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각층의 시국선언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 하다. 전국 대학교수들의 릴레이 시국선언에 이어 지난 10일에는 전교조 등 5개 공공노조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요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또, 전공노와 민공노, 법원노조 등이 시국선언에 동참하기로 하면서 정국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정부가 이들 단체의 시국선언이 명백한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엄정대응 입장을 천명하고 나섰다.

시국선언 전교조 교사 총 1만7천여명 가운데 선언을 주동하거나 적극 가담한 교사 88명을 해임. 정직 등 중징계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정부는 또, 시국선언 공무원들을 중징계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분명히 하고 있다.

법대로 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이나, 이 땅의 민주주의가 공공 영역의 파괴를 막거나 복원하는 본질적인 기능을 상실했다는 시국선언자들이나, 제 갈길을 가는 모습이니 어느 쪽을 탓할 바는 없다.

다만, 공공 영역의 파괴는 실로 심각한데 이에 대한 논의 없이 갈등구조만 증폭되는 것은 문제다. 시장(市場)은 시장이 제공하는 물질적인 부에 상응하는 문제를 양산하고 있고 또한 국가는 시장이 양산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국가의 기능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태생적인 한계다.  정부가 국가간 공정한 경쟁 질서를 해치거나 대열에서 이탈해 고립을 자초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국민의 생각은 아무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표현될 수 있으며, 쇠고기 수입협상 처럼 힘의 논리에 의해 강행되는 것들에 제동을 걸 수 있다.

현 정부가 주도하는 재벌 방송 허용, 남북관계 경색, 4대 강 생태계 파괴, 3권 분립의 퇴보, 노동자의 권익 축소 등은 공공선(公公善)의 문제다. 마땅히 국민이 나서서 말할 수 있는 사안들이다. 정부가 이를 반대하는 측을 국가이익에 반하는 세력으로 매도한다면, 이는 우리사회의 극단적인 우경화를 조장하는 것과 같다.

공공영역은 한 면에서 보면 바로 '국가'다. 공공영역의 파괴를 우려하고 이를 견제하려는 국민의 권리행사를 법의 잣대로만 판단하려는 권력의 관성을 제어할 필요가 있다.좌(左)와 우(右)가 좌 또는 우로 통합 될 수는 없다.

때에 따라서 좌우 갈등은 민주주의의 가장 큰 가치 일 수 있다.좌우가 싸우면 혼란이 야기되고, 좌우가 협력하면 발전이 있다. 관건은 '대화'냐 '우격다짐'이냐이다. 대두되는 모든 문제들을 공론의 장에 펼쳐 놓고, 국민이라는 햇볕에 말려 보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