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물갈이’ 안 한다지만 예비심사서 걸러낼 듯
후보공천은 2단계로 나뉜다. 1차는 자격을 따지는 예비심사, 2차는 경선을 통한 후보선출이다.
한나라당은 19일 공천기준을 마련해 발표했고, 민주통합당도 조만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호남지역은 한나라당 지지율은 낮지만 공천기준은 민주통합당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간과할 수 없는 요소다. 

◇예비심사

예비심사는 현역의원을 평가하고 예비후보자 수를 압축시키는 이른 바 ‘컷오프’다. 한나라당은 여론조사를 통해 전체 현역의원의 25%를 교체키로 했다.

여론조사기관이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현역의원을 다시 뽑는 게 좋은지, 바꾸는 게 좋은지 묻고 이 결과를 50% 반영한다. 또 상대 당 후보까지 포함해 누구에게 투표할지를 물어 30%를 반영하고, 지역구활동과 국회활동에 대한 만족도를 묻고 20%를 반영한다. 결과에 따라 하위 25%에 든 국회의원은 교체한다. 하지만 현역의원이 다른 후보들보다 지지율이 20% 이상 앞서면 공천하기로 했다.

또 모든 후보자는 도덕성 검증절차를 거쳐야 한다.

성희롱, 강간, 성추행, 아동 및 청소년 관련 성범죄로 벌금형 이상 받은 사람은 파렴치범으로 배제한다.

뇌물이나 불법정치자금 수수, 경선 부정, 직무유기, 직권남용으로 형이 확정된 후보는 범죄 시기와 상관없이 무조건 탈락시킨다.

또 세금탈루·부동산 투기 경력이 있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후보는 엄격한 심사를 거친다. 하지만 장애인이나 탈북주민, 다문화가정 출신 후보와 국가 및 당에 헌신한 사람은 검증을 거쳐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민주통합당은 지난 15일 전당대회 때문에 일정이 늦어져 아직 기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 의정활동 평가나 지역민심, 도덕성 등을 조사해 반영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어떤 형식으로든 자격심사를 통해 후보자를 거르고, 현역의원 물갈이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한나라당보다 강화된 기준을 적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한명숙 대표는 19일 광주를 방문해 "인위적인 물갈이는 없다"고 말했는데, 예비심사 과정에서 물갈이를 단행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호남 3선 이상 의원 물갈이론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성근 최고위원은 "후보의 도덕성이나 정체성을 먼저 심사한 후 경쟁력을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원 최고위원은 "공천혁명은 이뤄내야 한다. 하지만 호남물갈이론은 배재해달라"고 부탁했다.

◇본경선

본경선은 전략공천과 후보경선으로 나뉜다.

전략공천의 경우 한나라당은 전체 지역구의 20%, 민주통합당은 최대 30%까지 하기로 했다.

후보경선의 경우 한나라당은 전체지역구의 80%에서 당원과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개방형경선제로 뽑는다. 이중 당원 투표결과 20%, 일반국민 투표결과 80%를 적용해 최고득점자를 공천한다.

민주당은 당원이든 비당원이든 완전국민경선제로 후보를 뽑는다. 정작 중요한 것은 휴대폰 투표다. 투표를 희망하는 유권자라면 모두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데, 조직을 동원하거나 돈을 뿌려 투표를 하게 하는 행위, 다른 당 지지자들이 참여하는 것을 막기 위해 휴대폰으로 투표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휴대폰 투표를 희망하는 유권자의 정보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선거법이나 정보통신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지난 17일 한나라당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반응이 부정적이다.

본경선 방식이 어떤 식으로 확정될지는 미지수지만 민주통합당 내에서 계보나 유력 정치인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 및 재야운동권 세력, 한국노총 등이 망라된 민주통합당에서 특정 정치인이 계보를 챙길 경우 공천혁명이란 구호가 무색해지고, 내분 사태마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고위원들의 성향이나 출신이 제각각이어서 더 어렵다. 민주통합당의 전신인 민주당은 지난 18대 총선에서 공천심사위원가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며 인위적인 물갈이를 했지만 이번에는 양상이 다를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여성후보

여성후보나 남성 후보나 가산점제도는 관심대상이다.

한나라당은 지역구 여성후보 공천비율을 30%까지 끌어올리기로 노력한다는 방안을 확정했다. 때문에 어느 정도나 공천할지 미지수다.

다만 여성후보자에게는 신인의 경우에만 본인 득표율의 20%를 더해준다. 여성후보끼리 경선을 하거나 전현직 국회의원이라면 가산점이 없다.

민주통합당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최고위원회에서 전체 지역구의 15% 이상을 여성후보로 공천한다고 정했을 뿐이다.

새로 선출된 지도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되지만, 한나라당과 같이 전현직 여성의원에게는 가산점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익산에서는 을선거구에서 조배숙 의원과 전정희 후보가 여성후보 공천 지역구 지정 및 가산점제에 관심이 많다.

익산을이 여성후보 공천 지역구로 할당될지, 여성끼리 경선할 경우에도 신인에게 가산점이 부여될지, 탈락한 남성후보들은 누구를 지원할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