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은 전국에서 가장 격렬하게 80년대 ‘군사독재 타도’ 민주항쟁을 했음에도 역사의 현장을 증언할 기록물이 없어 안타까웠다. 당시 살벌한 군사정권하에서 활동관련 서류들과 유인물 등을 모두 압수당하거나 검거에 대비하여 소각할 수밖에 없는 시대 상황 때문이었다.

당시 역사의 현장을 체험했던 각계 각층 많은 분들로 부터 좀 더 많은 증언과 자료발굴을 하여 완성도 높은 기사를 썼어야 함에도 시간의 촉박함이 너무나 아쉽다. 

87년 6.29선언 후 22년이 흐르는 동안 강희남 목사님 등 연로한 분들이 많이 타계하셨다. 하지만 당시 생생한 역사현장을 공유하고 회상해 주실 분들이 많았다. 기자는 그 중 몇 분을 모시고 익산의 87년 6월 전야 민주 항쟁에 관한 생생한 증언을 들을 수 있었다. 

모두들 당시 군사정권에 의해 덧씌워진 과격한 이미지의 투사가 아닌 순박하고 순수한 청년시절 그대로였다. 당시 누구의 선동에 넘어가 활동한 것이 아니라, 철저한 자기 철학과 신념을 갖고 행동한 청년들이었다는 것은 대화를 하면서 바로 알 수 있었다.

불의의 권력과 동시대 젊은이들의 무고한 죽음을 보고 정의감에 불타, 자기 안위에 대하여는 앞뒤 계산도 하지 않고, 창인성당, 역전 앞, 제일은행 4거리 이리 저리 뛰어다녔을 모습이 상상이 간다.

이제 모두 중년이 되었지만, 80년대 청년시절 사회과학 서적의 메카인 익산의 진달래 서점을 넘나들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고 열정적으로 담론을 하고, 불의의 권력에 맞서 행동하는 양심을 실천했던 20대 찬란했던 청춘을 행복하게 회상하고 있었다.

폭압적 군부독재와 싸워 수배되거나 연행되어 구속되는 극한 상황 속에서도 각자 마음속에 꿈꿔온 이루고자 하는 세상이 있었기에 행복했다. 22년이 흐르는 동안, 각자 삶을 열심히 살면서 사회변혁운동에 참여하며 생각과 노선의 차이도 생겼지만 청년시절 함께 공유했던 활동에 대한 자부심과 끈끈한 정은 여전했다.

당시 함께 싸웠으나 구속되어 고초를 당하고 평생 후유증에 시달리는 분들을 걱정하며 미안해하기도 했다. 군사정권은 물론 민선정부 아래서도 민주화 운동인사들에게 색깔론을 덧씌워 상처를 주기도 했다.

민선정부 22년에 대한 배신감도 있었다. 그 배신감은 민중들이 흘린 피와 땀을 망각한 탐욕스런 정치인들과 정치, 사회 현실에 대한 실망 때문일 것이리라. 그러나 동시대인과 후세대가 누리고 지켜야 할 ‘민주주의’는 앞 세대의 이름 모를 민중들과, 성직자, 열혈 청년, 학생들의 청춘의 불사름과 희생의 댓가라는 것을 6월이 가기 전에 지면으로나마 소중히 되새기면서 다시는 국가권력(경찰)과 민중이 대치하여 피를 부르는 상황이 오지 않고, 만인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는 법과 인본주의로 다스리는 진정한 민주주의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바쁜 시간을 내서 기고문을 보내주시고, 증언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이금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