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는 전국 최초로 지역먹을거리(로컬푸드)운동을 조례를 통해 제도화시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원주푸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가 그것인데, 원주시가 지역에서 생산된 먹을거리를 체계적으로 육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09년 12월 31일 제정된 조례는 먹을거리에 관한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근거가 됐고, 지역먹을거리를 생산에서부터 가공, 유통에 이르기까지 유기적 시스템 구축을 가능하게 했다.

도농상생 식량주권 확보

조례는 크게 총칙, '원주푸드' 육성 및 지원계획의 수립·추진, 원주푸드위원회 설치·운영, 원주푸드에 대한 인증, 원주푸드의 생산·가공·유통·소비, 원주푸드 협력체계 구축 등 6장 32조와 보칙 1조로 구성돼 있다.

이중 총칙에서는 조례의 목적을 명시하고 있는데, 농촌환경의 보존과 시민의 건강증진 및 식량주권 확보를 위해 원주푸드를 육성하고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되어 있다.

원주푸드는 원주에서 생산된 먹을거리라는 의미로, 우선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적정한 가격을 보장하는 것이어야 한다. 특히 지역에서 생산, 가공된 후 직거래되거나 지역의 물류센터를 통한 2단계 이하의 유통단계를 거쳐야 한다. 3단계 이상의 복잡한 유통과정을 거치는 것은 원주푸드가 될 수 없다. 

농산물은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생산돼야 한다. 에너지나 농약 등을 적게 써서 탄소배출량이나 토양오염을 줄이는 방식 즉 저농약, 무농약, 유기농 등 친환경적 농법을 사용해야 한다.
3조에 밝힌 조례제정의 기본이념은 참신한 것으로 눈길을 끈다.

도농이 상생하는 나눔과 연대의 범시민적 지역공동체운동을 통해 농촌경제의 자립을 도모하고 식량주권을 확보하는 공익적 기능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또 농촌의 환경을 보존하고 도시민의 건강증진에 기여하며 생명농업과 건강도시를 구현한다. 농민과 소비자를 상대로 지속적인 식생활교육을 실시해 안전하고 환경친화적인 색생활문화를 실현한다는 포부도 들어있다.

로컬푸드의 체계적 육성과 지원

조례는 원주시장이 원주푸드를 육성하고 지원하기 위한 계획을 매년 수립하도록 의무화했다.
계획에는 원주푸드 육성에 대한 기본 방향이 제시돼야 하고, 원주푸드의 생산·가공·유통·소비에 관한 사항과 원주푸드 및 주요식품의 적정한 자급목표, 원주푸드 인증 등에 관한 사항을 담아야 한다.

또 원주시장은 매년 예산을 세울 때 원주푸드 육성 및 지원 예산을 우선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특히 시장이 예산안을 제출하기 전에 원주푸드 육성 및 지원계획에 대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도록 규정했다. 보고서에는 기존 정책에 대한 평가와 보완계획이 담겨야 한다. 행정조직도 원주푸드 육성에 맞게 정비토록 했다.

지역관리체제 구축

조례에서 특기할 만한 것은 지역먹을거리 문제를 총괄하는 지역관리체제(로컬거버넌스)를 구성토록 했다는 점이다. '원주푸드위원회'가 그것이다. 위원회는 시청 직원과 시의원, 시민단체, 교육청 직원, 농업인단체, 소비자단체, 가공유통단체, 전문가 등 25인 이내로 구성토록 했다.

원주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시는 조례에 따라 지난해 8월 23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구성했다.

여기에는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와 원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등 시민단체 인사 2명, 친환경농업인연합회와 농업경영인연합회, 농촌지도자연합회, 농업인새벽시장연합회, 치악산한우브랜드연합사업단 등 농업인단체 인사 5명이 포함됐다. 여기에다 원주생협과 원주한살림생협, 소비자시민모임원주지부 등 소비자단체 인사는 3명. 농협원주시지부와 원주친환경급식지원센터 등 유통업체 소속 인사 2명, 상지대 교수 2명도 입회했다. 위원장은 부시장이 맡고 담당 과장이 간사를 맡도록 했다.

위원회는 매년 2회 또는 수시로 열리며 원주푸드 육성 및 지원계획을 수립하거나 변경하고, 시장이 의회에 제출하는 연차보고서를 심의한다.

먹을거리에 대한 인증

조례는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생산량을 확대하기 위해 원주푸드 인증시스템을 갖추도록 했다. 인증 후에는 상표로 등록한다. 농산물뿐 아니라 원주푸드를 주로 사용하는 식당도 인증할 수 있다.

인증서에는 식품의 명칭, 무게, 성분, 생산자 및 가공자의 주소 이름 등이 기재된 인증마크와 함께 농산물재배지 주소나 수확연도, 고유번호 등도 수록할 수 있다.

인증은 1년마다 받아야 하고 먹을거리 인증을 위해 원주시장은 인증센터를 설립해 운영할 수 있다.

원주시는 2014년까지 정부지원을 받아 ‘원주푸드종합센터’를 건립할 예정인데, 이곳에서 인증작업도 병행할 계획이다. 

생산 유통 소비 독려

조례에서 강조한 먹을거리의 생산방식은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납품하는 방식의 소품종 대량생산이 아니다.

대신 농촌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해 양은 적더라도 다품목 방식의 생산을 독려하고 있다.

먹을거리의 가공은 같은 품종을 생산하는 농민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형식으로 하고 이를 위해 시장은 산학연관이 참여하는 농업클러스터를 육성할 수 있도록 했다.

유통은 원주푸드를 생산하는 농민이나 가공업체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방식을 채택하되, 유통과정은 2단계 이하가 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시장은 소비 장려를 위해 학교나 청소년시설, 사회복지시설의 급식에 원주의 로컬푸드를 우선 사용토록 해야 한다. 생산에서 소비까지의 이동거리를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규정도 삽입했다.

이 같은 작업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원주푸드종합센터를 설립해 운영토록 했다.

민관학 협력체제 구축

조례는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농민과 도시 소비자, 지역 공공기관장이 협력해 안전한 먹을거리의 생산과 소비를 독려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을 달았다.

또 원주푸드의 생산과 유통까지의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전용 인터넷 홈페이지를 제작해 운용토록 했고, 원주푸드의 날을 지정해 기념행사를 실시하도록 했다.

이 같이 원주시는 조례로써 지역먹을거리 운동 확산 추세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