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민주화를 위한 싸움의 긴 시간 중, 오늘의 현실을 규정하는 것은 1987년 6월 민주화 운동이 1979.10.26. 김재규의 총탄에 박정희 군부독재가 끝나고 새로운 민주화의 시대가 열릴 것을 기대했으나, 그 해 전두환 군부 일당은 12.12 사태를 일으켜 또 다시 군부집권을 획책했고, 이에 항거하는 광주시민들을 무자비한 총칼로 진압하여 수천의 사상자를 냈다.

광주 5.18 민중항쟁은 그 후 모든 사회영역에서 민주화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마침내1986년 권인숙 성고문 사건, 1987년 1월 박종철 물고문 사건을 계기로 민중의 분노는 폭발하기 시작했다.  전북 익산에서도 80년 이 후, 전두환 군부독재에 항거하는 싸움이 계속됐다.

본인은 84년까지 기독교 농민회 활동을 하다가 익산에 ‘진달래’라는 사회과학서점을 내고 서울 구로동에서 노동자 생활을 하다가 86년 초에 익산에 내려와 조정권씨를 비롯한 일부 청년들과 원대생들과 같이 민주화 투쟁을 위한 결의를 모은다.

그 해 7월14일 ‘이리.익산 민주화 추진협의회’에 참여하여 지역 재야 어른들과 공조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역전 ‘우리 칼국수’를 운영하던 왕상희 선생의 도움이 컸다. 8월23일 창인성당에서 ‘권인숙 성고문사건 규탄대회’에 적극 참여하여 경찰 저지선을 돌파해 낸다. 이 후 익산지역 민주화투쟁의 선봉에 서게 된다.

이 때 중요한 지지조직은 70년대 말 부터 활발히 노동 운동을 전개해 오던, 창인 성당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JOC와 노동사목이었다. 12월 7일 결혼을 했다. 1987년 새 해가 밝자 마자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이 터지고 익산지역 각 계층이 결합하여, 익산 독자적인 투쟁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다.

3월 들어서 목사들의 주도로 익산역에서 ‘시청료거부 투쟁을 위한 시국 연설회’가 열리고, 끝나면서 가두 행진을 시도하던 중, 나와 같이 활동하던 청년학생 그룹과 EYC 청년 그룹이 남부시장으로 차도를 막는 가두 투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낸다. 4.13 호헌조치 이 후 가두투쟁은 우리들의 주도로 일상화 된다.

4월30일 창인 성당의 ‘후레아 패션 보고대회’를 비롯해서 ‘5.18기념 대회’ 등으로 투쟁을 이어오다가, 6월10일 전국적인 대회에 맞춰 본격적인 시위에 돌입 한다. 마침내 이때의 주요 구호는 ‘호헌 철폐’ ‘독재 타도’ ‘전두환 물러나라’였다.

이 구호는 20일을 전후하여 ‘직선제를 쟁취하자’는 구호로 바뀌어 갔고, 6.29항복선언을 받아 낸다. 익산지역의 유월 민주화 투쟁은 전북지역의 6월 투쟁을 앞서서 이끌었고, 익산 민중들의 민주화에 대한 의지를 유감없이 발휘한 운동이었다.

 

1987년 익산에서 민주항쟁이 일어난 지도 벌써 2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나갔다. 역사란 세월이 흘러 갈수록 도금화 되고 화석화 된다는 이치를 알고 있기에 그때 익산 민중들의 민주화의 함성이 많은 사람들과 공유되고 재조명 되어야 한다. 

그때 그날들을 회상하면서 지금은 고인이 되신 군산의 조용술 목사와 전주의 강희남 은명기목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이분들의 지도하에 전북기독청년협의회를 창립하였고 초대회장에 전주의 한상열씨, 2대 회장에 내가 활동하게 되었다.

70년대 중반에 들어서 중대한 사건이 시작된다.1973년 명동성당에서 민주화를 향한 성명서 사건으로 구속되신 고 문익환 목사님이 전주교도소에서 “나는 죽는다 두 동강난 이 민족의 허리를 부동켜 않고 나는 죽는다.

동주는 말했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라고. 나는 죽음을 살자. 분단된 이민족의 허리를 부둥켜  않고 나는 죽는다” 는 유언장을 남기고 40일간의 단식투쟁을 들어간 것이다. 전북권에 민주화운동조직이 아직도 태동되지 않은 역사적 상항 속에서 전북기독청년협의회 회장이던 나로서는 감동과 충격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내 인생에서 민족 민중 민주화운동에서 일관되게 걸어 나올 수 있는 사건이었다. 그 당시 나와 함께 한 민주화운동의 동지 들은 한신대에서 해직된 안남영, 최갑성, 김진열, 박영숙, 김성식 등이고 전북대에서 KSC활동을 하던 최인규 박종훈 손인범 최갑선, 김성환 등 몇몇 동지들이 있었다.

그 당시 사회학 교수인 한완상 김동길 한양대의 이영희 교수 등을 초청하여 전주와 익산지역에서 4.19혁명 기념강연회를 열어서 시민들을 각성시켰다. 나는 그 후로 중앙동 에바다 커피숍에 전국 최초의 북 카페를 열게 되었고, 그 당시에는 익산 지성인들의 민주화운동의 산실이 되어 있었다.

이 같은 변혁운동의 연장선상에서 익산지역은 거침없는 행진들이 계속하여 나오게 되었다. 익산민주화 운동의 성과와 그 수준이 프랑스의 시민혁명과 민처가 중심이 되었던 독일농민혁명 등 서구의 선진사회국민정신과 비교되어서 시사하는 바가 너무 크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기초단위의 분권화 풀뿌리민주주의는 노무현대통령의 죽음과 강희남 목사님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험난한 길이 아닌가! 87년 6월26일 20만의 이리시 인구 중 4만이 거리로 뛰어나와 외쳐나간 민주쟁취 독재타도가 6.29선언을 쟁취하고서도 허탈감이나 기념비로만 남겨져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