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징계 의뢰 5명 중 2명은 징계시효 도과

3명은 경징계.. 검찰수사도 벌금형에 그쳐

불법백화점 수준의 행정 난맥상이 여실히 드러났던 제3일반산업단지 진입도로 공사와 관련해 감사 후속조치가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이뤄지면서 책임행정 구현이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익산시 건설국은 지난달 25일 브리핑을 통해 올해 국비 49억원 등 사업비 266억원이 확보돼 8차분 공사에 착공했고, 향후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2017년 전북도 종합감사 결과에 따른 징계 등 후속조치에 대해서는 감사담당관과의 협의가 필요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확인 결과 중징계가 요구된 관계공무원 5명 중 2명은 징계시효가 도과했다는 이유로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고, 3명은 경징계 처분을 받았다. 익산시가 스스로 검찰에 수사의뢰한 데 따른 조치 역시 3명 벌금부과에 그쳤다.

앞선 전북도 종합감사에서는 담당 부서와 시공사, 감리단 등 공사 관계자들의 짬짜미가 적발됐다. 지도점검 및 예비준공검사 미실시 등 법정의무 불이행, 과다 준공, 보고 태만, 허위 공문서 작성, 지연배상금 특혜성 면제, 설계변경 공사비 부풀리기, 관급자재 허위 검수, 안전점검 부적정 등 불법·부당 양태도 다양했다.

이에 전북도는 관계공무원 5명을 지방공무원법 위반을 이유로 중징계하라고 요구했다. 또 과다 지급된 공사비 59억9,901만원(법정이자 포함)과 관급자재비 11억4,176만원(법정이자 포함)을 회수하고, 과다 계상된 안전점검비 4억649만원을 설계변경을 통해 감액하라고 시정 요구했다.

이와 함께 허위 준공검사원 제출 및 부당 준공처리와 관련해 해당 시공사 및 건설사업관리업체에 대한 입찰참가자격 제한, 영업정지 또는 과징금 부과 등 적합한 제재방안을 마련하고, 해당 건설기술자와 건설사업관리기술자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고 통보했다.

게다가 시공사 측과 소송이 진행 중이다. 공기연장에 따른 간접비 요구와 순성토 운반거리 변경, 5차분까지 토취료 반영 등이 쟁점인데, 공기연장 인정기간에 상응하는 간접비와 시공사 측이 토취료 반영 등을 이유로 요구하고 있는 280억원 중 일부가 익산시의 손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상급기관 감사를 통해 불법백화점 수준의 불법·부당이 적발됐고 관련 소송이 진행되면서 행·재정적 손해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후속조치는 3명 경징계 및 벌금부과가 전부다.

익산시는 중징계를 의뢰했지만, 전북도는 상훈법 등에 따른 훈장 또는 포장, 표창을 받은 경우 감경할 수 있다는 징계규칙을 근거로 경징계 처분을 결정했다.

정헌율 시장이 취임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강조했던 ‘책임행정 구현’이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산시의회나 시민사회단체가 수차례에 걸쳐 명확한 책임 규명을 요구했지만,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입장만을 반복하면서 결국 흐지부지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 같은 행태는 행정적·재정적 낭비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행정 신뢰도를 추락시킨다는 점에서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징계 처분 역시 ‘내 식구 감싸기’식 온정주의가 작동했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지방공무원 징계규칙이 감경할 수 있는 사유를 규정하면서도 ‘부작위 또는 직무태만’을 감경불가 사유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익산시가 그동안 업무소홀이나 면밀한 사전검토 부실로 인한 정책결정 번복, 각종 분쟁 등 난맥상을 드러내며 행정력을 낭비하고 신뢰도 추락을 스스로 자초한 부분이 많다”면서 “그럴수록 수장인 시장이 단호하게 대처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강도 높은 대책을 마련해야지, 그렇지 않고 책임행정 구현하겠다든가 청렴도를 끌어올리겠다고 하는 것은 시민들에게 홍보용 이상의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