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유일의 노숙인 보호시설.. 건강한 사회복귀와 복지증진
각종 프로그램과 사회적응훈련.. 재활을 통한 자립기반 조성

따뜻한 마음속에 열정과 결단력, 추진력이 매사 돋보이는 김영주 원장.

후덕한 외모에 사람 좋은 웃음을 가지고 있는 그는 명실상부한 자선원의 아버지다.

고등학교 졸업 후 원불교에 몸담으며 익산과 연을 맺게 된 그는, 원불교에서 운영하는 이리보화당에서 간사(행자)로 활동을 시작해 영산서원과 동산서원을 거쳐 훈련원 과정까지 10년 동안의 공부를 마친 후 정식으로 원불교 교무로서의 소임을 맡았다.

역전보화당과 부안 하섬 수련원, 봉동 수계농원, 원로원, 지체장애시설인 삼정원을 거쳐 지난 2013년 자선원에 부임한 그는 노숙자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으로 보다 더 좋은 시설, 재활과 자립의 의지가 강한 생활인들을 만들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애써왔다.

그러다 보니 집보다 자선원에 머무는 시간이 점점 더 많아졌고, 급기야는 버젓이 있는 집을 놔두고 자선원에 숙소를 마련해 숙식을 해결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집에 있는 아내에 대한 미안함은 갈수록 커져만 갔지만, 그럴수록 그는 자선원에 더욱 매달렸다.

이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자선원과 생활인들을 위한 봉사와 나눔으로 달랜 셈이다.
생활인을 가족과 같이 여기고 함께 호흡하며 노력해 온 김영주 원장.

익산 유일의 노숙인 보호시설인 자선원을 맡아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는 “주위를 돌아보려 하지 않을 뿐, 이곳의 생활인들도 모두 우리와 같이 살아가는 이웃”이라며 “생활인들을 위한 따뜻한 배려와 관심이 이들의 건강한 자립과 사회복귀를 진정으로 돕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 소중한 그들의 공간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녹색공원 사업으로 조성된 모정과 게이트볼장, 산책로와 옥외용 벤치 등이 설치돼 사계절 꽃과 나무들을 감상할 수 있는 녹색 숲 공원으로 거듭난 이리자선원.

익산 유일의 노숙인 복지시설로서 ‘맑고 밝고 훈훈하게’를 원훈으로 하고 있는 이리자선원은, 지역의 노숙인들이 심신 건강을 도모하는 한편 재활 및 자립을 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 이들의 건강한 사회복귀와 복지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공간이다.

지난 12일, 2013년 김영주(도영) 원장 부임 이후 끊임없이 변화를 해나가고 있는 이리자선원을 찾았다.

얼추 식사시간이 다 돼서인지 직원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외부에서 방문객을 맞이하는 깔끔하게 정리된 자그마한 정원, 가지런함이 묻어나는 현관과 복도를 지나면 이곳 생활인들의 보금자리가 한 눈에 들어온다.

김 원장의 소개에 따라 시설 내주를 둘러보는 와중, 이따금씩 오가는 생활인들의 모습에 전혀 경계의 모습이 없다.

으레 복지시설을 방문할 때면 이를 찾는 방문객들을 바라보는 생활인들의 눈빛이 여간해서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데, 금세 다가와 덥석 손을 잡는 자선원의 생활인들은 뭔가 달라도 다르게 보인다.

재활과 자립은 물론, 지역사회와의 소통과 구성원으로서의 자긍심을 강조하는 김영주 원장의 시설 운영철학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가지런히 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는 도서실과 생활인들의 복용약 현황이 깔끔하게 정리돼 있는 의료실, 이·미용실, 프로그램실, 의복실, 체력단련공간, 목용탕 등 깔끔하게 정리돼 있는 시설 곳곳에서, 자칫 잘못 가질 수 있는 노숙인 시설에 대한 선입견을 단번에 지울 수 있었다.

내부 소개에 이어 시설 외부를 둘러봤다. 언제나 활짝 열려 있는 정문은 물론이고 자선원에는 담장이 없다. 지역사회와의 경계를 없애기 위한 김 원장의 생각에서다.

여는 공원 못지않게 아담한 규모로 지어진 녹색공원에는 사계절 때를 맞춰 꽃을 피울 나무들과 자선원 가족들이 전부 모여 삼겹살 파티를 할 수 있을 만큼 넓게 만든 정자, 게이트볼장, 풋살장 규모의 간이 축구장 등이 자리했다. 이 모두 자선원 가족들을 위해 사업 지원을 받거나 외부 후원을 통해 마련한 공간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건물 뒤편에는 80여명에 달하는 생활인들이 사용하는 침구류와 의류 등을 세탁하기 위한 세탁실이 창고를 재활용한 공간에 마련돼 있는데, 대형 세탁기 여러 대와 2층 건조실까지 생활인들이 직접 빨래를 나르는 수고를 덜어줄 간이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다. 이 또한 김 원장의 아이디어로 생활인들이 직접 용접해 만든 것.

이처럼 지난 2년여간 자선원에는 김 원장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물론 직원 및 생활인들과 함께 해온 것들이기에, 더욱 소중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 생활인 복지를 넘어 지역사회로

“노숙인 복지시설 생활인들이 재활 및 자립의지를 가지고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 자선원은 이를 위해 신체·정신장애나 그 밖의 질환 등으로 치료와 보호가 필요한 노숙인들을 입소시켜 치료 및 각종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사회적응훈련을 실시함으로써 신체적·정신적 재활을 통한 자립기반 조성을 지원하는 시설이다.”

지난 2013년 2월 1일자로 부임한 김영주 원장. 노숙인들을 보호하는 시설의 장으로, 소외된 이들의 아버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의 뒷바라지를 하는데 모든 것을 쏟아 붓고 있는 그는 자선원에 부임하면서 몇 가지를 다짐했다. 그의 다짐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바로 운영의 투명화, 체계화로 신뢰받는 복지시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사랑받는 복지시설, 서비스의 전문화로 경쟁력을 갖춘 복지시설, 교화를 통한 행복을 만드는 복지시설, 마음공부로 존경받는 복지인상 구현 등의 자선원 운영방향이다.

이를 토대로 어느새 지역 노숙인들의 보금자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자선원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지역사회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러한 점들은 자선원이 올해 세운 주요사업계획(안)을 보면 잘 나타난다.

우선 지역사회사업이라는 이름하에 자선원은 희망봉사단 활동과 지역사회 정 나누기, 지역사회 축제 참여, 지역 무연고자 벌초사업 등을 계획하고 있다.

3월부터 11월 사이 연 6회 진행되는 희망봉사단 활동은 자선원 생활인 및 직원 40명으로 구성된 희망봉사단이 지역사회 환경정화 활동을 펼침으로써 지역사회 일원으로서의 자존감을 고취시키고 능동적이고 자립적인 생활태도를 향상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지역사회와의 동행을 목적으로 계획한 지역사회 정 나누기 사업은 분기별로 4회 실시되는데, 이를 통해 지역사회의 어려운 직업인들과 시설 후원자 및 자원봉사자, 대민봉사 기관 및 단체를 찾아 따뜻한 마음을 전달함으로써 자선원이 지역사회에서 사랑받는 시설로 거듭나고 자원개발을 도모하게 된다.

시설 생활인들의 문화체험을 목적으로 하는 지역사회 축제 참여는 연간 수시로 진행된다. 지역에서 펼쳐지는 각종 축제에 참여함으로써, 지역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하고 생활인들이 재미와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 무연고자 벌초사업은 추석 명절을 맞아 무연고자 묘지를 찾아 벌초를 하는 프로그램으로 나눔을 몸소 실천하며 선행의 기쁨을 나누고 효심과 참회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목적이다.

이외에도 자선원은 시설 관련 홍보를 통해 시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향상시키고 노숙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감소시켜 사회통합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홍보 및 대외협력 사업을 진행한다.

시설 사업 등 관련 정보제공을 위한 팸플릿이나 연간보고서 등의 작성, 외부자원을 활용한 홍보동영상 제작 및 캠페인 실시 등 홍보사업 기획, 홈페이지 운영, 신문발행, 협약(MOU) 사업 등을 통해 시설에 대한 인지도를 향상하고 후원이나 기부 등 시설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키는 한편 노숙인 복지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개선에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80여명에 달하는 생활인들과, 이들의 건전한 사회복귀와 복지증진을 위해 함께 호흡하고 있는 김영주 원장을 비롯한 17명의 직원들.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주위에 눈을 돌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나눔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그들의 자선원이 앞으로도 더욱 맑고 밝고 훈훈한 공간이 되기를 바라본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