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시민단체가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특정 목적의 도구 됐다”
피해를 주장하는 주요 당사자는 승진 탈락에 불만 품은 간부직원

익산시 문화관광재단(이하, 재단)의 내홍이 장외로 나오면서 지역 여론이 분열됐다. “재단 대표이사로부터 성희롱과 갑질 피해를 받았다”는 직원들의 주장을 노동부에서 인용한 데 따라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대표이사를 해임해야 한다는 요구가 그 하나다. 또 하나는 당사자가 성희롱과 갑질 사실을 부인했으나 일방의 주장을 노동부가 인용했고 그 인용 내용도 오해의 소지가 큰 것들이어서 평가의 대상인데, 내용을 침소봉대해 비판하면서 재단 이사회의 징계 결정이 가볍다고 비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대다수의 재단 직원들은 내홍의 발단이 특정인의 인사 불만에서 비롯했다는 사실을 주목해달라고 요청한다. 또 지역의 특정 시민단체와 일부 언론이 ‘성희롱’이나 ‘갑질’ 같은 자극적인 단어만을 앞세운 채 사실을 확인하지 않거나 구체성을 배제하는 것은 심각한 병폐라는 여론이다. 그것은 사실을 평가할 기준(내용)도 없이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시민 정서를 자극하는 것으로 악의적 목적의 도구가 되는 것이며,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것과 같아 당사자뿐 아니라 지역사회에 회복 불능의 해악을 끼친다는 목소리다. 소통신문은 노동부가 인용한 개별 사안들을 낱낱이 밝혀 이 사안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와 판단을 돕고자 한다. <편집자 주>

사건의 전모

지난해 9월 말 국민권익위 등 여러 정부 관계기관에 재단 대표이사가 성적 수치심을 주는 행위, 갑질 행위 등을 했다는 내용이 담긴 익명의 진정서가 접수됐다. 재단의 구성원들은 특정 팀장과 팀원들을 고발자로 지목했다. 해당 부서 팀장은 자신이 부장 승진 인사에서 탈락하자 대표이사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토로했고, 진정 내용 중 주요 사안들을 이미 문제 삼았던 바 있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월 14일 조사 결과(시정지시 및 개선지도)를 익산시 문화관광재단에 통보했다. 재단 대표이사(60세, 남성)가 남자 직원 A에게 카톡으로 메시지를 보내고, 역시 A에게 N번방 관련 발언을 하고, 남자 직원 C의 귓불을 만진 것은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피해 주장을 인용한 결과였다.

고용노동부는 또 위 A에 대한 카톡 메시지 관련 사항과 N번방 발언, 담배꽁초 발언에 대해 ‘직장 내 갑질’이라는 피해 주장을 인용했다. 그러나 재단 대표이사는 이 같은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재단 대표이사에 따르면 그는 고용노동부 조사과정에서 고발자들의 ‘성희롱’과 ‘갑질’ 피해 주장에 대해, “대부분 왜곡되고 조작되었으며 허위사실이다”고 소명했다.

먼저 성희롱과 갑질에 해당한다는 ‘카톡 메시지’ 내용은 “오지마라! 한라산 살어리라랐다. 익산은 백제후예들인 익산문화재단이 새로운 부흥을 이끌어 가렸다 제주살이 행복을 기도하리라” “당신이 선물한 마음의 상처는 저 눈처럼 녹지는 않지만 그래도 지금은 행복해요”이다.

대표이사는 이에 대해 “메시지를 받은 A는 지인들끼리 제주도에 여행을 갔다가 폭설로 발이 묶였다. 나는 재단의 같은 팀 직원 Y로부터 그러한 보고를 받았고, Y가 ‘지금 카톡으로 팀장(A)님과 대화 중인데 하실 말씀 있으시냐’며 전화기를 내밀어, 늦어도 괜찮으니 재단은 걱정하지 말고 편히 있다가 오라는 취지였고 폭설에 묶였다 해 눈을 연상하며 건넨 화기애애한 농담이었다. Y도 그 아래에 ‘대표님 장난인 거 아시죠?’라고 적었었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는 A의 “내 와이프가 보면 여자가 보낸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는 주장을 인용한 것이다.

다음 성희롱과 갑질에 해당한다는 N번방 관련 발언 내용은 대표이사가 A에게 “N번방 회원이 아니에요?”라고 농담을 했다는 것이다.

대표이사는 이에 대해 “당시에는 N번방 사건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이슈였고, 당시 나와 재단 직원들이 찾은 식당의 텔레비전 뉴스에 N번방 사건이 도배되고 있었다. 순간 나는 직원들과 함께 웃어볼 생각으로 A에게 농담을 던진 것이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는 A의 “사람들 앞에서 수치심을 느꼈으며 기분이 나빴다”는 주장을 인용한 것이다.

또 ‘성희롱’과 ‘갑질’에 해당한다는 귓불 터치 내용은, 대표이사가 사무실에서 C의 귓불을 여러 차례 만졌고, C가 4-5월에 있었던 대표이사와의 면담 시간에 “기분 나쁘니 만지지 말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고 했다는 것이다.

대표이사는 이에 대해 “내가 귓불을 만진 사람은 B였고, B는 내가 아버지 같아서 친밀감의 표현으로 받아들였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A는 제3자 임에도 불구하고 진정서를 제출하기 훨씬 전에 내가 B의 귓불을 만지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공개 사과를 요구했고, 그게 오해를 살 수도 있는 행동이었던 점에 대해 공개 사과를 한 바도 있다. 그런데 난데없이 C가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사무실은 팀 간의 가림막이 없어 내가 C의 귓불을 수차례나 만졌다면 누구라도 봤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실이 없고, 나는 C를 4-5월 기간에 여러 차례 면담한 적이 없고 6월 5일 딱 한 차례 면담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대표이사는 면담 기록부도 제출했다.

‘갑질’에 해당한다는 담배꽁초 발언 내용은, 대표이사가 2020년 4월 초순경 재단 사무실 주변에 떨어져 있던 립스틱이 묻은 담배꽁초를 주워 “이거 D가 버린 거 아니야?”라며 모욕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표이사는 “나는 청결을 중시해 재단 주변의 정화작업을 꾸준히 했고, 무인발권기 뒤편에 수북이 쌓이던 담배꽁초는 재단 건물 옆에 사는 사람이 야밤에 던지는 것으로 2019년 여름에 잠정 결론을 내렸다. 재단 직원이 확인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또한 나는 재단 여직원 중 누가 담배를 피우는지 전혀 몰랐기 때문에 누구를 의심하거나 물어봐야 할 이유가 없었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는 D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했다.

또 ‘갑질’에 해당한다는 내용은, ‘참고인 명의의 SNS를 사용하여 진정인들의 단체 카카오톡 메시지 방에 메시지를 작성하기 위해 SNS에 접속된 전자기기의 사용을 강요한 행위’이다.

이에 대해 대표이사는 “폭설로 제주도에 묶인 A와 단톡방에서 대화를 나눈 것은 재단 직원 Y가 한 말씀 하라고 전화기를 건네서 했던 것이다. 심지어 Y는 자신의 PC에서 카톡을 연결해 ‘하실 말씀 있으시면 워드로 대신 쳐드릴까요?’라고 물어보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는 앞뒤 대화 내용을 삭제한 카톡 내용을 제출받고, Y의 허위진술을 그대로 인용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 조사에 동석한 Z 노무사에 따르면, 사건을 조사하던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은 대표이사에게 “(단톡방의 대화내용 중) 삭제된 문장이 있는데 뭔지 아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깜짝 놀랐습니다”

조사과정 전반에 참여했던 Z 노무사는 고용노동부는 왜 피해를 주장하는 쪽 일방에 기울어진 결과를 냈느냐는 질문에 “고용노동부의 조사 결과는 객관적 자료에 의한 입증이나 근거가 없어도 피해자의 주관적 의사가 좌우한다. 피해 주장이 폭넓게 인정되는 것이다”며 “그러나 노동부 조사 결과에 불복하는 재심 신청 제도는 없어서 처분을 받은 쪽에서는 더 이상 다툴 수 없다” 설명했다.

그는 또 “직장 내 성희롱이나 갑질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 부적절한 행위로 보는 것이지 범죄로 보지 않는 것이다. 피해 진술을 폭넓게 인용해주는 것은 그 때문이다”며 “이번 사건을 접하면서 최근 사회적 추세를 절감했다. 직장내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굉장히 조심해야 한다. 무슨 일이 생길 때 대화보다는 그때그때 규정대로 처리할수 밖에 없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이를테면 이번 익산문화관광재단 사건에서 ‘N번방 발언’이 피해 사실로 인정된 점에 깜짝 놀랐다. 나는 그렇게까지 피해 주장을 폭넓게 인용할 줄 몰랐다. 특히 이번 고용노동부의 결정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았다. 성희롱은 ‘남자가 여자한테’라는 일반적인 인식 탓에 이번 사건이 지역사회에서 필요 이상으로 이슈화한 것이다”고 안타까워 했다.

대표이사에 대한 징계에 참여했던 재단의 M이사는 징계가 경징계인 ‘견책’으로 의결된 데 대해 “노동부가 인용한 개별 사안들을 보면, 대표이사의 성희롱이라는 게 남자와 남자 사이에 일어난 일들이었다. 대표이사의 관련 행위가 모두 사실이라고 가정하더라도 그 행위는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기분이 나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갑질 역시 마찬가지다. 대표이사에 대한 징계 의결에 참여한 12명의 재단 이사들 가운데 8명이 ‘견책’에 찬성한 것은 그와 같은 정서가 반영된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또 N 이사는 “재단 이사 중 지역예술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수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대표이사에 대한 정직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직원들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기분을 인용한 것이었다. 고용노동부의 처분에 따라 재발방지계획을 수립하고 교육을 이수하는 정도로도 충분히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평가였다”고 설명했다.

O 이사는 “익산 참여연대가 성희롱의 실체를 파악하지 않은 채 ‘성희롱’이라는 단어를 전면에 내세워 재단 이사회의 징계 의결 결과를 비난하고 대표 사퇴 등을 운운했다면 그것은 무책임할 뿐 아니라 범죄행위다. 그것은 참여연대가 ‘성희롱’이라는 단어를 앞세운 나머지, ‘성 정체성이 뚜렷한 남성인 재단 대표가 같은 남자 직원에게 던진 농담이나 행위를 고용노동부는 ‘성희롱’으로 인용했다‘는 사실을 설명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비판했다.

“부끄럽고 창피하다”

익산 참여연대는 재단 대표이사의 사퇴를 요구하고, 대표이사에 대한 ‘정직’을 결정하지 않은 재단 이사회를 비난했다. 또 정헌율 시장의 책임을 추궁했다. 그러나 이 단체는 이례적으로 같은 사안에 대한 성명을 3차에 걸쳐 발표하면서도 해당 사안의 객관적 사실을 확인하지 않았다.

지난 22일 익산 참여연대 황인철 시민사업국장은 “언론 보도와 피해자들의 말을 듣고 성명을 작성·배포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언론 보도나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말을 진실이라고 믿을 수 없다. 기자가 사실을 확인하지 않은 채 기사를 쓸 수 있고,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없는 사실을 만들고 피해를 부풀려 가짜 정보를 제공할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더구나 익산 참여연대의 성명 발표에 앞선 언론 보도 어디에도 재단 대표이사의 사퇴를 종용하거나 직무를 정지시켜야 한다는 논거나 논평은 없었다.

익산 참여연대 황인철 시민사업국장은 재단 대표이사와 관련한 ‘성희롱’의 실체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도 역시 “피해자들에게 들었다”고 답했다.

해당 사안의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처분청인 고용노동부나 처분 당사자인 익산 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에게 확인했어야 한다. 이 같은 사실 확인 과정 없는 임의적 논거를 세워 재단 대표이사의 사퇴를 요구하고, 대표이사에 대한 ‘정직’을 결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단 이사회를 비난하고, 정헌율 시장의 책임을 추궁했다면 허위사실을 공표해 다수의 명예를 훼손한 형사책임을 면키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의 평가다.

이에 대해 최근 문화재단의 지근거리에서 이번 파동을 심각하게 바라보는 한 뜻있는 시민은 “사실을 객관적으로 파악하지 않고 성명을 발표하는 지역 시민사회단체 때문에 부끄럽고, 사실을 확인하지 않은 채 그 성명을 받아쓰는 언론 때문에도 창피하다”며 “문화재단 파동의 진원은 부장으로 승진을 시켜주지 않는 것에 불만을 품은 재단 직원 A다. 그와 같은 사실을 대부분의 재단 직원들이 알고 있다. A는 지역예술인이고 한 때 정치 주변부에서 활동하기도 했는데, 그런 인연으로 A와 친소관계에 있는 특정 지역 언론사의 대표가 재단 대표에게 A의 승진을 종용한 사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손바닥만 한 지역의 사람들이 한 지역 사람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한통속이 되어 외지인을 흔드는 고질적인 병폐다”고 한탄했다.

그는 또 “시민사회단체나 언론사의 경우 재단에 대두된 문제를 다룰 때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하는 쪽이 편할 것이다. 사안을 부풀려 인기에 영합하는 쪽에 이익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균형을 잃어서는 안 된다. 특정한 목적의 도구로 이용 되어서는 더욱 안된다. 그러나 그러한 본분을 망각한 것 같아서 요즘 너무나 불편하다. 몰락하는 도시의 단면인 것만 같아 서글프다”고 토로했다.

공인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