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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시민들이 직접 떠난 시간여행
▲ 백제 한복과 불교 신화로 소환한 1.400년 사람들의 패션쇼




스러진 허식 위에서 영원히 피고 지는 것들이 지켜낸 기억


익산으로 한복 구경을 온다면, 그것은 시간여행이 된다. 일상이었던 한복은 더 이상 일상 속에 없고, 익산의 한복이란 우리에게 익숙한 조선류(朝鮮流)가 아니라 백제(百濟 )의 복식을 이르기 때문이다. 낯선 것을 복원하는 일, 시간을 거슬러 오르며 조각을 줍고 흔적을 채집해 옷을 짓는 일 부터가 그랬다. ‘익산, 백제를 입다 한복문화주간 2022 익산’의 패션쇼는 1400년을 견딘 미륵사 서탑과 현재를 이어낸 공력의 결과물이었다. 한복 패션쇼가 제례의 성격을 띠며 경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불교 신화를 열쇠 삼아 소환한 그날 그곳의 한복은 복원된 시간이다. 동시에 그 옷을 입은 익산시민들의 오늘이다.<편집자 주>


백제로 건너간 익산 시민들


2022년 10월 22일 오후 4시, 시간의 문 미륵사지 서탑은 머리에 화만(華鬘)을 쓰고 몸에는 깃옷을 입고 하늘과 땅을 오르내리는 비천(飛天)에 의해 열렸다.

수미산의 제왕 인드라의 보석그물이 하늘위에 펼쳐졌다. 서로 마찰 없이 빛나는 그 화평의 그물 아래로 미륵사를 창건한 백제의 왕비, 사택왕후가 홀로 등장했다.

그 뒤를 백제의 직조술을 일본에 직접 전파한 백제왕녀 신제도원이 오방색의 원단을 든 6인의 직조공들과 함께 따른다. 이어 근수구왕 대에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문화의 원형을 완성한 불세출의 지식인 왕인박사가 장차 오경박사에 등용 될 제자 2인과 함께 따라 나와 관객들에게 깊은 예를 표한다. 

이렇게 주최 측은 익산시민들에게 익산의 한복을 입혀 백제의 영웅들을 환생시켰다. 어떤 시민은 한성백제 종말을 설욕한 명군 무령왕이 되었고, 어떤 시민은 인도에 직접 유학한 구법승(求法僧) 겸익이 되었으며, 그를 스승으로 받들어 불제자가 된 성명왕이 되었다.

이 자리에는 백제의 대표적인 건축박사로서 신라 황룡사 탑 건축을 감독한 아비지도 왔고, 이름을 알 수 없는 백제 무왕대의 대신들과 사택적덕 등 당시 익산의 대성팔족 및 자녀들, 서동, 사택왕후, 지모밀지(지금의 금마면 왕궁리)로 천도한 무왕과 왕태자 의자, 신료들도 왔다.


형형색색 피고지네


전국 최초로 세계유산 속에서 진행된 백제한복패션쇼는 디즈니 캐릭터 한복 일러스트작가로 알려진 흑요석(우나영)의 백조왕자, 백제공주를 주제로 진행됐다.

아비지, 무왕의 어린 시절, 귀족, 궁녀 등 다양한 역에 자원한 시민모델들은 오전 8시 30분부터 시작된 분장을 소화 한 뒤 사택왕후와 무왕의 역을 맡은 채시라, 류태준과 함께 백제로 시간여행을 떠났다.

백제인이 된 시민들은 이곳저곳에서 휴대폰을 꺼내 추억을 기록했고, 행복감을 만끽했다. 특히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푸른 잔디 위에서 펼쳐진 한복 패션쇼는 천년 풍상에 스러져간 사람이 지은 허식 위에서 형형색색 찬란하게 빛났다. 그것은 너른 분지를 에워싼 푸른 숲과 하늘빛에 섞이면서 “영원한 것은 돌이 아니라 피고 지는 속이다”고 말해주는 듯 했다.

이날 가수 ‘알리’는 바람이 자유로운 미륵사지에서 무왕과 사택왕후의 사랑을 담아낸 노래 ‘한 사람만 사랑하게 해 주소서,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내게 주소서~’로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번 행사는 한복문화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으며,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최하고, 익산시와 익산문화광광재단이 주관했으며, 원광디지털대학교와 국립익산박물관이 협력기관으로 참여했다. 한복문화주간 행사로 기획된 ‘품나놀다’ 전시, 한복사진관이 이달 말일까지 국립익산박물관에서 진행됐다.


백제 한복의 장신구를 말하다


‘한복문화주간 익산’은 한복패션쇼 외에도 한복 명사 렉처 콘서트, 한복 사진관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한복의 가치를 재조명했다. 10.22일 익산어린이박물관 지하 강당에서 개최된 한복 명사초청 렉처 콘서트는 ‘백제의 장신구, 머리장식부터 목걸이까지’라는 주제로 마련됐는데, 대중적으로 백제 한복문화와 역사를 알릴 수 있는 강연과 백제복식의 우수성에 대한 담론이 펼쳐졌고, 이 자리에 가장 한국적인 한복 일러스트레이터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는 우나영(흑요석)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또 10.7일 국립익산박물관 기획전시실에 마련된 ‘품나놀다’ 전시는 생명의 탄생부터 태교, 임신, 출산, 첫돌 복식 관련 전통섬유공예품으로 전통 한복을 고증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10.5일 국립익산박물관 1층 로비에 셀프포토부스를 마련한 한복 사진관은 10월 한 달 동안 운영 되면서 관광객들의 핫 플레이스가 되었다. 

이 밖에도 미륵사지 일원에서는 △한복과 명상 △탑돌이체험 △보자기아트 △놀이 프로그램인 익산 아름다운 순례길 등 체험 프로그램과 ‘예술이 꽃피우다’를 주제로 한 국악 힐링 콘서트, ‘익산의 재발견-미륵사지 이야기’를 주제로 지역학 시민특강이 열리는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익산, 백제를 입다 한복문화주간 2022 익산’을 풍성하게 했다.

공인배 기자


22-10-3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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