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은 인권 변호사와 재야 사회운동가 시절, 제도권정치 입성, 대통령재임과 퇴임 이후 까지 자신의 이상을 실현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노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균형발전, 권위주의 청산과 소통의 민주주의 실현, 남북 상생협력과 한미동등 발전 등 다양한 화두를 제시했다.
이와 관련 일부는 입법화를 거쳐 성과를 내기도 했으나 논란만 불러일으킨 뒤 실현되지 않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제시한 화두들은 우리가 언제든 실현돼야 할 과제가 되었다 할 것이다.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균형발전
노 전 대통령은 영호남을 양분하는 정치현실을 바꾸자는 것으로 선거법 개정을 통한 지역주의 극복을 추진하였다.
2003년, 2005년 두 차례 국정연설에서 노 전 대통령은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에서 3분의 2 이상 의석을 독차지할 수 없도록 선거법을 개정해 달라" 했고 "이런 제안이 내년 총선에서 현실화되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정당 또는 정치연합에 내각의 구성 권한을 이양하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현재 소선거구제를 개편해 줄 것을 호소했다.
이는 현행 선거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지역주의가 극복될 수 없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이러한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노력들은 국내 정치현실 속에서 결실을 보지 못했다. 선거법도 개정되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은 지역균형발전을 기치로 걸고 행정중심복합도시, 기업도시,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탈 수도권 정책을 폈다. 충남권으로의 수도(행정)이전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무산되었다가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추진되었으며 행정기관의 지방이전 사업으로 혁신도시가 추진되고, 민간 기업이 투자하는 기업도시의 추진은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연계 경제권 확대라는 목표 아래 추진되었다.
그리고 낙후지역 지원, 지역의 기술혁신, 지방대학 육성책, 균형발전특별회계 신설, 국가균형발전5개년계획 등 균형발전 정책들은 역대 대통령들의 정책과는 차원이 다른 획기적인 것이었다. 이런 지방화에 대한 관심은 동북아의 중심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지역도시를 육성해 세계와 경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수도권 규제완화와 기업도시 혁신도시의 제도적 지원 미비로 제대로 된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권위주의 청산과 소통의 민주주의 실현
노 전 대통령은 한국 정치에 뿌리박힌 권위주의를 깨려했다.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 올라가서도 ‘제왕적 대통령제’를 청산하려 했고, 갖가지 개혁적 정치 실험을 했다. 권위주의나 카리스마에 기반 했던 예전 대통령들과 달리 '자발적 대중정치'를 통해 소통의 민주주의를 실현하려 했다.
노 전 대통령은 "한국의 민주주의 과제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문화' 정착"이라 말하며 "정당한 가치와 이해관계를 기초로 합리적이고 균형을 갖춘 정치구도가 형성되어야 하며, 그 토대 위에서 정책을 중심으로 토론하고 타협하고 결과에 승복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또한 "국민의 정치의식도 한 단계 더 높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보의 균형 잡힌 소통과 책임 있는 의제선정을 통해 합리적인 토론이 가능한 공론의 장을 마련해줘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민주주의를 위한 다양한 분야의 정책들을 추진했지만 현실의 벽에 막혔다. 국가보안법은 그 한 예이다.
'칼집에 넣어 박물관으로 보내자'는 취지로 폐기하려 했는데 한나라당의 결사적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남북 상생협력과 한미동등 발전
노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남북 관계에서 대화와 화해와 협력을 강조하고, 상생과 공존을 원칙으로 6.15선언을 계승하되 남북관계를 제도화된 틀 위에 올려놓으려 했지만 남북관계가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서 속도를 내지 못한 채, 정권 교체를 계기로 긴장관계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명박 정부는 기존의 남북 간 합의사항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천명했지만, 북한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줄곧 새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난하면서 10.4 선언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참여정부가 6자회담 틀 속에서 북핵 문제를 해결한 뒤 장기적으로 동북아 다자안보협력 체제를 만들자는 이른바 '그랜드 디자인' 아래 외교. 통일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했다는 점은 평가받아야할 대목이다.
노 전 대통령은 시대정신을 인지하며 대미동등외교 정책으로 노태우·김영삼 정권 때 미뤄진 전시작전권 환수를 추진하여 한국이 자주 국가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했으나 공식서명 된 뒤 2년 가까이 비준되지 못했다. 또한, 참여정부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이라크 파병과 추가파병이라는 카드를 이용해 결과적으로는 미국의 대북강경 노선을 한 단계 톤다운 시키는 역할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좌파라는 비판을 많이 받았지만 실제 노동정책이나 고용정책에선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가장 많이 펼쳤다. 그리고 민주화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등을 통해 역사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자세는 높이 평가해야 할 대목이다.
노 전 대통령 재임기간 실현되지 못하고 용도 폐기됐던 참여정부의 이상과 정책구상들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다시 금 우리 사회의 과제로써 관심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훈 객원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