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30살이면 청년이지만, 건설업체는 30년이면 노인이다. 전국 어디나 마찬가지지만 특히 전북은 여건이 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30주년을 맞이한 제일건설은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변함없이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새로운 다짐을 하고 있다.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쓰는 것을 더 잘해야 한다.”

창립 30주년을 맞이한 제일건설을 이끌어 나가고 있는 윤여웅 대표이사는 건설을 종합예술이라 칭한다. 다양한 기술력과 디자인이 결합돼야 완성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좋은 도시를 건설하는데 일조하고 주택공급을 통해 서민주거 안정과 고용창출을 이뤄내고 있는 종합예술에 걸맞은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 역시 그의 지론이다.

1988년 설립된 제일건설은 지난 30년 동안 약 3만여 세대의 아파트를 건설했다. 그리고 올해도 전북은 물론 수도권에도 신규아파트를 연이어 공급할 예정이다. 이는 웬만한 대형업체도 이루지 못한 실적이다. 전북의 향토중견기업인 제일건설을 국내 유수의 기업반열에 올리는데 주저하지 않는 이유다.

윤여웅 대표이사는 젊은 시절 회사생활을 하다 30대 중반에 처음으로 건축자재업을 하면서 주택사업에 발을 들였다. 주택업자들에게 자재를 외상으로 공급해주곤 했는데, 돈을 떼이는 일도 적지 않았다. 또 어떤 업자들은 돈이 없다보니 짓던 집을 대물(代物)로 내놓기도 했다. ‘그럴 바에는 아예 내가 집을 짓는 게 낫겠다’ 싶었다. 그렇게 시작해 일생의 절반을 함께 해 온 제일건설은 그에게 보금자리이자 터전이며 가족이자 친구나 다름없다.

“처음 주택사업을 시작할 때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집을 제공하는 것이 보람 있는 일이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왕 집을 지을 바에는 이미 모든 면에서 앞선 수도권보다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양질의 주택을 값싸게 공급하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주택사업을 시작해 모현동에 150세대의 아파트를 지었는데 열심히 지어놓고 보니 입주민들이 그렇게 고마워할 수가 없었다. 당시 입주민들이 두 손을 꼭 잡아주면서 고마워하던 일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게 지금까지 오로지 주택사업에만 전념하게 된 힘이 된 것 같다.”

제일건설은 1988년 4월 27일 모현동에 150세대의 아파트를 분양했다. 첫 주택사업이었다. 이후 1991년에는 동산동에 297세대를 분양했고, 1993년에는 900세대에 이르는 영등1차 제일아파트를 분양했다. 1997년에는 1,177세대에 이르는 대규모 아파트단지인 영등3차 제일아파트를 분양했다. 이는 주택사업 10년 만에 1,000세대가 넘는 아파트를 분양할 만큼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성장했음을 의미한다. 이는 또 이미 지역 내에서 ‘제일’이라는 브랜드가 그만큼 인정받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해에 제일건설의 모현동 임대아파트가 매일경제신문이 주최한 ‘살기 좋은 아파트’로 선정됐다. 1997년은 제일건설의 사업영역이 좀 더 넓어진 해이기도 하다. 그해 12월에 일반건설업 면허를 취득하면서 주택사업뿐만 아니라 토목 및 건축 사업까지 건설업 전분야로 영역을 확장했다.

1990년대 말부터 대형업체들을 중심으로 단순히 회사이름으로 아파트이름을 붙이던 것에서 벗어나 브랜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제일건설도 2002년에는 주택시장의 브랜드화 추세에 맞춰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분양에 나섰다. 그해 12월 논산시 내동에 J-PARK라는 이름으로 950세대의 임대아파트 분양에 나섰고, 전주 여의동에서도 같은 브랜드로 737세대의 일반아파트 분양에 나섰다. 2002년에는 주택건설 진흥과 산업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산업포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 J-PARK라는 브랜드를 계속 사용하던 제일건설은 2005년부터 현재의 브랜드인 ‘오투그란데’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해 10월 부송동에 214세대를 ‘오투그란데’라는 브랜드로 분양했다. 이어 2006년에는 대전 낭월지구에 877세대를 분양했고, 화성 향남지구에도 400세대를 분양해 지역업체 이미지를 벗고 중부권 및 수도권 진출에 나섰다. 그리고 2008년에는 전주 송천동 센트럴파크가 ‘살기 좋은 아파트’ 주상복합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간 제일건설이 분양한 아파트를 보면 몇 백 세대의 작은 규모의 단지도 있지만 1997년 이후에는 1,000세대 안팎의 대단지가 많다. 이만큼 대규모 단지의 아파트를 분양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난해 3차에 걸쳐 분양을 완료한 대전 학하지구도 약 3,000여 세대에 이른다.

이 같은 성장은 품질과 인재경영, 그리고 수요에 대한 정확한 판단력이라는 세 요소를 축으로 하고 있는 경영철학 덕분이다.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지난 30년 동안 새벽에 일어나 현장을 점검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각 현장을 직접 방문해 관리하고 감독함은 물론 권위의식 없이 타 회사의 현장견학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자기계발과 관리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점검이 일상화돼 있으니 튼튼한 집이 지어지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주택사업에 첫발을 내디딘 1988년 2월 이후 줄곧 한길만을 달려온 그는 지방 중견건설업체로는 보기 드물게 대한민국 산업인력의 최고영예인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이후로도 지금까지 지역경제발전과 건설기술향상 등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다.

◇ 제일건설이 창립 30주년을 맞이했다. 지금까지 회사를 이끌어 온 경영이념은 무엇인지.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다.

회사의 성장은 결코 경영자 한사람만의 힘으로 되는 게 아니다. 직원들이 회사의 성장을 이끌어 준다. 직원들이 회사의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이 중요하다.

아무리 바빠도 각 현장의 공사가 추진되고 있는 과정을 일일이 확인하고 체크해 담당자들과 상의한다. 문제가 있으면 현장에서 바로 조치를 취하고 결재한다. 이렇게 현장에서 직원들과 호흡하는 게 주인의식을 심어주는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어려운 IMF때도 단 한사람의 직원도 떠나보내지 않았다. 지금은 직원들이 모두 가족과 같아 회사를 이끌어 가는데 큰 힘이 되고 있다. 이는 회사뿐 아니라 지역사회 발전에도 기여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제일건설의 경영이념은 ‘정도경영’, ‘고객중시경영’, ‘인재경영’, ‘안전경영’, ‘나눔경영’이다. 이를 압축해 표현한 말이 곧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가 아닐까.

결국 제일건설의 경영방침은 그것이 어떤 표현을 빌리든 간에 ‘더불어 사는 사회’의 다른 표현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 지금까지 성장해 오는 동안 어려운 상황들도 많았을 것으로 안다. 어떻게 극복해 왔는지 궁금하다.

사업을 하는 하루하루가 어려움 아니겠는가. 기업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데는 숱한 난관과 어려움, 그리고 많은 견제들을 극복해야 한다. 제일건설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단순한 이익창출만을 위해 회사를 운영하기 보다는 지역민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택했다.

수도권으로 회사를 이전한다면 많은 이익을 얻겠지만, 회사나 자신의 이익보다는 우리지역의 많은 가족들이 회사와 함께 생활하고 있기에, 그리고 많은 곳에서 제일건설의 도움을 필요로 하기에 지역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고자 한 것이다. 지역민과 더불어 살아온 것이 그동안 회사를 성장시키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다.

◇ 명실상부한 주택건설 명가 우뚝 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새로운 도약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설립부터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지켜온 모토는 신용과 성실이다. 설령 손해를 입더라도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그동안 신용을 지키고 성실히 주택사업을 해온 덕택에 제일건설이 탄탄하고 내실 있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최근 제일건설은 R&D(연구개발)의 개념을 벗어나 C&D(연계개발) 개념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상품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더 좋게 하는 개선안을 회사 내부에서만 찾는 것이 아니라 회사 밖의 전문가들을 이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남들과 일하는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최근 선진기업들의 화두가 되고 있는데, 제일건설도 발상의 전환을 통해 남보다 한발 앞선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회사의 가치나 기술개발을 위해 외부 전문가들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다.

최근에는 아파트를 준공할 때마다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살기 좋은 아파트를 여러 차례 수상한 것도 그런 덕분이 아닌가 한다.

앞으로 계획 중인 사업들도 분명히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제일건설의 노하우와 외부 전문가들의 노하우가 회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살기 좋은 아파트를 짓는 것이다.

모든 소비자들이 바라는 아파트를 짓기 위해 소비자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건설회사가 지녀야 할 자세가 아닐까 한다.

한때 수도권 외에 다른 지역에서 제일건설 본사를 자기네 지역으로 이전해 주면 많은 혜택을 주겠다는 유혹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전북지역만을 고집했고, 그 덕분에 전북도민들로부터 위로와 격려가 많이 있어서 보람과 자부심을 함께 느끼고 있다.

최근 수도권 및 대전에서 주택사업이 성공을 거두면서 차차 확장을 계획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전북지역에서도 꾸준히 주택사업을 지속할 생각이다.

◇ 지역사회에 대한 나눔과 봉사를 꾸준히 펼쳐 왔다. 간단히 소개한다면.

명절 때나 아파트 분양시에 어려운 이웃들에게 쌀을 전달하고 있다. 30여년 동안 설명절과 추석명절에 백미를 기부해 왔으니 8톤 대형트럭 200대 분량 정도 전달해 온 셈이다.

이는 우리 주위에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 생활보호자 등 어려운 분들이 너무도 많아 이러한 사람들이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도록 작은 정성이라도 보탬이 돼야겠다는 작은 소망에서 비롯됐다.

아파트 모델하우스 오픈 행사를 축하하러 오시는 분들께도 화환 등 일회성 소모품 기증보다는 불우한 이웃들을 뜻 깊게 보살필 수 있는 쌀로 기증을 해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더니 많은 분들이 협조를 해주셨다. 그분들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이번에는 30주년을 기념해 전라북도와 전주 인재육성재단, 그리고 익산시에 총 1억3,000만원의 성금을 쾌척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