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문화관광재단이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된 지 8개월 여가 지났다. 기존 이사장(시장) 체제에서 대표이사 체제로의 전환은 재단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에서 비롯했다.

지역문화예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경쟁력을 쌓아 문화르네상스를 이뤄내겠다는 것이 당초 재단의 출범 이유이자 존재 이유다. 여기에 지난해에는 관광파트가 더해지면서 지역의 문화예술과 문화자원을 융합해 매력적인 상품을 만들어 고유한 방식으로 포장해 관광 활성화를 이끌어내야 할 막중한 책임까지 부여됐다.

하지만 출범 10년을 맞이했음에도 재단의 정체성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고, 익산시 출연조직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대표이사 체제 출범 이후 규약을 개정하고 직원을 충원하고 조직을 재정비하는 등 쇄신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 과도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대표이사를 필두로 한 재단의 자구 노력이 온전히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재단 구성원들의 역량 강화와 함께, 재단 운영을 위한 예산권을 쥐고 있는 익산시와 익산시의회의 인식 변화가 요구된다.

재단이 익산시 문화관광산업과가 할 수 있는 일이나 하고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생산하고 기획하는 두뇌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줘야 한다는 의미다.

 ◇ 500만 관광도시 표방.. 사업 추진의 컨트롤타워

익산시는 500만 관광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미륵사지와 왕궁리유적 등 세계문화유산과 정식 개관을 앞두고 있는 국립익산박물관, 전국 유일의 보석박물관이 있는 보석테마관광단지, 구도심 일원의 근대역사문화공간,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금강변 등을 활용해 관광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정헌율 시장의 핵심공약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 일환으로 추진된 것이 기존 문화재단에 관광파트를 더한 확대 개편이다. 재단을 문화관광 활성화 관련 정책 및 마케팅 컨트롤타워로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정작 재단은 두뇌가 아닌 손발의 역할에 매몰돼 있는 실정이다.

재단의 올해 주요사업은 익산 관광 생태계 기반 구축, 익산 문화예술 역량 강화, 수요자 중심 서비스 강화라는 3개의 큰 틀 아래 22개 사업이 계획돼 있다. 관광 생태계 조성에 우선순위를 두고 지역관광조직(DMO) 운영, 지역관광 전문인력 발굴·육성, 관광지 미스테리 쇼핑 운영, 테마가 있는 관광코스 개발 등에 주력한다는 방침이지만, 서동축제나 문화예술의 거리 활성화, 생활문화예술 활성화 지원 등 기존에 해왔던 것들이 대종을 이루고 있는 게 사실이다.

관광에 방점을 둔다면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이끌어낼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또한 콘텐츠가 일회성이 아닌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문화예술을 반영한 스토리텔링이 전제조건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매력적인 아이템이 필요하다. 국경과 신분을 초월한 서동과 선화의 사랑이야기 등 익산은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관광 활성화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한 번은 가 볼만 하지만, 두 번 이상은 추천하지 않는’ 방문지가 되고 있다.

가지고 있는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매년 서동축제가 열리고 있고 여러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정체성이 불분명하고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킬러콘텐츠가 없다는 치명적 약점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외부 방문객에 앞서 익산시민들의 저조한 관심도 문제로 지적된다. 재단과 행정의 마케팅이 하나의 수단이겠지만, 무엇보다 효과적인 홍보는 관광지를 다녀간 이들의 입소문이다. 특히 SNS 등 소셜미디어가 갈수록 발달하고 있는 요즘에는 소비자의 힘을 빌려 홍보 효과를 꾀하는 바이럴마케팅이 효과적인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미륵사지 한 번 가보지 않은 익산시민들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재단이 익산시민들의 발걸음을 이끌고 익산시민들이 관심을 갖게 할 콘텐츠를 발굴하는 데 진력해야 하는 이유다. 시민들의 관심과 자부심은 그 자체로 강력한 경쟁력이 된다는 측면에서, 효과적인 콘텐츠와 그 콘텐츠 저변에 시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작업이 긴요하다.

특히 재단은 기획을 하고 행정이 손발이 돼 전 방위적으로 추진에 나서고 지역 문화예술계가 협력자로서 참여하는 구조가 요구된다.

현재 재단의 모습은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을 여전히 받고 있다.

◇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 

출연조직으로서 가시화된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 탓에 문화 생산·기획이라는 본래의 역할은 뒷전이 되고, 익산시로부터 위탁받은 사업이나 정부 공모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해마다 시즌이 되면 전 직원이 매달리고 있는 서동축제가 대표적인 예다.

무엇보다 익산시 문화관광산업과가 해야 할 일이나 할 수 있는 일들을 재단이 하고 있는 모습은, 애당초 기본적인 체계와 방향 자체가 잘못돼 있다는 지적을 낳는다.

출범 당시부터 운영비보다 적은 사업비가 지역 맞춤형 자체사업 발굴·추진이 아니라 공모사업이나 위탁사업에 의존하게 되는 기형 구조를 낳는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지만, 매년 예산 편성 때마다 문제는 반복되고 있다.

독립성·자율성 강화 기치를 내걸고 체제 변화를 꾀한 만큼, 예산을 편성·심의하는 익산시와 익산시의회가 장기적 투자 개념의 예산 편성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문화관광 정책이라는 분야가 단기에 가시적 성과를 내기 힘들다는 점에서, 긴 호흡으로 지켜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와 함께 재단은 정체성을 분명히 확립하고 역량을 끌어올려 자생력을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

◇ 문화생산·기획자 집단으로 거듭나겠다는 방향성에 ‘기대’

재단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던 과부하 문제 해소를 위해 지난해 인력을 충원했다. 당초 계획보다 지연되기는 했지만, 재단에 꼭 필요한 인재를 뽑는다는 방침을 가지고 심층 면접을 진행했다.

올해부터는 충원시 인적성 검사 등 절차를 더 강화할 예정이다.

이 같은 방침은 재단을 역량 있는 전문가 집단으로 만들겠다는 의지의 발로다. 문화를 생산해내고 기획하는 전문가로서 가능성이 있는 인재를 선발하고 충분한 역량을 갖추도록 해 대내·외적으로는 재단 추진 과업에 있어 자부심과 자긍심을 갖게 한다는 취지다.

특히 경쟁력을 충분히 갖춰 각종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설득력 있게 예산편성을 요구하고, 문화예술을 가지고 시민들을 직접 대하는 연결고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겠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이를 통해 재단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독립성·자율성을 강화하는 한편 본래의 역할에 충실함으로써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재단 장성국 대표이사는 “아직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단계이지만, 앞으로 재단 운영 측면에서는 직원들의 전문역량 강화를, 사업 추진 측면에서는 관광 생태계 조성에 방점을 두고 힘을 쏟을 계획”이라며 “고도 익산이라는 역사문화에 기반을 두고 500만 관광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지역의 문화예술을 반영한 차별화된 관광브랜드를 만들고 확산시켜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