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재판에서 시장직을 유지하게 된 이한수 익산시장은 "이제부터는 상처받은 사람들을 보듬고 소통하는 시정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지난 5일 항소심 마지막 심리에서 행한 '피고인 최후진술'과 선고공판 다음달인 20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통해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발언 시간과 형식은 다르지만 숨가쁘게 달려왔던 민선4기 동안 소외되고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껴안고 화합과 소통의 정치를 펼치겠다는 내용은 같았다.

최후 진술 내용

재판과정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반성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역사회에 갈등과 혼란을 초래해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지난 4년간 너무 일에만 몰두한 나머지 주변을 배려하는데 소홀했고 소통하지 못한 점을 후회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지난 4년간은 빼앗긴 익산역사의 고리를 뚫고 지켜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열정으로 최선을 다했다. 사람보다는 일 중심으로 달려오면서 잘하고 있다는 생각에 더 큰 것을 보지 못했다. 이 순간 전북대 익산대 통합과정에서 일해주신 장석기 계장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또 이 일로 인해 크건 작건 상처받은 분들이 치유되길 간절히 바란다. 그동안 시정을 운영하면서 사적인 감정으로 일을 처리하지 않았는지, 공정하게 일을 처리했다고 하지만 수혜자가 있고 피해자가 있기 마련인데, 피해자를 배려하는 사후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는지 반성한다.

이번 재판과정에서 합법적이고 공정한 행정처리 과정에서 측은지심이 부족하면 지금과 같은 격한 갈등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앞으로는 비판의 소리와 소외감을 느끼는 소수의 사람들의 목소리에 보다 귀를 기울이고 소통과 화합으로 시정을 운영해나가겠다. 지금 익산시는 중요한 시기에 와 있다. 국가식품클러스터, 고속철역세권개발, 여성친화도시, 백제유적의 유네스코 등재와 고대도시 복원 등 굵직한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벌여놓은 일들을 잘 마무리 할 수 있도록 선처해달라.

기자간담회 요지

이번 재판에서 전북대 익산대 통합추진과정에서 고생한 관계공무원들이 무죄를 받아 평생 짐을 덜게 됐다.

이번 사건이 불거졌을 때 처음에는 속상하고 원망하는 마음을 가졌지만,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내가 모르는게 많이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 그동안 너무 빨리 달렸다는 생각이 든다. 이 과정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을 배려하고 책임있게 처리하는 것이 결여되어 있었고 '나의 과오가 크구나' 생각했다.

재판과정에서 나와 반대 입장에 있었던 사람들에게 이제 아무런 악감정이 남아 있지 않다. 모든 걸 집어던졌고 '그럴 수 있겠다'고 감정을 추수른 것이 이번 재판에서 거둔 결과다.

지난 4년간 누구보다 일을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는 그것이 성과로 나타나서 시민들의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새로운 것들을 벌이기 보다는 기존에 추진해온 사업이 결과를 맺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

또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만들어진 좋지 않은 인연들도 차분하게 인간적인 복원을 해내겠다.

가치관과 신념을 갖고 열심히 했는데 이렇게 일 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소신대로, 확신대로, '이게 옳다'고 생각해서 일을 했는데 이런 길이 참 어렵고 반발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회라는 게 이렇게 빨리 가게 되어 있지 않더라.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을 실감했다. 정치하려는 사람에게 시장은 3D업종이라고 말하고 싶다. 열정을 갖고 일하면 몸과 정신이 너무 힘든 게 시장이라는 직책이다. 내가 시장이 되기 전에는 인간관계와 건강 모두 좋았는데 시장 하면서부터 다 무너졌다. 처음에는 나는 '왜 이렇게 내 마음을 몰라주는가' 하고 사회를 원망했으나 이번 재판과정에서 나의 욕심과 소신, 열망을 이 사회에 맞도록 조정하는 것이 옳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정리=김경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