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와 다르지 않은 가해자”

익산환경공대위, 책임규명 및 책임자 엄중 처벌 촉구

익산환경문제해결 범시민공동대책위원회(이하 익산환경공대위)가 장점마을 사태와 관련해 불법행위 묵인, 역학조사 방해, 관리감독 소홀 등 명확한 책임규명과 책임자 엄중 처벌, 피해 주민들을 위한 현실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익산환경공대위는 지난 18일 ‘환경부의 장점마을 집단 암 발병 역학조사 결과에 대한 입장’이라는 성명을 통해 “익산시와 전라북도, 환경부는 장점마을 사태에 대한 책임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주민피해 대책과 환경재앙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대책을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환경부는 지난 14일 오전 10시 익산 국가무형문화재 통합전수교육관에서 장점마을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 실태조사(역학조사) 최종발표회를 열고 “비료공장과 주민 암 발생간 역학적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결론을 밝혔다.

비료공장이 퇴비(교반 공정)로 사용해야 할 연초박을 불법으로 유기질 비료 원료(건조 공정)에 사용했으며, 허술한 방지시설 관리로 건조 과정 중 휘발되는 연초박 내 담배특이니트로사민(TSNAs) 등 발암물질들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대기 중으로 배출돼 장점마을에 영향을 줬다는 판단이다.

1차적인 원인은 비료공장의 불법에 있지만, 보다 큰 문제는 이를 관리감독 해야 하는 익산시와 전북도가 그동안 방조 내지 묵인해 왔다는 점이다.

2001년 비료공장 가동 후 16년 동안 인근에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고 주민민원이 빗발쳤지만, 업체는 단 한 건의 행정제재를 받지 않았다. 오히려 2009년에는 환경우수업체로 전라북도지사 표창을 받기까지 했다.

익산시는 언론을 통해 사태가 불거지자 2016년 9월 이후부터 16건의 위법행위를 적발해 행정처분을 내렸다.

익산환경공대위는 “주민들이 죽거나 고통 받는 동안 행정은 업체와 별반 다르지 않은 또 다른 가해자일 뿐이었다”면서 철저한 책임규명을 촉구했다.

특히 “전북도는 2006년 12월 비료공장의 연초박 비료원료 추가사용에 대한 등록과정을 검증하지 못한 것을 행정부지사가 인정했고, 물고기 떼죽음과 지속적인 집단민원에도 2009년 환경우수기업으로 선정해 환경오염업체에 면죄부를 줬다는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익산시는 2015년 연초박을 불법으로 유기질 비료로 사용했다는 폐기물 실적보고를 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역학조사 기관에 비료공장과 주민 암 발병의 인과관계를 증명할 중요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방식으로 역학조사를 방해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관련자를 엄중 처벌함으로써 환경행정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환경관련 시설 인허가 문제, 주민민원과 감사요구에 대해 독립적인 행정기구를 통해 시민들이 참여하고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책임 인정하고, 명확히 책임규명하라”

익산시의회, 책임 있는 대책 마련 촉구

익산시의회(의장 조규대)도 성명을 통해 익산시와 전라북도, 환경부의 무책임한 그간의 태도를 지적하고 책임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의회는 지난 19일 “환경부가 지난 14일 장점마을 주민들의 집단 암 발병과 비료공장의 유해물질간 인과관계가 있다고 공식 인정했다.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으며, 장점마을 주민 여러분께 깊은 사죄와 함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그동안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했던 행정의 무책임함을 인정하고 장점마을 주민들에게 진정한 반성과 함께 정신적·육체적 피해에 대한 확실한 보상이 이뤄지고 제2의 장점마을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의회는 지난 2017년도에 역학조사 촉구 건의안을 채택하고 올해 3월에도 ‘익산시 함라면 장점마을 주민 집단 암 발병 사태의 조속한 진상규명 및 대책 마련을 위한 촉구 결의문’을 채택했으며, 수차례 장점마을 현장을 방문해 실태를 파악하고 시정질문과 5분 자유발언 등을 통해 행정기관의 책임을 묻고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면서 “이제야 인과관계가 명백히 밝혀지게 된 것을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하며, 살기 좋고 평화롭던 장점마을의 옛 모습과 주민들의 건강한 삶을 다시 되찾을 때까지 사태 해결에 앞장서서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장점마을 사태에 대한 책임규명, 주민피해 사후관리, 재발방지 대책 마련, 환경관련 인허가 절차 수행과정과 지도감독의 투명성 확보 등을 위한 제도 마련을 요구했다.

“행정의 무능, 업자의 그릇된 욕망, 제도적 허점”

익산 출신 도의원 4명, 행정의 공식사과 및 피해보상 촉구

익산 출신 김대오·김정수·김기영·최영규 전북도의원도 “장점마을 사태는 행정의 무능함과 업자의 그릇된 욕망, 제도적 허점으로 주민들이 죽음으로 내몰리게 된 것”이라며 행정의 공식사과와 피해보상을 촉구했다.

지난 18일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들은 “충격적인 장점마을 사태에 대해 매우 안타깝고 비통한 심정을 금할 수 없으며, 익산시 도의원으로서 장점마을 주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살기 좋고 평화로운 작은 시골마을에서 선량하게 살아가던 주민들의 피 끓는 호소와 몸부림이 행정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해왔다”면서 “정부가 장점마을 사태의 원인을 명백히 밝히고 공개한 상황에서 더 이상 전북도와 익산시가 무책임한 행태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전북도와 익산시는 비료공장의 불법행위를 묵인한 채 주민들의 호소를 외면했던 잘못을 인정하고 정점마을 주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하며, 주민의 아픔을 공감하고 그 상처를 보듬을 수 있는 것이라며 그 무엇이라도 행정이 발 벗고 나서고 주민피해를 인재로 규정하고 그간 주민들이 겪은 정신적·육체적 피해에 대해 확실히 보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일에는 김정수·최영규·최영심 의원이 세종시 환경부 정문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이며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정헌율 시장 “진정한 반성 있어야”

주민요구 최대한 수용 입장 밝히고, 주민 밀착 지원 주문

장점마을 사태와 관련해 정헌율 시장은 “진정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앞으로 주민들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 시장은 중국 출장 직후인 지난 17일 저녁 장점마을을 방문해 주민들을 직접 만나 사과의 뜻을 전했으며, 18일 오전 열린 간부회의에서는 시작에 앞서 장점마을 비료공장에서 배출된 유해물질로 인해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묵념을 했다.

이날 회의에서 정 시장은 “장점마을 암 발병 사태의 인과관계가 명백히 밝혀진 이 시점에서 우리는 처절한 반성과 함께 재발방지에 대한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