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학교-최완규
백제는 『三國史記』에 B.C.18년 한국유역에서 건국하여 금강유역의 熊津(公州), 사비(扶餘)로 천도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에 따라 백제의 역사는 漢珹(期)時代, 熊津(期)時代, 泗?(期)時代로 구분되며, 이들 지역에는 각각 다른 王都文化를 남기고 있는 의 나 왕실의 묘지에서도 특징을 달리하고 있다.
그런데 만경강유역의 익산지역에는 고대도성의 구성요소인 王宮, 彌勒寺, 帝釋寺, 雙陵, 城郭 등 고고유적들이 이들 지역보다도 양호한 상태로 남아있다.
이와 더불어 백제말기 천도사실을 뒷받침하는 문헌기록도 남아있어 익산 역시 백제 왕도였음이 증명된다,
백제의 세 번에 걸친 천도는 각기 다른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데, 각 지역에 건설된 도성의 입지나 구조에서 이러한 천도 배경이 잘 반영되어 있다.
한성도성에는 백제의 초기기록이 잘 반영되어 있고, 고구려의 공격으로 왕이 전사하는 등, 급박한 정치적 상황에서 천도가 이루어진 웅진도성과 백제의 중흥을 시도하고자 건설된 사비도성의 경우 시대적 배경이 잘 드러나 있다.
한편 익산의 경우 학자들 사이에 천도와 관련하여 많은 논쟁이 있지만, 도성 구조에서는 어느 지역보다 완벽한 방어체계와 백제도성 최초로 궁성이 건설된 점에서 백제도성의 완전성을 살필 수 있다.
1. 익산 시기
1) 도성으로서 입지조건
중국 고대에 있어서 도성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원칙이 작용하고 있으며, 도성을 선택하는 데는 반드시 고려해야 할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지리적인 요인으로 산이 둘러져있고 물이 휘돌아 감싸는 형세라야 임금이 도읍하는 기운이 있다는 것이다.
둘째, 군사적 방어시설에 유리한 지형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셋째, 경제적으로 부유한 지역이면서 교통이 편리한 점을 들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익산지역은 도성으로서 입지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는 것일까? 익산지역의 지형을 보면 서쪽에는 금강이 굽어 휘감아 돌고, 동쪽에는 미륵산을 시작으로 금남정맥이 남북으로 병풍처럼 둘려져 있어 임금의 기운을 느끼기에 손색이 없는 지세이다.
이러한 지형은 금강이 방어시설이 되면서 금강의 동편에 작은 야산맥이 성곽처럼 자리잡고 있어 천연 방어시설이 되는 것이다.
또한 사비도성에서는 동쪽에 나성을 축조하여 사비도성보다 견고한 방어시설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익산지역은 미륵산에서 강경 쪽으로 흘러 들어가는 자연 하천이 발달되어 있고, 대둔산, 운장산, 모악산에서 발원하여 만경강을 통해 서해로 흘러 들어가는 자연 하천 역시 풍부한 수원을 제공하고 있어 농경을 하기에 아주 적합한 지역이다.
한편 철의 생산과 가공 집단으로 추정되는 완주 상운리 분구묘 피장자들은 농기구 생산을 통해 풍부한 농업 생산력을 더욱 높일 수 있게 했을 것이며, 무기 생산을 통해 군사적 방어력 증진에 큰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미륵산에서 모악산에 이르는 광활한 평야는 수도로서 매우 적합한 지역이었을 것으로 백제 중흥의 꿈을 이루기에 사비도성보다 오히려 유리한 입지를 갖추고 있다고 할 것 이다.
한편 도성 내에 왕궁을 배치하는데 있어서도 역시 여러 조건이 고려되었을 것이고, 이러한 조건들이 충족되는 곳에 궁궐을 조영했을 것이다.
그 가운데 도성이 계획적으로 이루어졌다면 풍수지리적인 면이 가장 먼저 고려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풍수개념은 일찍이 서주시대에 그 단초가 보이고 있는데, 중국 고대의 성시를 선택하는데 매우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한 대에 이르러 풍수술이 정식으로 흥행하여 사회 전반에 걸쳐 넓게 유행하였다.
그 후 육조시대의 통치자와 역대 봉건제왕들은 도성의 입지선정이 풍수가 국가의 장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깊게 믿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그들이 도읍을 정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사회 여론을 제어하는데도 풍수를 필요로 이용하였다.
그 외에도 풍수는 고대 중국에서 양택(선시, 촌진, 촌택)과 음택(분묘)의 지리선정과 이를 조성하는데 있어 계획과 설계의 이론과 방법에 이용되었다.
백제는 도성을 축조하는데 있어서는 국가의 미래가 달린 중대한 대역사이기 때문에 남조의 풍수사상을 채택하여 적용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곧 중국 남경의 건강도성은 중국 도성발사에서 동시대와 수 당대의 도시건설에 많은 영향을 끼쳤으며, 백제의 경우 육조와 활발한 교류가 있었기 때문에 사비기의 도성과 건강성 사이에는 지형, 공간구성 등에서 유사점이 있다 하겠다.
이와 같이 남조와 백제와의 활발한 교류관계를 고려하면 익산 왕궁성을 축조하는데 있어서 건강성과 같이 풍수지리적인 면이 작용되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익산천도를 단행하는데 있어서 왕실 내부의 갈등과 귀족간의 대립 등 정치적으로 매우 복잡한 상황이 전개되었을 것인데, 이러한 상황을 제어하고 천도설을 뒷받침하는데 있어서 풍수지리설은 매우 유익한 이론적 근거로 활용되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