잘못했구나, 감정이 북받쳐 울고 싶고 시의원들이 회장님의 명예를 회복시켜드리겠습니다”라고 조 회장을 위로했다.

시의원 중 연장자인 S의원은 무릎을 꿇고 조 회장이 마음을 풀 것을 호소했다.

이 시장은 면담이 끝난 후 “잠시 냉각기를 가져볼 것을 제안했다”고 말했지만, 전방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여 결과가 주목된다.

한편, 이날 익산시청 정문과 후문은 평소 주민집회 때와는 달리 열려 있었고, 손문선 의원은 "전방에 취직한 주부사원들을 외면할 수 없어 조 회장과 직원들에게 사과를 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