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놀이, 무용, 판소리 등 전통문화 보급에 앞장서 익산 국악의 산파 역할 톡톡
연 10회 이상 요양원, 장애인시설 찾아가는 공연 펼쳐.. 국악이 진정한 대중가요

“총각 선생님의 신명나는 가락”

박국영 대표

솜리국악마당을 세워 지금까지 이끌고 있는 박국영(43) 대표는 경남 사천시 출신이다. 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그는 진주삼천포의 12차농악(중요무형문화제 11-1호)을 접한 후 국악의 길에 들어섰으며 부여 한울림교육원에서 김덕수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원)로부터 사물놀이를 배웠다.

그 후 춤과 판소리와 타악으로 대표되는 전통연희를 배워 본격적인 국악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 그는 제 2의 고향으로 익산을 선택했다. 그 이유는 익산이 소리의 고장인데도 불구하고 전혀 보급되지 않은 불모지와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런 그의 사명감은 서울 쪽에서 오라고 하는 제의를 거절하고 익산에서 활동을 펼치게 된 계기가 됐다.

박국영 대표는 “처음 솜리국악마당을 창립했을 때만해도 거의 최초여서 여러 기반이 없기 때문에 힘이 많이 들었지만, 이젠 솜리국악마당을 거쳐 간 사람들이 여러 가지 활동을 많이 하고 있어 전통예술의 보급에 일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정을 꾸리는 것도 잊을 만큼 전통예술의 보급에 심취해 있었다는 그는 익산을 고향 삼아 살며 기세배 전통 지도강사, 농업기술센터 풍물반 지도강사, 원광대 풍물동아리 강사, 한별초와 여러 자치센터 강사로 어릴 적 꿈을 이뤘다고 한다.

전통예술이 또 다른 삶이며 당당한 길이라는 자부심을 갖는다는 박국영 대표는 “요즘 여러 단체를 비롯해 활동들을 보면 익산시에 전통예술을 보급하는데 일조했다고 느껴 뿌듯하다”며 “연주를 하며 느끼는 신명이야 말로 독특한 우리의 전통이며 진정한 K-POP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악이라고 하면 쉽게 떠올리는 것이 농악이나 판소리 일 것이다. 그 밖에도 무용이라든지 궁중음악 같은 여러 종류의 국악이 있지만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고 향유했던 음악이야말로 한류를 대표하는 케이-팝(K-POP:한국 대중가요)이 아닐까.

호남을 대표하는 농악을 우도와 좌도로 구분하면 대체로 동부 산간지역의 농악을 좌도, 서부평야지대의 농악을 우도라 구별하는데 이는 판소리에도 비슷하게 적용할 수 있다. 우도 지역의 판소리를 서편제, 좌도지역은 동편제로 보면 거의 맞아떨어진다.

현대에 와서는 이러한 구분 없이 융화된 모습을 추구하거나 새로운 형식과 퍼포먼스를 가미한 국악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서편제와 동편제를 아울러 탄생한 동초제를 비롯해 모둠북(난타)이 그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익산은 예로부터 호남 우도 농악의 대표 중심지로서 풍부한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국악을 발전시켜온 곳이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악이라는 전통문화가 생활 속에 스며들지 못하고 대부분 맥이 끊기거나 몇몇 사람들에 의해 겨우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생활과 분리된 생활음악이 더 이상 맥을 못 추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풍부했던 익산의 ‘소리’는 생명력을 잃어갔다.

그런 상황에서 빈사상태에 빠진 국악을 익산이라는 소리의 고장에 널리 보급하고자 나선 단체가 바로 ‘솜리국악마당’이다. 솜리국악마당은 시민들이 전통문화를 쉽게 접하고 향유할 수 있도록 배움의 마당을 열어 보급에 앞장섰으며, 찾아가는 공연을 통해 흥과 신명을 북돋아 주는 전통연희의 전도사 역할을 다하는 익산 대표 전통예술단이라고 할 수 있다.

◈ 3만이 거쳐 간 국악마당

솜리국악마당은 지금으로부터 23년 전인 1990년 11월 그 발걸음을 시작했다. 당시 익산에는 전문적으로 전통 풍물을 배울 수 있는 장소가 거의 없다시피 했기에 가뭄에 단비 같은 일이었다.

익산에 첫 민간국악단체로 나선 솜리국악마당이 가장 먼저 목표로 삼았던 것은 학생들에게 전통문화를 보급하고자 하는 일이었다. 마을 단위의 문화가 침체되어 거의 사라진 당시에는 전통문화가 도외시당하거나 공백 수준이었고 마찬가지로 학교 교육에서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그렇기에 솜리국악마당은 전통문화를 잘 접하지 못하고 자라는 학생들을 최우선으로 우리의 ‘소리’와 ‘춤’ 등을 알리기 시작했다. 학교를 찾아가 가르치거나 풍물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모아 가르쳤다. 물론 일반인에게도 열어놓고 남녀노소 상관없이 배움의 기회를 제공했다. 솜리국악마당이 가는 곳은 자연스럽게 흥과 신명이 함께 따랐기에 쉼 없이 걸어온 시간들이었다.

현재 솜리국악마당에 약 108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지난 23년 간 학교를 비롯해 곳곳에서 솜리국악마당을 거쳐 간 회원들을 헤아리면 3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바야흐로 익산에서 전통문화가 꽃 피울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활동이었다.

◈ 전통연희가 어우러진 한마당 펼쳐

솜리국악마당은 단지 사물놀이만을 고집하지 않았다. 악기 연주를 비롯해 춤과 노래 등을 아우르는 전통연희를 통해야만 진정한 의미의 전통예술을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고 배울 수 있는 전통 타악이 주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솜리국악마당은 사물놀이를 비롯해 상고무, 무용, 판소리, 승무 등 국악 전반을 고루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또한 현재 학교나 사회에서 많은 보급이 이뤄져 각광받고 있는 모둠북(난타)도 함께하고 있어 그야말로 전통연희의 한마당을 이뤘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창립 초기부터 이광수 씨의 삼도농악 전수, 김덕수의 삼도사물놀이 전수,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1호인 삼기지게목발노래 풍물 강습 등을 펼치며 다양한 전통예술을 섭렵했다. 

이런 활동을 바탕으로 솜리국악마당은 다른 곳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전통예술 공연을 매해 무대에 올리는 한편 연간 10회 이상 찾아가는 공연으로 봉사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어르신과 함께하는 행복한 국악세상’, ‘장애우와 함께하는 국악사랑’ 프로그램은 솜리국악마당에서 배우고 실력을 기른 회원들이 직접 봉사에 참여하는 기회와 함께 전통예술의 보급을 소외된 이웃에까지 펼치는 장이 되고 있다.

솜리국악마당의 무대는 다채롭고 흥겹기 그지없는 전국 유일무이한 공연으로 유명하다. 부채춤을 비롯해 태평무와 같은 전통무용, 사물과 모둠북, 대금 시나위, 장고무(장고나빌레라), 농부가, 가야금 병창, 소고무, 각설이타령 등 그야말로 전통연희의 모든 장르와 가락을 한 무대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이므로 놓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이런 공연 실력은 각종 대회의 수상 경력으로 증명된다. 솜리국악마당은 2003년 7월에 열린 세계페스티발 타악공연 전통예술 창작부분에서 대상을 받았으며, 세계타악축제(경남 사천시)창작타악부분 대상, 서동요 풍물대회 대상, 전국 익산 타악 경연대회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 장보러 오거든 들리세요

솜리국악마당은 현재 남중동 북부시장 초입에 위치한 3층 건물의 지하에 배움의 공간을 열고 있다. 시청에서 북부시장 방향으로 내려오다 아케이드가 시작되는 지점에 위치한 건물인데 골목으로 조금만 들어오면 입구를 찾을 수 있다.

현재 솜리국악마당에서 열고 있는 강습은 사물놀이의 경우 화요일과 목요일 10시부터 12시 까지이며, 판소리는 토요일 오후 3시에 동호회 형식으로 만날 수 있다.

상고무을 비롯해 승무와 난타 반은 월요일과 수요일 10시부터 12시까지 열리며 전통무용은 오후 시간에 열린다. 그 밖에 다양한 배움의 기회 준비돼 있다.

익산 시민 누구나 솜리국악마당에 참여할 수 있으며 아무 때나 찾아와 구경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두고 있는데, 장보러 나왔다가 잠시 쉬는 시간에 국악의 흥겨움에 빠져보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