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고의 노력으로 지정 취소된 전북무형문화재1호 지게목발노래 재지정 받아.. 함라에 둥지
올해 마을문화 공동체 의식회복 프로젝트 펼쳐.. 생활 속 문화운동으로 축적된 문화 꿈 꿔

“우리네 조상들은 지게를 지고 산에 가서 나무를 했다. 나무 한 짐을 해가지고 산을 내려오면 한겨울에도 절로 구슬땀이 날 정도였다. 이 때 등짐을 짊어진 나무꾼들은 피곤함을 잊고 흥을 돋우기 위해 노래를 불렀다. 악기는 필요하지 않았다. 지팡이로 쓰고 있는 작대기로 지게 다리를 툭툭 치며 장단을 맞추면 되었으니까.”

익산목발노래는 익산시 삼기면을 중심으로 익산 전역에서 불러지던 노동요이자 어엿한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1호인 소중한 유산이다. 노래에는 우리네 조상들의 삶이 묻어 있으며 몸짓과 장단에는 정신과 혼이 담겨 있는 셈이다.

하지만 나무꾼도 없고 지게를 짊어지지도 않는 현대에 와서는 수없이 사라져간 전통문화들과 같이 명맥이 끊기기 십상이었다. 이러한 소중한 조상들의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지켜왔기에 오늘도 목발노래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그 흥겨움을 직접 체험해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익산목발노래를 위한 가장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 중에 조현숙 회장이 있다. 전승자의 작고로 인해 지정 취소된 익산목발노래를 각고의 노력 끝에 발굴·연구해 살려낸 것도 힘든 일이었지만 그 뒤로도 계속해서 전승하고 확산시키는 노력을 해온 끝에 익산목발노래의 위상이 공고히 섰다. 모름지기 익산을 대표하는 무형문화재로서 우뚝 서게 된 것이다.

하지만 조 회장은 목발노래로 그치지 않았다. 둥지를 튼 함라면의 마을을 바라보고 공동체 문화 마을 만들기에 나선 것이다. 마을 주민들과 가까이에서 생활하며 뿌리내릴 수 있는 문화를 널리 퍼뜨리는 것이다. 그것이 주민들의 삶이 행복해지고 서로가 더불어 살아가는 마을이 되는 밑거름이 된다고 조 회장은 믿고 있다.

◇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활동 이전에 해왔던 일들을 소개해 달라.

조= 우리 단체는 2009년 살기좋은 마을인 함라면에 자리 잡은 뒤 두 개의 단체를 형성했다. 하나는 2005년 문화재 보유자인 박갑근 선생의 작고로 인해 무형문화재 지정에서 해제된 익산목발노래 재지정을 위한 익산목발노래보존회이고, 또 하나는 전통문화마을인 함라면의 문화공동체 의식회복을 위한 함라문화공동체 마을 만들기다.
그러한 일환으로 국가 지원 사업을 통해 함라면을 비롯한 주변 마을들의 세시풍속 관련행사와 함라 삼부잣집 등을 주제로 한 마당극, 함라둘레길 행사 주관, 함라꽃나무풍장 재현행사, 마을문화리더워크숍 등 다양한 행사와 공연 및 세미나 등을 개최하고 있다.

◇ 익산의 여러 마을 중 함라면에서 이러한 일들을 해온 이유는 무엇입니까.

조= 함라면은 유·무형의 문화자산이 산재해 있는 마을이지만 관리부족, 의식부족으로 인해 훼손되거나 사라져가는 문화유산 자산들이 많이 있다.
그 일례로 삼부자 가옥이나 기싸움, 꽃나무풍장, 함라토속 세시풍속 등 토속마을 문화가 풍부하게 형성돼 있는 마을인데 그런 소중한 것들이 사라져가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그리고 문화공동체 사업의 공동체 의식 형성에 큰 요인으로 거주자 특성요인이 있는데 함라가 고향이기 때문에 지역적이나 인적 관계에서 접근성이 용이한 것도 함라를 선택한 이유였다. 또한 5년 동안 마을 주민들과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소중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변화를 실천할 수 있다는 장점도 함라면을 둥지로 선택한 이유다.

◇ 지역특성화 및 공동체 교육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조= 문화프로그램은 주민들의 접근과 참여 유도가 쉬우며 만남과 배움, 그리고 변화를 자연스럽게 실천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 주민 상호간 커뮤니티 형성이 수월하다. 이러한 장점은 마을의 다양한 문제에 대해 소통하고 교류하도록 도우며 이러한 소통과 교류는 주민들의 마을커뮤니티 형성에 상호 작용으로 나타나게 된다.
곧 지역의 공동체를 회복하는 모습으로 발전해 결국 마을단위의 역량 강화로 이어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지원 사업인 2014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사업에 지정된 것은 한층 고무적인 일이라 하겠다.

◇ 마을공동체 문화가 이와 같은 교육지원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면 어느 정도 효과와 파급력을 가질 수 있는지 궁금하다. 목표하는 마을이 되려면 앞으로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도 궁금하다.

조= 굉장히 필요하고 중요한 질문이다. 왜냐하면 문화라는 것이 경제현상 처럼 단시일에 효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문화는 생활과 관습이 축적되고 그 축전된 것이 다시 쌓이면서 삶의 표현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시일 내에 가시적인 변화를 바랄 수 없지만 문화마을 만들기의 주요 목적을 ‘마을공동체 회복’에 두고 지역주민의 공동체 의식의 형성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또한 마을역량의 강화를 궁극적인 목표에 두고 있으므로 사업 진행 시 지원 및 방향성이 제대로 제시된다면 그 효과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우리 단체는 스스로 ‘독립군’이라 자처하며 활동하고 있을 정도로 어떠한 행정적 물리적 지원 없이 자긍심과 진정성으로 문화 공동체 의식의 회복을 위해 끊임없이 달려왔다.
여태까지 사재를 털고 구성원들의 기획력만으로 많은 사업을 해오면서 역시나 숱한 난관과 한계에 부딪히기도 했다.
익산시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켜가고 마을을 가꿔가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에 행정적 협력은 무엇보다 필요한 부분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행정에서도 지역문화를 이해하는 의식의 변화가 먼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지금까지 활동을 해오면서 어려웠던 것은 없습니까.

조= 마을 문화공동체 사업은 무엇보다 단체와 주민, 행정조직의 협력이 중요한데 6년 동안 함라면의 행정도움을 전혀 받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현재 면장님이 오고 나서 날개를 달고 주민과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커졌고 이에 세시풍속관과 함라작은도서관 등을 개설하는 성과도 이뤘다. 그리고 올해에는 지역특성화문화예술교육 사업을 행정의 조력을 받아 주민들을 위한 원활한 문화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최소 몇 년 이상 이러한 사업이 지속돼야 효과를 거둘 수 있는데 면장의 잦은 교체로 익어가는 문화공동체사업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부분은 익산시 문화관계자나 지자체장의 각별한 관심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 익산시민들에게 전하는 말씀.

조= 그동안 우리 단체에서 교육받은 인원만 2백명이 넘지만 단체 활동과 교육의 지속성이 연결되지 않고 있는 점을 아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무형문화재나 문화교육활동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 변화가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화를 ‘가치’와 ‘공유’로 인식하지 않고 ‘명분’과 ‘소유’의 개념으로 인식하게 되면 구 병폐에 아프고 반목을 초래하는 누를 범하는 일일 것입니다.
우리 단체는 수단과 방법을 원하지 않고 ‘인성’을 바탕으로 은근과 끈기를 가진 문화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많은 애정과 관심을 부탁드리며 열심히 임할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