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야 어야 이이 내로구나. 어허 어어 어야루 산이로구나 해야. 나는 그대 생각 허기를 하루면 몇 백번이나 허는디 그내는 내 생각 허기를 알 수가 없구나. 해에야."
지난 14일 초여름 한낮. '함라문화예술공동체'에 거의 다 왔을 때 여남은이나 될까, 흰 옷입은 사람들이 언덕배기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길을 제대로 찾아온 듯 싶었다.
익산시 삼기면 일대 농민들에게 전해내려오던 '익산 목발의 노래'(지게 지고 부르는 노래)를 재현하고 있다기에 오래전부터 소문만 듣고 있다가 이제야 찾은 길이었다.
여기서 노래와 율동을 전수하고 있는 강매실(66) 선생과 함라문화예술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는 조현숙(65) 대표를 만났다.

"전통은 이어야 허는 것이고"

"사라진 전통의 맥을 이어야지요. 그게 누구든 계승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왜 함라면의 골짜기에서 고생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강 선생과 조 대표가 당연하다는 듯 던진 말이었다. 

익산 목발의 노래는 삼기면 오룡리 일대에서 농민들이 지게를 지고 나무를 하러 가거나 일을 보고 올 때, 그리고 나무를 하며 부르는 노래다. 목발은 지게다리를 말하는 것으로, 지게와 지게다리를 나무로 만들었으니 목발이다. 농민들이 농사 지으면서 불렀던 것이라 '농요'이고, 일을 하면서 부르는 노래라 '노동요'다.

산과 들판에서 나무나 풀을 베면서 부르는 '산타령', 지게에 나무나 풀을 짊어지고 내려오며 부른 '등짐노래', 나무를 해서 집으로 돌아올 때나 짐을 지고 흥겨워서 지게의 목발을 작대기로 두르리며 부른 '지게목발노래'와 '작대기타령', 그리고 둥당기타령과 상사소리 등 6곡을 하나로 묶은 것이 '목발의 노래'다.    

목발의 노래는 1973년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1호로 지정돼 20여년간 왕성하게 불려지다가, 2001년 기능보유자인 박갑근 옹이 후계자 없이 타계하면서 노래꾼들의 활동이 갑작스럽게 수그러들었고, 공공기관은 지원을 끊었다. 몇 년간 활동이 뜸하다 싶더니 전라북도는 2005년 목발의 노래를 문형문화재에서 해지했다.

지금은 박갑근 옹과 생전에 노래를 함께 불렀던 강매실 선생이 함라문화예술공동체에서 노래와 춤을 전수하고 있고, 함라 출신이면서 풍물에관심이 많았던 조현숙 대표가 비용을 대며 전통의 맥 잇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함라예술공동체는 2009년 조 대표가 함라면 소재지 인근에 있던 산장 건물을 임대해 지인들과 함께 마련한 연습공간이다.

"맨 처음에는 이렇게 힘들 줄 몰랐어요. 돈도 많이 들어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디, 열심히 허다보면 익산시 같은 곳에서 지원도 해줄 것으로 믿었지요. 근디 안그러더라고요. 도중에 포기허기도 어렵고 히서 계속 허고 있지요."

노래와 춤을 전수하고 있는 강 선생도 어려움을 토로했다.

"박갑근 선생님 돌아가시고, 4개월 후 도청에서 연락이 왔어. 도청 이전헌다는디(신청사 준공 행사 때) 공연 좀 히달라고. 그런디 나는 노래를 전수만 받었지 단체를 이끌오 본 경험이 없거든! 또 그 때가 8월인가, 9월인가 그릿는디, 죄다 농사일이 바뻐서 공연을 못헌다는 거여, 단원들이. 그 때부터 보조금이 싹 중단돼 버리써"

강 선생은 그 후로 맥을 잇고 싶었지만 여유가 없었고, 그 때 조 대표를 만났다고 한다.

"노래를 살리긴 살려야 허겄는디, 살릴라먼 돈이 있어야 허는디, 형편이 어려워 5년이 그냥 지나갔어. 그리서 마음만 졸이고 있는디, 조대표님이 찾아 온거여. 문화재 소실시키먼 안된다고, 같이 살리자고.." 

"풍장과 노래는 나눠야 허는 것이네"

"우리가 힘들여 전통을 보전하는 이유는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과 후손들이 우리 조상들이 즐겼던 전통의 맛을 함께 나눌 수 있게 하기 위한 것 아니겠습니까?" 

의기투합한 강 선생과 조 대표 등은 2009년 2월 함라문화예술공동체를 만들고 사람들을 모아 연습을 하기 시작했고 곧이어 시범공연을 선보인다.

이 해 9월에는 전주 세계소리축제에, 10월에는 익산예술제에 초청돼 공연을 했다. 또 같은 달 김제 지평선축제서 시연을 했는데 호응이 좋았다.

11월에는 익산예총의 초청으로 공연을 했는데 이때부터 전라북도와 익산시가 조금씩 관심을 갖고 지원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4월부터 '3부잣집'이 있는 함라면 한옥마을에서 매월 정기공연을 벌였고, 5월에는 익산시내 솜리문화예술회관에서 정식 공연을 했다. 6월에는 한국방송이 주최한 '아름다운 길 걷기대회'에서 시범공연을, 10월에는 전주서 열린 세계소리축제에 초청받기도 했다. 또 서동축제 참가에 이어 11월에는 익산시가 주최한 함라산둘레길 개통 1주년 행사에서 공연을 했다. 12월에는 익산예총이 주는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나눔'의 결과였다. 이에 따라 처음 공동체를 만들 때 몇 명에 지나지 않던 단원이 지금은 48명에 이른다. 함라예술공동체는 목발의 노래 뿐 아니라 1990년에 끊긴 익산의 토속 풍장(농악.풍물)인 '함라 꽃나부(꽃나비) 풍장'을 되살리는 한편, 지역에 흩어져 있는 농요나 민요를 모아 재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전라북도 무형문화재로 다시 지정받을 수 있도록 심사 준비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함라문화예술공동체의 대표를 전수자가 아닌 조현옥씨가 맡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 무형문화재로 재지정되면 기능보유자를 누구로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논란이 많지만 우선은 무형문화재 재지정에 힘을 모으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 지게질은 남자가 주로 하는 것인데, 현재 함라예술공동체에서는 여성들이 주로 목발의노래를 재현하고 있다. 목발의노래가 활성화될 경우 이 점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