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의 증가 및 감소는 근본적으로 ‘먹을 것’에서 비롯된다. 먹을 것을 놓고 사람들은 문화를 형성한다.‘문화’라는 개념은 먹을 것을 생산하고 소비하기 위한 인간의 활동을 빼놓고 생각할 수가 없다. 먹을 것으로부터 출발한 문화는 구조를 만들고 구조는 다시 문화를 만든다. ‘먹을 것’이라는 최대 공배수 안에서 문화와 구조라는 최소 공약수가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인간의 이성적 사고와 창조적 활동이 더해지면서 점차 먹을 것과 동떨어진 분야로 문명이 확장된다. 문명은 때로 먹을 것과 상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먹을 것이라는 토대가 없어지면 모래성처럼 무너지고 만다.

글싣는 순서

1. 조선시대의 인구에 대한 생각
2.인구증가와 감소
3. 익산의 인구 변화 
4. 인구늘리기 해법은 있나

먹을 것의 증가와 인구 증가

인구 증가는 먹을 것을 늘림과 동시에 시작됐다. 실제로 인류의 역사는 근현대 약 200년간을 제외하면 먹을 것을 늘리려는 활동 그 자체였다.

더 많은 짐승들과 물고기를 잡기 위해 도구를 만든 신석기 혁명,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 아시아국가에서 나타나는 농업중시 사상과 끊임없는 농업시설 및 농법 개량, 서구에서 일어난 산업혁명과 농업혁명은 사람의 활동이 먹을 것을 확대하고, 인구를 늘리는 쪽에 집중됐다는 점을 보여준다.  근현대에 이르러서는 의학이 발달하면서 그 이전보다 비교적 큰 폭으로 인구가 늘어나게 됐다.

미국의 철학자 화이트헤드는 '이성의 기능'이라는 저서를 통해 사람이 '살기 위해, 잘 살기 위해, 더 잘살기 위해' 이성을 발휘해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살기 위해서는 먹을 것을 생산해야 하고 더 잘 살기 위해서는 먹을 것을 더 많이 늘려야 한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먹을 것을 차지하기 위한 관습과 투쟁

인구는 어떻게 줄어들까. 기근이나 질병보다는 먹을 것이 부족하거나 먹을 것을 차지하기 위해 싸울 때 가장 많이 감소된다. 식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종족을 보존하려는 욕망 때문에 끊임 없는 전쟁과 약탈을 벌여왔다.

영국의 경제학자 맬서스는 '인구론'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인구는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식량에 따라 조절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먹을 것이 부족하면 입을 줄이거나 남의 것을 빼앗거나 생산력을 늘리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맬서스는 식량 부족이 결국 전쟁과 약탈, 사람을 죽이거나 버릴 뿐만 아니라 출산율을 감소시키는 각종 풍습 같은 죄악을 발생시킨다고 말했다.

19세기 초 맬서스는 식량부족이 어떤 풍습을 낳게 됐는가를 상세히 열거했는데, 당시 아메리카 인디언 부족의 경우 여성을 학대해 임신을 억제하는 풍습을 갖고 있었다. 또 남자들은 성욕을 억제할 정도로 육체를 학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항상 먹을 것을 걱정해야 하는 "야만인들의 공통된 특징"은 여성을 경멸해서 출산을 억제하는 것이었다. 여성에게 지나치게 일을 많이 시키거나 임신한 여성을 돌보지 않거나 아기를 버리게 하거나 죽게 만드는 풍습이 그것이다. 

고대 영국이나 뉴질랜드 등 섬나라에서 인구를 줄이기 위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세 가지 특징은 결혼 전 난잡한 성교, 약탈과 전쟁, 유아살해다. 또 사람을 먹는(식인) 습관과 남자의 거세, 여성의 음부 봉쇄, 만혼(늦은 결혼), 독신의 찬미, 일찍 결혼한 여성에 대한 징벌 등이 나타난다고도 했다. 

몽골 등 아시아 목축민들은 먹을 것을 찾아 끊임없는 약탈과 전쟁을 벌였고, 정복 후에는 피정복민을 모두 죽이거나 노예로 만들어 사람의 입을 줄였다. 먹을 것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과 약탈은 현대 들어서도 마찬가지며, 많은 사람들이 전쟁으로 인해 죽고 있다. 현대 들어 전쟁과 약탈은 먹을 것 자체보다는 먹을 것을 생산하기 위한 수단을 얻는데 집중된다.

달라진 게 있다면 먹을 것이 충분한데도, 현 상태를 유지하거나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싸움을 한다는 점이다. 러시아의 그루지야 침공과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대표적이다. 러시아가 친서방정책을 추구하던 그루지야를 공격한 것은 그곳에 송유관이 지나가기 때문이었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것도 '대량살상무기'가 아니라 석유가 원인이었다. 석유나 가스 등 에너지자원은 먹을 것을 생산하기 위한 수단이다.  현대 들어 선진국들은 먹을 것을 선점하기 위한 조용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최첨단 농업기술 개발과 더불어 더 많고 우수한 종자를 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전라북도의 인구 증감

특정 지역에서의 인구 증감은 먹을 것을 늘리기 위한 정책 및 사회구조와 긴밀히 관련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먹을 것을 늘리기 위해 정부 주도적으로 산업을 일으키고 고도화시겼고, 경부선을 축으로 한 경제개발이 진행되면서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됐다. 특히 1차 산업에서 2,3차 산업으로 구조가 재편되면서 농업인구가 많았던 전라북도는 큰 폭으로 인구가 감소했다.

산업구조가 식료품 중심의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으로 변하기 시작한 1970년 전라북도 인구는 238만명이었다. 그러던 것이 1980년에는 228만, 1990년 200만으로 줄다가 2001년에는 200만대가 무너져 199만9천명을 기록했다. 이어 인구는 계속해서 감소했는데 2009년에는 187만명으로 40년간 51만명이 줄었다.

게다가 국토의 발전이 특별시나 광역시 중심의 거점 형태로 개발되고, 전북의 경우 정치적인 이유로 경제적인 자원분배에서 소외됐다는 점이 전북 인구감소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많은 전북도민들이 수도권으로 이주했는데, 주요 원인은 교육(33%)과 일자리(32%) 때문이었다.

문제는 교육이 우리나라에서는 먹고 사는 문제와 직접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에서 교육받는 이유는 이곳에서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나와야 일자리를 잡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일자리는 먹을 것을 얻을 수 있는 소득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매년 3만여명의 도민이 먹을 것을 찾아 떠나고 있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