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좌표에 관심 없고 시민의 질 높은 문화 향유권을 도외시하는 익산시

익산에는 문화를 밥으로 재생산하는 기획집단이 필요했다. 문화재단은 그 바람의 결정이었다. 불투명한 지역문화의 정체성과 열악한 지역문화예술 환경이 새로운 먹거리의 재료가 되어야 했다. 지난 14년 동안 방치되었거나 숨겨진 지역문화를 발굴했는지, 발굴한 문화와 유통되고 있는 문화를 인문학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은 얼마나 있었는지, 고유문화에  독자적인 스토리를 입히고 윤색해 매력의 동력으로 치환한 결과물은 어떤 것들이었는지, 그러한 기획행위가 있었다면 필요를 충족했는지를 점검해봐야 하는 이유다. 또한 문화재단이 익산의 기존 예술문화를 신장시키고 수준을 제고해 지역 내에서 선순환 되도록 했는지, 문화예술계 구성원들의 활동이 고유성을 인정받고 그들이 생산한 결과물의 가치가 적정하게 인정받고 있는지 등의 여부는 문화재단의 어제와 오늘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다. 그러나 익산문화재단은 출범의 취지를 달성할 수 있는 위상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익산시의 문화사업 하청 조직이거나 정부의 공모사업 결쟁 조직에 불과한 실정이다. 익산시민들은 14년 전이나 지금이나 문화예술 복지의 결핍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수도권 문화에 대한 동경에 사로잡혀 있으며, 지역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박약하다. 게다가 익산시는 문화재단의 명칭에 ‘관광’을 붙인 이래 익산문화관광재단을 문화유적지 호객 집단으로 내몰고 있다. 문화를 팔아먹는 것이 관광인데, 상품의 다양성이나 고유한 내용, 포장 등을 도외시 한 채 유적 관광홍보에만 매몰되어 있는 꼴이다. 고유문화를 융성하게 하려면 결핍을 먼저 채워야 한다는 기본조차 지키지 않는 행태다. 고유문화에 대한 주민들의 자긍심은 애향심으로 이어진다. 정설이다. 애향심이 강한 주민은 지역을 쉽게 떠나지 않는다. 경쟁력 있는 기업유치 만큼이나 문화재단의 본래적 취지 수행이 중요한 이유다. 제2기 대표이사체제가 마무리되고 3기 체제의 출발점에서 문화재단의 현주소를 들여다보게 된 배경이다.
<편집자 주>

문화 좌표 부재
익산문화관광재단은 지난 14년 동안 지역의 문화지표를 조사한 적이 없다. 향토문화자원의 실태가 정리되어있지 않다는 것은 개발할 문화가 없다는 것과 같다. 지역문화의 융성에 기여하지 않는다면 문화관광재단이 익산에 존립해야 할 이유가 없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역은 문화자치 분권화에 대응해야 한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격언을 그 방향성으로 삼아야 한다. 향토문화자원은 지역브랜드의 소재들이다. 지역의 문화적 경쟁력은 자원의 독자성과 개발자의 독창성이 좌우한다.

그러나 익산관광문화재단은 발전을 위한 사업을 발굴하고 문화자치 기반을 조성한다면서도 지역문화자원에 대한 이해도는 박약하다. 또 중앙정부가 기획한 공모사업 경쟁에 매달리면서 타 지역의 선진사례를 답습하는데 급급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익산문화관광재단의 자기부정은 독립성을 보장받지 못한데서 온다”며 “익산시가 관리자의 지위를 강조하면서 간섭하고 통제를 일삼는 한 재단 구성원들의 종속 의식은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고 지적한다.

또 지난 2년 동안 익산문화관광재단이 실행한 사업들을 보면, ‘지역문화 기반구축’의 일환으로 각종 포럼 및 행사를 지원하고 생활문화 활동과 지역문화예술교류를 지원했다. ‘수요자중심 서비스강화’의 일환으로는 생활문화센터 운영 활성화 프로그램 지원사업을 비롯한 생활문화시설 인문프로그램 지원사업, 문화영재 교육프로그램, 영상콘텐츠 제작 및 유튜브 방송국 운영, 시민힐링콘서트, 전국 여류화가 100인 초청전, 문화 in익산 및 뉴스레터 발간, 아동청소년들을 위한 꿈의 오케스트라 익산, 문화다양성 확산 사업, 1인 1악기 프로젝트 등을 추진했다.

‘예술지원 및 축제 활성화’의 일환으로는 다이나믹 익산 아티스트 지원사업을 비롯해 익산서동축제, 익산문화제 야행, 익산 천만송이 국화축제 문화예술공연 운영,제야의 종 등을 추진했다. ‘관광마케팅 활성화와 관광상품 개발운영’의 일환으로는 익산아트센터 시설, 익산광관마케팅, 익산시 투어매니저, 공간연출 프로그램, 주민주도형 지역관광 플랫폼 조성, 낭만로드 프로그램 등을 운영했다.

익산문화관광재단은 이 같은 사업비와 인건비 등으로 매년 60억여 원을 쓴다. 재단은 2021년 성과로 전라북도 최우수 축제로 선정된 서동축제를 비롯해 5년 동안 국도비 200억원을 지원받는 법정문화도시 지정, 문화다양성 확산을 위한 무지개다리 사업.익산최초 한복문화사업.광역기초재단간 문화예술교육 개발 협력사업.유네스코 백제 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축전 개최 등 중앙 및 전라북도 공모와 협력사업의 성공적인 수행을 든다.

또 관광활성화를 위한 전략적 홍보마케팅 및 시스템 구축과 문화예술지원 및 생활문화 시민 참여 확산 등에도 기여했다고 자평한다.

정통 예술인 홀대
하지만 익산에는 예술의 총합으로 대별되는 극단 하나도 온존하지 못하고, 지역에서 버티는 극단은 변변한 무대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

또 음악의 총합으로 대별되는 오케스트라는 민간영역에서 명멸할 뿐 익산을 대표하는 악단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상임 오케스트라를 보유하고 있는 이웃 군산시나 전주시에 비하면 문화예술의 변방에 밀려나 있는 꼴이다.

이는 특히 척박한 환경에서도 예술혼을 불태우는 주체들이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시민들은 “익산은 언제부턴가 생활문화예술 동호인들이 우대받는 도시가 되었고, 정작 국악 등 고유한 문화를 보존하고 육성해야 할 익산시는 기본 책무를 방기하고 선심행정에 경도되었다”며 “생활문화예산이 갈수록 증가하고 전승문화 보존 예산이 갈수록 감소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성토한다.

또한 익산에는 국전 심사위원을 역임한 작가 등 전국을 무대로 누비면서도 지역을 떠나지 않고 지키는 주체들이 여럿 있지만 익산시는 이들을 우대하지 않고 자랑하지도 않는다. 시민들이 지역에는 향유할만한 문화예술인들이 없다고 여기는 이유다. 예술혼과 같은 공간에서 함께 숨 쉬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분위기를 확산시킨다면 어떤 결과를 낳을까. 오늘 익산시와 익산관광문화재단의 화두가 되어야 할 것이다.

공인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