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농촌진흥청이 흥미로운 결과를 내놨다.

지역에 생산되는 우수농산물을 학교급식으로 쓰는 지역의 학교와 그렇지 않은 지역 학교의 식단을 비교한 것이었다.

지역농산물을 급식재료로 쓰는 학교(나주시 순천시 합천군)는 그렇지 않은 학교(동해시 구미시 청송군)보다 과일을 세 배나 더 많이 줬지만 수입과일 제공 비율은 더 낮았다.

나물과 채소 무침은 더 많이 나온 반면, 튀긴 음식은 적게 나왔다.

또 지역농산물 이용 학교는 식혜, 수정과, 미숫가루 등 전통음료를 많이 내왔는데, 그렇지 않은 학교는 액상과당이 섞여 있는 음료수나 쥬스가 더 많이 나왔다.

이 같은 분석은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수입농축산물과 화학첨가제가 함유된 식품 섭취 때문에 아이들의 면역력이 약해지고 아토피 피부염 등 각종 질환이 걱정되는 학부모들에게 지역에서 생산된 친환경농산물을 아이들에게 먹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로컬푸드란

로컬푸드(Local Food)는 말 그대로 지역에서 만든 음식, 지역에서 생산한 먹을거리를 뜻한다.
지역농민이 생산한 먹을거리를 지역민들이 소비한다는 의미의 단순한 개념이 거창한 '운동' 또는 소비트렌드 형태를 띠면서 강하게 부상한 이유는 요즘 우리의 밥상이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각종 수입산 식재료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국산이라 하더라도 너무 먼 곳에서 이동한 재료들이 많다.

따라서 누가 어떻게 재료를 생산했고, 어떻게 유통됐으며, 유통과정에서 어떤 물질이 뿌려졌는지 알 수가 없고, 이런 음식을 먹는 자신과 가족들이 건강이 걱정이다.

로컬푸드는 이런 걱정을 없애준다.

로컬푸드 체제는 농민들이 생산실명제를 도입하고, 농민들이나 자치단체, 농협 등이 마련한 매장에서 농민이 도시의 소비자와 직거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소비자는 생산과정에 대해 안심할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하다.

계절별로 신선한 제철 농산물을 맛볼 수 있고 당일 수확한 먹을거리를 바로 장터에서 살 수 있기 때문에 신선도가 좋다. 

농민 입장에서는 들쭉날쭉 하는 농산물 시세 걱정에서 벗어나 안정적 판로와 소득을 얻는다. 대형마트는 대농들만이 납품할 수 있지만 로컬푸드체제에서는 양은 적지만 다양한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영세한 소농도 소득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지역의 돈이 지역민에게 풀리기 때문에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 수입산 농산물이나 먼 곳의 농산물이 소비자가 사는 곳까지 들어오려면 연료비와 인건비, 중간유통비를 들여야 하는데 이를 절감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도시 소비자의 로컬푸드 사용이 '착한 소비'라는 별명을 얻는 이유다. 

외국의 사례

△일본의 지산지소(地産地消)

로컬푸드 운동은 우리나라가 아닌 외국에서 먼저 시작됐다.

일본에서는 지역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지산지소 운동이 1990년부터 활발하게 일었다. 농민들이 직접 매장을 마련해 매일 신선한 지역의 농산물을 가져다 파는 형태다.
농협이 소유한 매장도 많다.

농민들이 중심이 된 채소생산그룹은 학교급식에 사용될 식재료를 공급한다.

그런가 하면 도시 한 복판이나 아파트단지 등에서 농민들이 정기적으로 지역농산물 판매장터를 열기도 한다. 또 식당에서는 그 지역에서 나는 농수축산물로만 요리하는 형태로 확산되고 있다.

△영국의 푸드마일리지

영국에서는 '푸드마일리지'(Food Milage) 줄이기 운동과 함께 로컬푸드가 유행하고 있는데, 푸드마일리지는 음식이 이동하는 거리를 말한다. 즉 농산물 수송량과 거리를 곱해 수치로 표현한 것인데, 적게 나올수록 탄소배출량이 줄어든다.

칠레에서 우리나라로 포도가 수입되는 거리와 익산시 함라면에서 익산시내까지 참외를 운반하는 거리를 비교할 경우 연료소비량 및 배기가스 배출량, 인건비 등 물류비 차이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이 거리를 단축시켜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도시의 건강을 유지하자는 게 푸드마일리지 운동이다. 학교나 병원 급식에 지역농산물을 우선 공급하고 농민이 대도시에 마련된 장터나 아파트 공터에 직접 농산물을 갖고 나와 파는 '농민장터', 지역농산물 사용 음식점 인증제 시행 등은 다른 나라와 비슷한 형태로 실시되고 있다.

△미국의 그린마켓

미국에서는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의 반대개념인 시간이 걸려도 직접 요리를 해서 먹는 슬로우프드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은 또 하나의 작물을 기업농 형태로 대량 재배하는 것에서 유기농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농사의 형태가 옮겨가고 있다.

도시에서 농산물을 직거래하는 장터인 '농민장터'는 전국에 4천개나 생겨났다.

뉴욕시의 그린마켓도 이중 하나인데, 70여 농축어민들과 소비자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시장이다. 주말에는 6만 명 이상이 찾는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도시에서는 시민텃밭 만들기 또는 텃밭마케팅이 유행이다.

시민들이 1인당 70달러를 내면 정원에 오이, 당근, 야채, 과일나무가 있는 작은 텃밭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가꿔주고 수확도 해주는 업체가 돈을 벌고 있다는 소식이다.

로컬푸드 국내에 확산

사실 로컬푸드는 따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도시화가 진행되기 전 우리나라의 모든 먹을거리 시장이 로컬푸드시스템이었다. 특정 지역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농민 개인이나 그 지역사람이 그대로 먹었고, 남는 것만 외부로 내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시화가 진행된 이후 우리나라는 2003년 전남 나주시에서 학교급식에 지역의 친환경농산물을 사용함으로써, 요즘 말하는 로컬푸드 시스템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많다. 이후 충남 천안, 서천, 당진 등 지자체에 퍼졌고, 최근에는 거의 모든 지자체가 로컬푸드를 입에 달고 있다. 

경기도 평택과 전북 완주군이 지역내 학교·기업·관청의 급식에 지역농산물 이용하기 운동을 벌이고 있고, 농민들은 시내 또는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 농민장터를 연다. 잉여농산물을 위해서는 대도시 시장을 개척한다. 전면적인 로컬푸드운동이다.

익산시와 비슷한 규모의 강원도 원주는 농민들이 자발적으로 마련한 원주새벽시장이 매일 열리고, 국내에서 처음으로 로컬푸드 인증제를 실시했다. 학교급식에도 지역의 친환경농산물 우선 사용을 명문화했다.

충청남도에서는 민선 5기 들어 도내 3~5개 자치단체를 묶어 2014년까지 권역별 학교급식센터 4개를 설립한다.

광주광역시에서는 시민단체가 주도한 로컬푸드 장터 '가는 날이 장날'이 아파트 단지 내 공터에서 열린다.

농수산물유통공사는 서울 강남터미널에서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 '바로마켓'이라는 농산물 직거래장터를 열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의 경우 사회적기업인 '내리사랑'에서 '보람찬바구니사업'을 하고 있는데, 매주 수요일 회원들이 건강한 밥상을 꾸릴 수 있게 신선한 야채가 든 장바구니를 배달한다.

경기도 성남시에는 성남농협이 주관하는 우리농산물장터, 고양시에서는 '행주치마유통사업단, 천안시는 천안목요장터, 충남 제천의 생태공동텃밭운동, 경기도 양평시의 '물맑은 양평' 시스템, 강원도 춘천시의 '춘천친환경농산물유통사업단' 등은 이미 유명세를 탄 로컬푸드사업이다.

익산시는 아직 특별한 사업이 없는 상태인데 지난해 출범한 익산탑마루유통연합사업단과 현재 구상중인 학교급식센터 등이 향후 로컬푸드사업과 연계해 사업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선 기자

학교급식
지역농산물로
농민-소비자 
직거래 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