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창의력의 시대다.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창의력은 보이지 않지만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 따라서 사회전반에서 창의력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만큼 창의력에 대한 오해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본지는 창의적 학습법을 지도하고 있는 전문가를 통하여 창의력의 본질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창의력에 웬 공자님??
“공자가 말씀하시기를,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지금 창의력에 대하여 알아보는 데 2천 수 백 년 전 공자의 말씀이 나오니 한편으로 어색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 말 한 구절에 창의력의 속성이 대부분 담겨 있다. 사실 시간이 워낙 많이 흘러서 그렇지 그 시대의 공자는 정치·경제·사회·문화를 망라한 분야의 학문적 체계를  세웠고, 자신의 경륜을 정치를 통해서 폈던 매우 창의적인  사람이었다. 공자를 통해서 창의력에 대하여 생각해보자.

공자는 사실 성장배경이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따라서 그가 ‘조기 영재교육’을 받았다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기록에 의하면 공자는 어렸을 때부터 지적 호기심이 넘쳤다지만, 그가 땅바닥을 공책 삼아 글을 깨친 후 독학으로 학문을 한 것은 아니었다.

또한 당시 평균수명이 매우 짧았던 것을 감안하면 공자가 학문적으로 명성을 떨치기 시작한 시점은 결코 빠른 것이 아니었다. 즉 한 마디로 말해서 천재성이 빨리 나타난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공자는 제자백가(諸子百家)로 일컬어지는 많은 사상에 달통했음은 물론 역사, 시, 음악을 집대성하였다.

거기에 자연과 인생을 수리(數理)로 파악하는 역(易)과 심지어 물리지식에서도 일가를 이루었다. 역사상 짝을 찾아볼 수 없는 불멸의 금자탑을 세운 공자는 개천에서도 용이 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공자는 어렸을 때부터 지적 호기심이 매우 많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나는 한 평생 배우는 것을 즐겼다’는 공자의 말을 통해서 그가 보통 사람들과 달리 공자의 지식에 대한 갈증은 한 평생 동안 계속 된 것을 알 수 있다.

공자의 일대기를 보면 그는 하급관리 시절부터 관심의 영역을 계속 넓혀 왔고, 오랫동안 여러 나라를 주유하면서 당시의 쟁쟁했던 여러 분야의 석학들과 많은 교류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공자는 다방면에서 엄청난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였다.

지식에 대한 갈망, 치열한 현실비판의식, 폭넓은 지적 교류를 가능하게 만든 인적 네트워크 등은 개천에서 자란 공자를 중국 역대 황제들의 제사를 받은 ‘용 중의 용’으로 거듭 나게 한 원동력이었다.

사람은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로 생각을 한다. 마음속에 이미지를 만드는 능력인  상상력은 창의력을 만들어내는 모태다.

하지만 창의력은 상상력에 ‘바람직한 변화를 만들기 위한 행동’이 더해져야 한다. 공자가 틀을 만든 4서 중 대학(大學)에 “苟日新, 日日新, 又日新(진실로 하루가 새로우려면, 나날이 새롭게 하고, 또 날로 새롭게하라)”는 글귀가 있다.

중국의 전설적 성군이라는 삼황오제(三皇五帝) 중 한 사람인 은나라 탕왕은 대야에 이 글귀를 새겨 넣고 날마다 자신을 업데이트(update)하였다고 한다.

공자는 그동안 이론과 현실을 아우르면서 정립한 세계관이 고정관념이 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예리한 비판을 통하여 가치 있는 것을 취하고, 이 과정을 통해서 새로운 시각을 찾아냈다.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는 것 - 이것이 공자가 배우는 방법의 특징이었다고 보인다.  

공자가 살았던 시대에는 나무에 글을 썼고 이를 가죽끈으로 묶어서 책을 대신했으니 이를 죽간(竹簡)이라고 했다. 

공자가 주역을 공부하면서 가죽끈이 세 번이나 끊어져서 새 가죽끈으로 죽간을 묶었다는 일화에서 나온 고사성어가 ‘韋編三絶’이다.  매우 난해한 학문인 주역을 이해하기 위하여 공자는 한 평생 주역을 공부했다고 하니 아마도 수 백 번은 읽었을 것이다. 

이 얼마나 놀라운 도전의지인가!  공자보다 한참 뒤인 후한(後漢) 말기에 태어난 동우(董遇)라는 뛰어난 학자가 있었다. 

그에게 어떤 사람이 학문하는 방법을 묻자 그는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이라고 말했다. 즉 ‘하나의 책을 백 번 읽으면 그 뜻이 저절로 드러난다’는 말이다. 

동우의 방법론은 공자의 ‘위편삼절’을 이어받은 것으로 보인다.  하나의 주제를 오랜 기간 동안 연구할 때, 연구자는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과 관점에서 주제를 바라보게 된다.

하나의 문제를 대단히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복잡다난한 관점들이 정리가 됨에 따라서 마침내 뜻을 깨우치게 된다.

새로운 관점이 끊임없이 유입되면서 숙성과정을 거치는 것이 공자의 배우는 방법이 갖는 또 하나의 특징인 것이다.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지지자 불여호지자 호지자 불여락지자)”  공자가 한 말이다.‘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는 공자의 말씀이다.  올바른 지식과 정보는 창의력의 정원으로 들어가는 대문이다. 

하지만 이 대문은 ‘재미’라는 열쇠가 있어야 열 수 있다.  인간은 원래 재미없는 것은 싫어하는 성향이 있다.

재미있어야 생각의 숙성이 이루어지는 다양한 시도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 그러다가 어느 한 순간 자신도 모르게 뻥하고 창의력이 터져 나올 때 희열을 맛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창의력을 만들어내는  지속성은 단지 의지만으로 되는 것만은 아니다. 아마도 공자는 학문을 하는 올바른 접근방법과 함께 학문을 재미있게 함으로써 새로운 지혜를 터득하는 특별한 방법론이 있었던 것 같다. 

재미있으니까 계속 하고, 그러다 보니 깨우치고, 깨우치고 보니 또 다른 것이 보이는 창의력의 무한증식의 경지에 이른 것은 아닌가 싶다. 공자가 이룬 놀라운 업적을 놓고 볼 때, 공자는 엄숙하고 고지식한 사람이 아니라 때때로 엉뚱하고 유머가 넘치는 유쾌한 사람이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상상인가?   

3M의 초히트제품 포스트잇(Post-it)을 개발한 아트 프라이(Art Fry)의 일화는 창의력을 설명하는 데 자주 이용된다. 

찬송가 사이에 종이를 넣어서 주요 페이지를 표시하던 아트 프라이는 종이가 자주 빠져서 불편을 겪었다. 그 때 떠오른 아이디어가 발전한 것이 바로 포스트잇이었다.

아트 프라이는 이전에 3M이 실패하였던 강력접착제(잘 붙기도 했지만 잘 떨어지기도 했다)와 메모지를 결합시켜서 포스트잇을 개발한 것이었다. 

창의력, 참 쉽죠!~  하지만 이런 생각이 포스트잇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것은 아트 프라이가 실패한(?) 접착제를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직장에서 연구할 수 있었던 화학전문가였으며, 처음에는 하찮은(?) 불편함의 해법에서 출발하여서 많은 용도를 개발한 열린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이미 포스트잇을 개발할 수 있는 기본지식과 환경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극히 짧은 시간만에 나온 창의적 아이디어도 사실은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할 대안을 찾아낼 수 있는 기본적 지식과 경험이 뒷받침 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뉴튼이 떨어지는 사과만 보고 중력의 법칙을 깨달았겠는가?  창의력, 참 어렵나요?  /시매쓰 익산센터 원장 이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