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증가 및 도시확장 전제 ‘수정 필요’
기반시설 정비 등 재개발적 관점 벗어나
공동체복원 및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최근 국토연구원 연구 결과, 익산시가 ‘지속적 축소’ 경향을 띤 ‘점진형 축소도시’로 분류됐다.
축소도시는 인구감소와 이로 인한 유휴·방치 부동산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면서 위기에 처한 도시를 일컫는데, 연구원은 지자체가 낙관적인 미래 전망 아래 축소라는 현상을 인정하지 않고 성장 위주의 도시계획에 의존하는 것을 우려한다.
사실 익산의 축소도시 분류는 예견된 결과이기도 하다. 2012년에 발표된 국토연구원 연구용역 결과에서도 익산은 인구감소와 산업경제 쇠퇴, 주거환경 악화라는 3가지 지표에 모두 해당돼 심각한 쇠퇴가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이 같은 쇠퇴와 축소의 이유는 그동안의 성장 기반이었던 지역 산업구조가 지속가능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불안정한 인구구조와 지속적인 감소추이, 낮은 생산성 및 비첨단 산업 중심의 구조, 관광자원의 효율적인 활용 부재, 지역특화산업의 열악성 등이 도시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꼽힌다.
이에 소통신문은 세 차례에 걸쳐 익산시가 쇠퇴 및 축소하게 된 원인을 세부적으로 분석하고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Ⅰ. 왜 익산이 축소도시인가
Ⅱ. 익산의 잠재력과 가능성
Ⅲ.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
농업을 기반으로 했던 익산은 산업화와 더불어 도농복합도시로 거듭나면서 본격적인 도시화가 진행됐다. 보석·섬유·석재 등 전통적인 향토산업과 도로와 철도 등 교통요지로서의 입지를 바탕으로 각종 재화와 용역을 사고파는 거래가 많이 이뤄지는 이른바 교역(상업·교통)도시로 성장했다.
하지만 지속적인 인구감소 추이와 공실 증가 등 각종 지표는 현재 익산이 성장을 멈추고 쇠퇴 및 축소의 길을 걷고 있음을 나타나고 있다. 행정이 매번 도시계획을 세우고 살기 좋은 도시 건설을 표방하고 있지만, 그에 따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도시계획 자체가 아파트단지 건설이나 기반시설 정비 등 재개발적인 관점에 집중돼 있을 뿐, ‘지역공동체 복원’이나 시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삶의 질 향상’과는 거리가 떨어져 있다는 지적을 낳는다.
게다가 국토연구원의 우려처럼 지속적인 축소 현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낙관적인 전망에 기대어 성장 위주의 도시계획을 고집하거나, 인구감소의 늪에 빠진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계획을 수립할 때 달성 불가능한 인구 성장치를 내놓으며 축소 현상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실제 2007년 수립된 ‘2025년 익산시 도시기본계획’은 향후 ‘인구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과 다양한 국책사업으로 인한 ‘도시 확장’을 기본 토대로 하고 있다. 지난해 익산시가 내놓은 인구정책 역시 2025년 인구 35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도시계획의 세부 발전전략을 살펴봐도 교통기반시설을 이용한 거점물류단지 개발, KTX익산역 복합환승센터 구축, 한·양방의학 산업 육성 등 첨단산업 유치, 전통산업의 변천 추진, 경쟁력 있는 연구개발 단지 조성, 문화자원을 이용한 관광기반 조성 및 광역관광 개발 추진, 종교도시로서의 역량 강화, 귀농운동 및 생태마을 조성을 통한 농촌지역 활성화, 도시환경 개선 등 기존에 이미 실패를 맛봤던 사업이거나 현실성(예산 부족 등)이 떨어져 난항을 겪고 있지만 뚜렷한 대안 없이 청사진만 제시하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도시발전을 위한 미래 구상이 미처 그 효과를 나타내기 전에, 도시가 쇠퇴와 축소를 거듭하다 급기야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향후 일정기간 동안의 정책방향이 ‘인구 늘리기’가 아니라 ‘빠져나가는 인구 제로화’에 초점을 맞춰 도시재정비 기간으로 설정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 지역의 현황과 수요, 지역민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해 도시기본계획이 지속가능한 구조적 틀을 제시하는 방향성을 담고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공간창출과 개발로 시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 지속적인 인구 감소 및 고령화
국토연구원이 축소도시의 가장 보편적인 현상으로 꼽고 있는 것은 인구감소다.
1995년부터 2015년까지 20년간 익산시 연평균 인구변화율은 마이너스 0.46%를 기록하며 지속적 축소 경향을 보였다. 또 2005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독거노인 수는 연평균 3% 이상씩 증가한 반면 출생률은 들쑥날쑥하며 평균 1.302% 수준을 보이고 있다.
1999년과 2010년, 2011년에 전체 인구의 일시적 증가세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인구감소율 역시 전국 평균을 밑돌고는 있지만 지속적이라는 점에서 위험수준임이 분명하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이 같은 인구변화 추세가 지속된다면 2035년 익산 인구는 27만1,000명 수준으로 약 10.1%, 2040년에는 24만명으로 약 20.5%가 감소되고 갈수록 감소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 전북에서 전주 다음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이지만, 2035년에는 군산보다 규모가 작아진다는 것이다. 또 노인인구비율은 2015년 15.6%에서 2040년 44.3%로 증가하면서 10년 이후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산업구조
국토연구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익산의 산업구조는 ‘점진형 축소도시’에서 공통적으로 그러나는 특징인 2차산업(제조업) 중심의 구조를 띠고 있다.
특히 생산지향보다는 소비지향적으로 산업구조가 형성돼 있어 지역경제 활성화 기반이 열악하다. 2000년대 전후까지 익산이 산업구조는 저부가가치·저기술·사양 산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상태였고, 이에 따라 생산효율이 낮고 시장규모가 지역 내에 머무르며 고급인력의 흡수나 기술개발 투자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또 지역 업체들의 영세성과 자본 및 장비비율의 상대적 저조, 산업경쟁력의 취약, 지역특화산업의 열악성 등은 아직까지도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는 다양한 산업에 대한 지원 및 생산시설 확충의 어려움으로 이어지며 악순환을 낳는다.
그 결과 제조업 위주의 공단 외에 이렇다 할 일자리가 없어 분야나 적성이 맞지 않는 많은 지역인재들이 이력서 제출에서부터 타지로 눈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그동안 익산발전을 견인하고 지탱해 온 향토산업들마저 사양길에 접어든 채로 명맥만을 겨우 이어가고 있다. 시가 제도적 규제 완화와 다각적인 지원정책을 펼쳐왔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황등석과 1980년대 말 석재가공단지 조성을 기반으로 했던 석재산업과 한때 쌍방울과 태창을 필두로 호황을 누렸던 섬유사업은 1980~90년대 익산 지역발전을 견인했지만, 현재는 시설의 노후화와 경영여건 악화 등으로 침체일로를 겪고 있다.
보석산업 역시 중흥을 꿈꾸며 2010년 문을 연 왕궁 주얼팰리스가 절반의 입점업체가 자체 생산시설을 갖추지 못해 타 지역 유통매장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고 아파트형공장마저 공사가 늦어지면서 생산과 판매의 집적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한류패션 명품도시를 꿈꾸며 추진해 왔던 주얼리 유턴기업 유치는 절반이 넘는 업체가 투계계획을 철회하고 관망세를 유지하면서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 풍부한 문화관광자원에도 불구효과는 미미
상대적으로 열악한 산업구조를 극복할 수 있는 열쇠로 지목되는 것이 굴뚝 없는 산업으로 일컬어지는 관광산업인데, 익산은 이마저도 아직 준비 단계에 머물러 있다.
백제고도로서의 다양한 문화유산과 4대종교 성지로서 가지고 있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근시안적 행정으로 한옥마을이라는 테마를 전주에, 근대문화도시라는 타이틀은 이미 군산에 내준 상태다.
매년 관련 용역을 추진하고 예산을 쏟아 붓고 있지만, 차별화된 관광지 부재와 지역곳곳에 산재돼 있는 문화관광자원의 체계적인 네트워킹 부족, 숙박 등 관련 인프라 부족 등은 여전하다.
◇ 토지이용의 제약과 주변지역 여건 변화
도농통합 이전 이원화된 도시관리체계(국토이용관리법, 도시계획법)에 따라 농촌지역은 농지개량계획 및 농지현황을 기준으로 농림지역(농업진흥지역) 계획이 수립됐고, 이러한 농림지역은 적극적인 농지보전 정책에 따라 사실상 개발제한지역으로 이해되면서 도농통합 이후 도시공간구조 개편에 있어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개량농지를 포함해 부정형의 천수답이 농립지역으로 지정된 지역 중 도시발전 공간구조축에 위치한 지역은 선별적으로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외에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와 군산·김제·부안 일원의 새만금지구, 전주와 완주 접경지대의 전북혁신도시가 익산시 반경 60㎞ 내에 입지하고 있는 것은 가뜩이나 줄고 있는 젊은 층의 외부유출 가능성을 크게 하고 있다.
송승욱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