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가 최근 잇따라 재판에 패소하면서 행정적·재정적 손실을 보고 있다.

재판에서의 패소는 익산시와 관련 공무원이 법 규정을 잘못 적용하거나 권한을 남용했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어서 뒤처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도 주목된다.

지난 16일 익산시는 폐기물처리업체인 진등산업 최우진 대표를 상대로 낸 1심 판결 항소심에서 광주고법 전주재판부로부터 기각 판정을 받았다.

지난해 5월 최 대표가 익산시장을 상대로 전주지방법원 행정부에 '폐기물처리 조치명령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한 뒤 항소한 결과였다. 변호사 비용은 익산시 부담이 됐다.

시 관계자는 패소 사유에 대해 "2개 기관에 폐기물 시료 검사를 맡긴 결과 1개 기관은 중금속 기준치 초과, 1개 기관은 적합판정이 나왔는데 1개 기관의 자료만 갖고 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최 대표 소유의 폐기물매립장(진등산업)에 매립한 지정폐기물의 중금속 함유량이 기준치를 초과한다며 전량 제거하라는 익산시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었다. 

재판부에 따르면 익산시 공무원은 2009년 2월 최 대표의 폐기물매립장에 예고 없이 들어가 8개의 시료를 채취한 후 2개 기관에 검사를 맡겼는데, 이중 3개의 시료에서 중금속이 초과 검출됐다는 '한국환경자원공사'의 검사결과를 근거로 같은 해 5월 모든 폐기물을 제거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최 대표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문제는 2개의 검사 기관 중 한국화학시험연구원에서는 기준치 미달로 나온 것인데, 익산시는 두 기관의 결과가 일치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결과치가 너무 차이 나는데도 제거 명령을 내린 것이다.

재판부는 당시 익산시가 사업장 점검사유가 없었는데도 공무원이  최 대표에게 점검 목적을 밝히지 않은 채 폐기물처리장에 들어가 시료를 채취해갔고, 시료 채취 전 폐기물을 혼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채취한 폐기물을 밀봉하지 않았으며 냉장장치가 되어 있지 않은 용기에 넣어 운반한 점을 지적했다.

따라서 익산시가 어떤 목적으로 불시점검을 했는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군사작전 하듯이 부적절한 방법으로 시료를 채취한 후 일방적인 검사자료를 갖고 업체에 막대한 손해를 입히려 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업체 대표와 익산시 사이의 보이지 않는 갈등을 전제하더라도 사용된 방법이 몹시 권위주의적이고 반민주적이라는 점에서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또 이 같은 행정행위는 평소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업체는 봐줄 수도 있다는 점을 짐작케 하는 것이라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려 관련 공무원을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익산시가 2009년 초 익산농협에 경축자원화센터 건립사업을 취소한 것에 대해 익산농협이 같은 해 2월 시를 상대로 전주지방법원에 처분취소소송을 냈는데, 이것도 지난해 9월 1심 공판에서 패소해 항소심을 앞두고 있다.   

김경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