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전 조례로 익산시립교향악단 설립 근거 보장했던 의회, 11년 동안 ‘딴지’
6차례나 부결시켰으면서도 고민은 없고 집행부에 “밀어붙인다”며 책임회피
오임선 의원, ‘익산시향’ 운영비 규모 반대하며 “최소 군산시 수준의 예산 소요”

익산시립교향악단(이하, 익산시향) 창단이 또다시 무산됐다.
지난 달 말 폐회한 익산시의회 제236회 임시회가 집행부에서 상정한 ‘익산시향’ 창단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이다.
집행부의 일방통행식 창단 추진이 그 이유였다.
익산시향 창단의 당위성을 부정하는 개인이나 단체는 없다.
무엇보다 전주와 군산이 시립교향악단을 창단한 이후 한 세대가 지났다.
익산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클 수 밖에 없다.
익산시의 ‘익산시향’ 창단 정책은 시민들의 예술향유권을 주어진 조건에서 최대한 보장하려는 취지에서 비롯했다.
11년 전 ‘익산시향’을 대행하는 사단법인 익산시교향악단 창단을 추동하고 지원해 온 것도 그 일환이었다.
익산시는 이 과정에서 지역내 음악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했고, 음악단체들은 사단법인 익산시교향악단 창단에 뜻을 보탰었다.
11년은 익산시향 설치를 위해 충분한 워밍업 기간이다.
그런데 무려 17년 전에 익산시향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조례를 개정했던 익산시의회의 시간은 17년 이전에 멈춰서 있다.
그동안 여섯차례나 ‘익산시향’ 설치 관련 안건을 심의했으면서도 집행부에 소통을 요구한다.
집행부로서는 더이상 상의하거나 설명할 무엇이 없는데도 집행부가 소통하지 않는다는 구실로 안건을 부결시키고 있다.
공부하지 않는 의회, 무책임한 의회, 집행부와 힘겨루기에 열과 성을 다하는 의회로 오인받는 이유다.
결핍이 장기화하면서 시민들의 갈망은 무뎌지고 있다.
지역에 대한 자긍심은 그와 비례한다.
원광대가 음악학과를 폐과하면서 지역의 음악 낭인들이 양산됐고, 지역음악 문화의 사막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자치단체가 지역 음악인들과 청소년들의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고 시민들에게 수준높고 다채로운 음악을 제공하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시민들에게 품격있는 도시를 선물하기 위해서 익산시의회가 더이상 직무를 해태해서는 않된다는 여론의 배경이다.
예산타령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익산시의회에 시민들이 던지는 질문이 있다.
“익산시세가 군산시세만 못하다는 것인가?”
<편집자 주>

익산시민 수준은 군산시민만 못하다?

지난해 6월 11일 익산시의회 제226회 본회의는 ‘익산시향’ 창단에 따른 예산 규모 등을 정한 조례안을 부결시켰다.

당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이던 오임선 의원이 기획행정위원회가 가결?상정한 이 조례안에 대한 반대토론을 벌였고, 25명의 의원 중 15명이 조례안 부결에 뜻을 함께한 것이다.

오임선 의원은 이날, 의회가 과거 ‘익산시향’ 설치 관련 예산을 수 차례에 걸쳐 부결시켜 온 점, 익산시는 합창단, 무용단, 풍물단을 운영하는데 연간 37억원을 투입하고 있고 이는 적지 않은 예산이라는 점, 교향악단을 운영하는 전주의 예술단 관련 예산은 118억원이고 군산시는 66억원인데 익산시가 시립교향악단을 창단 할 경우 최소 군산시 수준의 예산이 소요 될 것이라는 점 등을 시향 설치 반대 이유로 들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시립교향악단 설립의 필요성에 대한 사전검증과 문화예술단체 및 각계각층의 여론수렴절차를 먼저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심각한 오류에 빠진 시의회

익산시는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제232회 2차 정례회에 시립교향악단 창단을 위한 11억4,380만 원의 예산안을 상정했다.

이를 심사한 기획행정위원회는, 의회가 1년전 이 예산을 수반하는 ‘익산시향’ 창단 관련조례를 부결시켰는데도 익산시는 의회와 단 한번의 사전 조율도 없이 예산을 심의에 올렸다며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오임선 의원은, 1년 전 반대 토론으로 15명의 의원이 압도적으로 반대해 조례개정안이 부결됐는데도, 익산시는 시민 여론을 수렴하지 않고 기획행정위원들과 조례의 세부적인 사항을 단 한 번도 상의한 적이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박철원 의원은, 의회가 앞서 조례(‘익산시향’ 창단 규모 등을 정한 개정안)를 부결시킨 것은 시민들의 전체 의견도 묻고, 관련단체와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에 노력을 펼쳐야 한다는 취지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임형택 의원은, 시립교향악단 창단 문제에 대해 조례 의무사항인 시립예술단운영위원회 회의도 거치지 않고 예산을 세운 것은 해당 부서의 월권 이라는 점을 짚고, 절차들에 대해 다시 한번 고려할 것을 촉구했다.

김경진 의원은, 의원들 대부분이 걱정하는 것은 재정 압박이라는 점을 재확인하고,인원수와 재정을 축소하는 10억 이내로 수정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해당 의원들의 지적이나 주장은 견강부회의 오류를 안고 있고, 집행부에 대한 제언은 자기를 부정하거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우선 오임선의원과 박철원의원의 주장은 ‘의회가 해당 안건을 부결했으면, 시민 의견을 수렴하고 의회와 상의한 뒤에 재상정 해야 하는데 익산시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익산시 의회는 지난 2004년 7월 27일 합창단, 교향악단, 무용단, 풍물단을 설치 할 수 있도록 명시한 ‘익산시립예술단 설치 및 운영 조례’(제 2조 예술단)를 개정했고 현재까지 시행되고있다.

의회는 시민들의 뜻을 대신하여 실현하는 대의기관이다. 17년 전에 ‘익산시향’을 설치할 수 있도록 조례를 제정했다. 이 조례의 3조(구성)에는 교향악단은 예술감독, 단무장, 악장 각 1명을 포함 70명 이내의 단원으로 구성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를 보면 익산시는 조례를 시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의회가 오히려 딴지를 걸고 있는 꼴이다. 의회가 이미 교향악단의 설치와 규모와 관련한 시민 의견을 수렴하고 그 필요성에 따라 조례를 제정했는데, “익산시가 시향 창단과 관련하여 시민들로부터 어떤 의견을 따로 수렴해야 한다는 것이냐”는 질문을 부른 대목이다.

조례에 따른 집행부의 행위에 대해 의회가 ‘밀어붙인다’고 비난하는 것은 성립될 수 없다는 반박이 나오는 이유다. 이를 전제할 때 익산시의회는 지난 11년 동안 여섯번에 걸쳐 익산시가 상정한 ‘익산시향’ 설치를 위한 조례안 및 관련예산을 부결 또는 전액 삭감했는데, 부당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또 임형택의원은 조례상 시향 설치를 위해서는 시립예술단운영위원회의 회의를 거치는 것이 의무인데 집행부가 이같은 절차를 어겼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해당 조항에 대한 해석의 오류에서 비롯한다. 이 조례 어디에도 시립예술단운영위원회가 ‘익산시향’ 설치를 검토한다는 명문은 없다. 

익산시립예술단 설치 및 운영 조례 제 11조의 운영위원회는 예술단의 기본계획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을 조정심의하기 위해 둔 조직이다. 운영위원회의 조정 심의 사항이란, 예술단 소속 각 단체의 기본운영계획 및 연간공연계획. 인사위원회 안건 의결 대행, 그 밖의 예술단 운영에 필요한 사항이다. 교향악단 설립을 조정하거나 심의하는 기구가 아니다.

익산시 의회의 자기부정

인접 도시 군산은 31년 전에 전주는 45년 전에 각각 시립교향악단을 창단했다. 익산시민은 자치단체로부터 오랫동안 문화적 푸대접을 받아 온 것이다. 특히 익산시의회는 그동안 여섯차례에 걸쳐 ‘익산시향’ 설치 조례 및 예산을 불승인 하면서도, 집행부가 의회와 상의 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점을 그 구실로 삼아왔다.

이는 의회가 시민들의 복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 학습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불렀다. 시향 설치와 관련한 안건을 여섯차례나 심의했다는 것은 의회가 집행부로부터 그 기본적인 얼개를 여섯차례 보고받았다는 것이고, 여섯차례의 매 상황별 질의와 답변을 통해 현실적인 문제를 파악해 왔다는 것을 말해주는데, 의회는 그것을 부정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서 비롯한 지적이다.

익산시의회는 17년 전 조례 개정을 통해 시향 설치의 필요성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설치 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논란은 부적절하다. 다만 주민이 의회에 일임한 바, 시향 구성 및 운영예산 규모는 현실적으로 고민해야 맞다. 그것은 그동안 의회가 학습한 내용으로도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다.

익산시는 예술의 전당이라는 훌륭한 공연문화공간을 보유한 도시다. 오페라나 뮤지컬, 음악극이나 합창, 발레 등의 예술성을 살리는 등 모든 음악의 기초가 되는 오케스트라의 활동무대가 확보되어있는 것이다. 음악예술의 가장 상위에 있는 오케스트라 공연을 시민들이 적은 비용으로 즐길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자치단체의 기본 책무다.

특히 경쟁력 구축을 위해 문화적으로 매력있는 도시를 추구하는 익산시의 입장에서 오케스트라 부재는 중대한 결함이다. 다양하고 수준높은 공연을 자주 접하며 누리는 시민의 자긍심과 행복감은 도시의 정서적 회복을 촉진한다는 맥락에서 보면 그 반대편에 있는 익산시의 현주소가 보인다.

원광대가 음악학과를 폐과한 이후 원광대에서 배출했던 음악인들이 음악을 놓거나 타지로 가서 연주활동을 하는 등 부유하고 있다. ‘익산시향’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터전이 될 것이다. 음악인들이 고향을 지키고, 타지로 나갔던 음악인들이 고향으로 돌아와 연주나 교육활동을 한다면, 음악을 꿈꾸는 이들에게도 좋은 환경이 구축 돼 일부 인구 감소를 막고 유입을 촉진할 것이다.

공인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