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으로 기소된 한병도 의원(익산을)에게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이란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전 대통령의 측근인 송철호 변호사를 울산시장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 등의 관련자 15명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는 내용이 골자다.

공소장에 따르면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던 한병도 의원은 울산시장 선거에 출마한 송철호가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도록 돕기 위해 당내 울산시장 경선 경쟁자였던 임동호(더불어 민주당 울산시당 위원장)에게 경선 포기 대가로 공기업 사장 등 고위직을 제안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다.

2017년 8월경 송철호 후보의 외부 인지도는 임동호 후보보다 앞섰지만 수차례 당적을 바꾸고 오랜 기간 당적을 보유하지 않아 당내 경선을 통한 공천이 용이하지 않고 본선 경쟁력도 약화될 수 있는 처지였다.

그런데 임동호 후보는 앞선 2017년 6월 초순경 서울 성동구 마장동에 있는 식당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내 '86학번 모임'에서 임종석 비서실장에게 “오사카 총영사 자리로 가고 싶다”고 말했고, 10월경에는 송철호 캠프 측에도 오사카 총영사, 과학기술부 차관, 상위 10대 공공기관장 등의 자리를 원한다는 의사를 공공연히 밝혔다.

이에 송철호는 임동호 쪽에 “송철호가 대통령과 친구고 하니까 선거에 출마하지 않으면 공기업 사장이나 차관 자리 등을 충분히 챙겨줄 수 있다”고 언질하면서 “경선 없이 추대 방식으로 가도록 해 달라”고 회유했다.

임동호 후보는 2017년 11월 하순경 같은 '86학번 동기'인 한병도가 정무비서관에서 정무수석으로 승진하자 그에게 오사카 총영사 등의 자리를 요구했는데, 한병도로부터 자신이 원하는 공사의 직 임명에 대한 확답이 없자, 12월 12일경 울산시장 출마 계획을 대외적으로 밝히는 등 공사의 직에 임명되지 않을 경우 울산시장 당내 경선에 출마해 송철호 후보와 경쟁할 것 같은 태도를 보였다.

또한 임동호 후보는 2018년 1월 하순경 청와대를 방문해 피고인 한병도에게 오사카 총영사 등 임명 여부를 재차 문의했고, 한병도는 임동호 후보에게 “오사카 총영사 자리는 외교부에서 반발하니 고베 총영사 등 다른 자리는 어떠냐, 공공기관장 자리는 많은데 공공기관장은 어떠냐”고 말하며 마치 오사카 총영사 대신 다른 공사의 직이 가능한 것처럼 말했다.

그러던 2018년 1월 하순경부터 더불어민주당 심규명 후보와 송철호 후보가 연달아 울산시장 선거 출마 기자회견을 해 더불어민주당 당내 경선 실시가 예상되는 가운데, 2월 5일 울산방송(UBC)에서 실시한 울산시장 후보자 지지도 조사 결과 당시 시장이던 자유한국당(국민의 힘)김기현 후보가 37.2%, 송철호 후보가 21.6%, 심규명 후보가 5.8%, 임동호 후보가 5.1%로 발표되는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유력 후보자들의 지지도를 모두 합산해도 김기현 울산시장의 지지도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이 당내 경선을 치르게 될 경우 경선 과정을 거치면서 네거티브 전략 등을 통해 후보자들 간의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 될 수 있고, 이로 인해 지지층 이탈 및 상대 후보자의 지지표를 흡수할 수 없는 상황까지 초래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한병도는 2018년 2월 12일, 다음 날 울산시장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하려는 임동호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울산에서는 어차피 이기기 어려우니 다른 자리로 가는 것이 어떻겠느냐, 공기업 사장 등 4자리 중에 하나를 선택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또한 한병도는 대통령 인사수석비서실 산하 인사비서관실 소속 선임행정관에게 “임동호에게 연락하여 어느 공직을 원하는지 확인해 보라”고 지시했고, 선임행정관은 임동호 후보에게 연락해 “검토 중인데 어디로 가시겠느냐, 가고 싶은 곳이 어디인지 알려 달라”고 말했다.

송철호는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아 본선에 진출, 김기현을 누르고 민선 7기 울산시장에 당선됐다.

검찰은 “이로써 피고인 한병도는 정치적으로 중립의무가 있음에도 공사의 직에 대한 임명에 관여할 수 있는 청와대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하여 울산시장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함과 동시에 당내 경선에 있어 후보자가 되지 아니하게 하거나 후보자가 된 것을 사퇴하게 할 목적으로 임동호 후보에게 공사의 직 제공의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범죄 사실을 소명했다.

한병도 의원은 앞서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검찰이 불순한 의도를 가졌고 위법적 행태를 보인다. 임동호에게 자리를 제안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진행 과정에 대해서는 “6개월 동안 증거목록을 주지 않았다. 이런 법은 없었다. 형사소송법 위반이다. 검찰은 수사가 끝나지 않아서라고 했는데, 수사가 끝나지 않았는데 왜 기소를 하냐”면서 “법원에서 불법이니 증거목록을 주라고 하니 결국 증거목록을 내놨는데, 나에 대한 공소내용과는 관계없는 (하명수사·정책개발) 것들을 몽땅 다 줬다. 5만페이지 분량이면 변호사 비용이 얼마냐?”라며 검찰의 불만을 토로했다.

한 의원은 또 “검찰은 내가 선거를 앞두고 임동호에게 자리를 제안했다고 주장하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임동호가) 한두 번도 아니고 그 자리(오사카 총영사)에 보내 달라고 수도 없이 전화해서 (행정관에게) 한번 부르라고 했다. 만났더니 오사카 얘기하고 그랬다”며, “임동호가 계속 요구한 것일 뿐 내가 제안한 적이 없었다”고 부인했다.

한 의원은 이와 함께 “임동호는 워낙 유명하다. 내가 인사수석실에 물어보니까 거기(오사카 총영사)를 보내면 욕 얻어먹는다고 했다. (임동호는) 영사자리가 맞지 않는다고 해서 못했다. 자격이 안돼서 공식 절차도 밟지 않았다”며, “내가 고베로 가라고 했다는 건 어마무시한 상상이다. 나는 지금까지도 고베영사가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 자체를 모른다”고 일축했다.

한 의원은 그러면서 “임동호도 오락가락한다. (처음에는 한병도가 제안했다고 했지만) 나중에는 언론인터뷰에서 ‘사실은 내가 먼저 부탁했다고 했다. 기소는 넌센스다 논리적으로 성립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그리고 나는 태어나서 송철호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그렇지 않다는 증거가 없다. 임동호 전화에 콜백은 자주 못하지만 통화는 가끔 했다. 그가 나를 귀찮게 하니까 행정관도 거기를 잘 알게 되었다. 나한테만 얘기하면 다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행정관 한테 '전화 한번 해달라'고 부탁했다. 행정관이 (임동호에게) '가고 싶어 하시는 자리가 잘 안됐다'고 했지 공사의 직을 제안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송철호 전 울산시장에겐 징역 6년을 구형했다. 황운하 민주당 의원(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에 대해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4년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 징역 1년에 자격정지 1년을 각각 구형했다. 그 외에 검찰은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에 대해 징역 3년을,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에 대해서는 징역 1년6개월, 송병기 전 부시장에 대해 징역 1년 등을 구형했다.

송 전 시장 등은 당시 울산시장이자 경쟁 후보였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에 관한 수사를 청탁하고 자신의 공약이었던 산재모병원 설립 과정에서 청와대 관계자의 지원을 받은 혐의다.

검찰은 송 전 시장이 2017년 9월경 울산지방경찰청장이던 황 의원에게 김기현 대표에 대한 수사를 청탁하고,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은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소속 행정관에게 김 대표 측근 비위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정보는 범죄 첩보서로 작성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을 통해 경찰청과 울산경찰청에 하달됐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이날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의 주범 송 전시장에 대해 “선거에서 번번이 낙선하던 피고인은 자신과 친분이 두터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선출되자 울산시장에 당선되기 위해 국가권력을 사적으로 이용했다”며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결정과 선택권에 부당한 영향을 미쳤으며 결과적으로 대한민국 공직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바닥까지 추락시킨 선거범죄의 주범”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피고인은 각종 국가기관 등에 불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선거 결과를 왜곡시키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했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혐의를 부인하며 논리적으로 모순된 주장만 하고 있다. 자신의 범행에 대한 죄의식이 전혀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2021년 5월10일 1차 공판이 진행된 이후 76명에 대한 증인신문을 하는 등 재판 절차를 모두 마쳤다"며 "이 사건은 공직선거법에서 정한 처리 기한을 넘기긴 했지만 최대한 신속하게 판결 선고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다만 "피고인이 15명에 이르고 자료도 방대해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며 "이 같은 사정을 모두 감안해 판결을 오는 11월29일 오후 2시에 선고하겠다"고 전했다.

공인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