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전과 의혹 제기한 교직원 파면.. 노조 측 “명백한 탄압”

원광대학교(총장 김도종) 치과대학 입시에 교내 고위보직자의 자녀가 특혜를 받아 합격했고 그 과정에 학교 측도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특히 최근 학교 측이 해당 의혹을 제기한 교직원을 석연치 않은 이유로 파면 조치하고 이에 반발한 교직원노조가 관련 투쟁을 벌이면서, 원광대 입시스캔들로 비화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지난 32년 동안 원광대학교 교직원으로 근무해온 H씨는 지난 5일 원광대 학교법인 원광학원(이사장 신순철)으로부터 파면처분 통지를 받았다. H씨가 타 교수로 하여금 원광대학교에 대한 명예훼손을 하도록 교사 내지 방조했다는 게 징계 사유다.

H씨는 억울하다며 즉각 학교 측에 재심을 청구했다. 2015년 원광대 치과대학 전과 과정에서 입시부정 의혹이 있어 이를 교내 공식기구를 통해 공익적 목적으로 제보한 것이 전부인데 난데없는 중징계를 받았다는 입장이다.

H씨는 “학교 측이 자신들의 부정을 감추고 교내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관련자를 사법기관에 고발하는 것도 서슴지 않더니 공익 제보한 사람까지 내쫓는 결정을 내렸다”며 “재심을 비롯해 필요한 법적 대응도 불사하며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의 발단은 원광대 교내 전과 입시 과정에서 비롯됐다. 원광대는 2010년부터 2015년까지 한시적으로 의학계열 전과제도를 시행한 바 있는데, A씨가 치과대에 합격하는 과정에 부정전과 의혹이 불거졌다. A씨는 2회까지 응시할 수 있는 전과시험에 3회 시험을 봤고 학교 측이 이를 눈감아줬다는 것이 H씨가 제기한 부정전과 의혹이다.

원광대 의학계열 전과 모집요강에 따르면 2010년도부터 2012년도까지는 별도의 응시횟수 제한이 없었으며, 2013년도부터 비로소 2회까지 지원 가능하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A씨는 이미 2012년도와 2013년도에 연거푸 응시해 불합격 처리된 학생이었다. 2회까지 응시할 수 있다는 조건에 의해 더 이상 전과 시험을 볼 자격이 없는 셈이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2015년에 해당 학생이 다시 한 번 더 시험을 봤고, 결과는 합격이었다. 현재 A씨는 원광대 치과대학 본과 3학년에 재학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H씨는 학교 측이 특정인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주기 위해 규정을 임의대로 바꾸거나 해석했다며 학내 대학평의원회 등의 공식기구에 전과부정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해당 학생이 교내 고위보직자의 자녀라는 점에서 전과부문 학사관리에 조직적인 압력이나 개입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함께 제기됐다.

실제 원광대가 공고한 2015년도 의학계열 전과 모집요강은 다른 해와 달랐다. 2회까지 응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도 ‘2013~2014학년도 응시자 불가’라는 단서를 괄호 속에 달아 놓은 것. 특정인을 위해 전과 모집요강이 변경됐다는 의심을 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학교 측은 부정전과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학사관리 관계자에 따르면 2013년 바뀐 ‘2회 응시’제한을 소급해 적용하지 않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과거에 몇 번을 응시했든 상관없이 2013년부터 1회로 응시횟수가 기록된다는 것이다.

원광대 학사관리 관계자는 “시험을 준비하던 학생들이 갑자기 생긴 횟수 제한에 피해를 입지 않아야 하므로 2013년부터 누구나 1회 응시생인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총 3회 응시한 그 학생도 부정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H씨는 이와 같은 학교 측의 해명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명확해야 할 자격 제한 요건을 임의대로 해석해, 결과적으로 모든 학생들이 아닌 특정인에게 유리하게 적용됐다는 것이다.

H씨는 “법률 자문을 받아보니 괄호안의 사항은 예시에 불과해 2회 제한이 그대로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며 그게 상식이고 법”이라며 “다른 학생의 기회를 빼앗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기에 이를 제보했더니 학교가 교수를 고발하고 직원을 파면시키는 폭거로 대응하고 있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H씨에 대한 파면 결정에 원광대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 안순오) 측도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교내 곳곳에 공익제보자를 탄압하는 학교 측을 규탄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대학당국을 규탄하는 관련 집회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원광대교직원노조 안순오 위원장은 “전과부정의 진위를 떠나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는 공익제보자를 탄압하고 다른 교직원들까지 입을 다물게 만들기 위한 폭압적 징계를 일삼는 대학당국을 규탄한다”며 “부도덕한 대학권력이 정의실현을 부르짖는 구성원에게 무차별로 가한 폭력은 우리대학 역사에 매우 부끄러운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