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이 오면 시퍼런 녹음처럼 한 쪽 가슴이 벅차오른다. 한편 깊이 흐르는 강물처럼 말을 할 수가 없다.2009년 올해의 유월은 특히 더 그렇다.이 땅의 민주화를 위한 싸움의 긴 시간 중, 오늘의 현실을 규정하는 것은 1987년 6월 민주화운동이다. 진정으로 국민이 주인이 되는 세상 꿈꾸었었다.

그 때 그사람들은 그대로 있는데 민주화는 무늬만 민주화고 군부독재는 보수권력으로 이동하여 지배세력이 되었다. 가슴이 미어지고 눈물이 난다.

이제는 배반의 역사를 끊자. 민주로 얻은 명예를 더러운 정치적 욕망에 채우지 말자. 앞으로도 그 때 처럼 치열하고 행복하게 활동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진보를 지향하고 민주를 사랑하는 이들과 그해 6월을 잊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

돌이켜보면 역사는 누구도 비켜지나가지 않았다. 80년대 민주화운동 참가는 학생운동이나 사회운동이 일천했던 우리 청년들에게 인간적 성숙과 운동적 역량을 많이 성장시켜 주었다. 그러나 20년이 흐른 지금 이름없는 별들과 그나마 기억되는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낸 민주는 가고 없다.

87년 6월 26일 20만의 이리시 인구 중 4만이 거리로 뛰어나와 외친 민주 쟁취 독재 타도가 6.29선언을 쟁취하고서도 허탈감이나 기념비로만 남겨져서는 안된다. 우리는 진정한 분권과 자치가 이루어지는 그날까지 투쟁으로 나가야 한다.

5.18과 6.10 민주항쟁, 그 나날을 익산지역에서 정면으로 마주했던 민주투사 최갑선, 최기재, 황성근, 조정권, 정태인씨 등의 회상이다.5.18은 어느덧 29세, 6.10은 22세 청년을 길러냈다. 우리는 두개의 역사 현장을 한꺼번에 질주했던 이들 몇 분을 만났다.

그 때 익산의 거리 거리에는 그런 분들이 4만명이나 되었다.그날의 그 분들이 쟁취했다고 믿었던 민주주의의 봄은 왔는가. 민주항쟁의 결과물이어야 할 참여와 분권은 기대한 가치를 담고있는가. 오늘 단편적으로 나마 한 세대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것은, 또다시 재현된 배반의 역사를 핏발선 눈으로 지켜보는 그 분들의 질문에서 기인한 것이다. 독재보다도 가장된 민주주의가 더 위험하다.

권력이나 부당한 권력을 견제하는 세력이나 모두 민주로 얻은 명예를 더러운 정치적 욕망에 채우지 말라는 민주투사의 말에 귀를 기울일 때다. 민주화를 위해 아직 할 일이 많은데 가장된 민주주의에 현혹되어 무장을 해제한 많은 이들을 오늘 이 거리에서 너무도 쉽게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