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민들과 전북도민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해주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목적으로 허가된 웅포관광지 개발사업이 골프장 사업으로 전락해버린 마당에 전라북도가 업자의 책임을 '모르쇠'로 일관하는 속사정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시민들이 많다.

특히 지난 13일 '전라북도 행정심판위원회'가 개발업자인 '웅포관광개발주식회사'의 손을 들어주면서 파문이 더욱 커진 상태다.<관련기사 본지 1월17일자 1,2면 참조>

지난해 11월 익산시는 개발업자가 시민휴식공간을 조성한다는 당초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앞으로도 이행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공사기간을 3년 연장해달라는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업자는 웅포관광지 개발 허가를 받을 당시 골프장이라는 이권을 갖는 대신 콘도와 호텔, 골프학교, 자연학습장, 다목적광장, 피크닉광장, 산책로 등을 조성해 시민들이 쉴 수 있는 관광지를 만들기로 협약했다. 협약 당사자는 익산시였고, 전라북도가 계획을 승인했다. 

하지만 업자는 익산시의 조치가 부당하다며 전라북도 행정심판위원회에 제소했고, 심판위원회는 익산시의 처분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심판위원회는 행정부지시가 위원장, 도청 기획관리실장이 당연직 위원으로,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한다고는 하지만 도지사의 의지와 별개일 수 없는 관계다. 또 외부인사 명단이 외부로 유출돼 사전 로비에 노출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민간위원들은 변호사, 교수, 전직 공무원 등인데, 도지사가 위촉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번 행정심판이 문제가 되는 것은 2000년도부터  본격 추진된 이 사업이 '공익사업'을 가장한 사익추구의 장으로 전락했는데도 불구, 사업을 승인한 전라북도가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관광개발이 표류되고 있는데도 정상화 방안도 찾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2008년 감사원 조사를 거쳐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는데도, 전라북도의 시정노력은 없었다.

공익사업이라는 명분 하에 땅을 빼앗긴 익산 주민들, 업자와 행정기관 사이에서 익산시민들만 소외당하고 있다고 비판받는 이유다.

감사원의 지적에는 ‘모르쇠’

감사원은 2008년 9월 익산시를 상대로 웅포관광개발사업에 대한 감사를 벌였는데, 재원조달능력과 사업수행능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하는 등 정상적인 관광개발이 될 수 있도록 하라고 익산시에 권고했다.

감사원이 우선 지적한 것은 민간사업자 선정이 잘못됐고, 사후관리도 부실하다는 것이었다.
당시 민간투자사업법에 따라 업자는 전체사업비 가운데 25%(438억원>를 자기자본으로 충당해야 하지만 자본이 50억원 밖에 되지 않는 웅포관광개발(주)에 사업을 허가한 사실이 적발됐다.

여기에다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호텔과 전원형 콘도, 골프학교 등은 관련 부처의 인허가도 받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업자는 50억원을 갖고 총사업비 2천억여원의 사업을 시작했는데, 나머지 비용은 모두 금융 차입 또는 회원권 분양으로 충당하려고 했다. 이에 따라 자금이 부족해 골프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설이 착공되지도 못한 채 중단된 상태다.

감사원은 업자의 재원조달능력에 대한 검토, 업체에 자기자본 확충 이행 촉구, 새로운 민간사업자 선정 등을 권고했지만 전라북도는 이번 행정심판에서 감사원의 지적을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에 따라 부실한 업체에 또 다른 특혜을 줬다는 지적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한 것으로 지적된다.   

특혜 시비속 감독은 부실

그런데도 전라북도는 2006년 웅포골프장을 당초 27홀에서 36홀로 늘리는 사업계획을 승인했다. 세계골프챔피언십대회를 치르기 위해서는 27홀짜리 골프장으론 안된다는 게 이유였다.

이에 따라 총 74만평의 부지면적 가운데 골프장 부지는 23만평에서 31만평으로 늘어났다. 대신 익산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휴양시설은 6만4천평에서 5천900평으로 눈에 띄게 줄었다. 공공편익시설 또한 2만4천평에서 1만700평으로 줄었다. 한마디로 골프장을 위한 사업이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전라북도는 또 사업기간도 2006년 12월 31일에서 2010년 12월 31일로 4년 연장해줬다.

그러나 4년 동안 업자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미등록 상태로 골프장을 불법 운영하면서 영업에만 몰두했다. 2007년에는 콘도를 짓다가 건축업자가 부도나면서 공사를 중지했다.

그러면서 업자는 같은 해 호텔을 짓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익산시에 전해왔다.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는 취지였다. 익산시청 담당 공무원은 구두상으로 동의했다.

그런데 업자는 또 2009년 10월 다시 사업계획 변경해달라고 익산시에 요구했다. 공사기간을 4년 더 연장해달라는 내용이었다. 2006년에 이어 다시 편익시설 및 휴양오락시설 조성계획을 변경하겠다는 내용도 들어있었다.

익산시는 지난 11월 최종적으로 이같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고, 업자는 전라북도에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그러나 2006년 골프장 증설 허가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전라북도가 사업계획 승인 기관으로서 업자의 책임을 추궁하고 익산시에 철저한 관리감독을 요구한 사례는 단 한 한차례도 없었다.

시장과 공무원 엇박자

지난 13일 이뤄진 전라북도 행정심판이 업자의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결론이 나자, 익산시 일각에서는 관계당국의 안일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이한수 시장은 업자에게 공사기간을 연장해 준다 하더라도 자금조달 등 사업수행능력과 시행의지가 부족하다며 연장을 불허했는데, 행정심판에서 패소함에 따라 담당부서 공무원과 시장의 의지 사이에서 엇박자가 나오고 있다.

이 시장은 지난해 수차례에 걸쳐 '신뢰할만한 제 3투자자' 선정 방침을 밝혔는데, 실무부서에는 기존 업자를 배려하는 쪽으로 가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익산시가 사업기간 연장을 불허하더라도 전라북도에 행정심판을 제기해 이를 번복시키는 '시나리오'를 알고서도 사전대비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