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통인 박승(75) 전 한국은행총재는 28일 "한국경제가 이대로 가다가는 자본주의체제에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관련기사4면>

박 전 총재는 이날 오후 원광대 숭산기념관에서 '오늘의 한국경제, 문제점과 대책'이라는 제하의 특강을 실시했다.

그는 "한국은 90년대부터 경제는 성장하는데 국민들은 더욱 어려워지는 유래 없는 '빈곤화성장'으로 '빈부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지금 이 상태로 가면 국민들이 자본주의 질서와 시장경제에 신뢰를 보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극빈층 지원과 동시에 의료와 교육 혜택은 국민 모두 똑 같이 누릴 수 있게 해주야 한다"며 "이 세가지는 국가와 사회가 공동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값 등록금과 관련해서는 "자본주의시스템을 이대로 놔두면 부의 세습이 이뤄지고 가난한 사람은 계속 가난해지게 되는데 이러면 자본주의는 더 이상 견딜 수 없다. 아마 혁명 하자는 말이 나올 것"이라며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조금이라도 갖게 하면서 자본주의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게 교육"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는 돈에 따라 결정돼서는 안되고, 교육받을 기회는 모든 국민에게 공평하게 주어져야 한다"면서 반값 등록금이 아닌 유럽식 무료교육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강의에서 박 전 총재는 '사회복지세' 신설을 제안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기본적인 생계와 의료, 교육을 국가가 책임지기 위해서는 재원이 필요한데, 나는 사회복지세 신설을 주장하고 싶다"며 "개인에게는 총재산에, 기업은 이윤에 세금을 부과해 국민 1인당 세금부담율을 현행 20%에서 22%로 올리면 20조~30조 가량의 재원이 생긴다"고 말했다.
박 전 총재는 정부와 대기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정부에 대해서는 "지금 이 상황은 특단의 대책이 없이는 해결 될 수 없다"고 말한 뒤 "이익을 나누지 않고 자기만 살려고 하는 대기업부터 먼저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에 대해서는 "미국의 빌게이츠가 상속세 폐지에 반대한 이유는 국가가 소수 부유층의 이익에만 치중할 경우 자본주의 자체에 위기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며 "한국의 부유층과 대기업이 체제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총재는 끝으로 "나는 종합부동산세 부과대상이지만 종부세 폐지에는 한사코 반대했다"며 " '공동체적 성장', 즉 다 함께 잘 살자는 사회개혁이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22대 한국은행총재를 지낸 박승 전 총재는 1936년 전북 김제에서 태어나 이리공고, 서울상대를 졸업하고 청와대 경제수석, 건설교통부장관,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을 지냈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