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 동안 도,시,군 등 지방자치단체에 민간투자사업 바람이 일고 있다. 

재정 형편이 좋지 않아 착수하지 못한 공공시설을 민간자본을 유치해 확충하면 빠른 시일 내에 주민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취지다.

정부는 민간투자 활성화 및 민간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을 만들었는데, 최근에 와서 이것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민간투자법 도입 배경

정부는 1994년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자본유치촉진법'을 처음 제정했고, 99년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으로 개정한 다음 지난해에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으로 재개정했다.

법 제정 목적은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의 투자를 촉진해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사회기반시설의 확충·운영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것이다.

도로나 교량, 항만, 상하수도시설, 공항 등은 필요한데, 국가 재정이 부족하기 때문에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우선 확충하고, 민간투자자에게는 수익을 보장해줄 필요가 있었던 것.

고속도로와 같이 투자자들이 건설한 후 직접 운영해 수익을 챙기는 수익형방식(BTO)과 도서관처럼 건물이나 시설을 짓고 임대료를 받는 임대형방식(BTL)이 있다.

둘다 민간투자자가 시설 관리운영권을 갖는 것은 공통적이다.

국가부담, 민간으로 떠넘겨

문제는 국가가 세금을 걷어 해야 할 일들을 민간에 떠넘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원래 국가는 돈을 많이 버는 사람으로부터 세금을 많이 걷어 재정을 튼실하게 한 후 공공시설에 투자해야 하는 것이 상식인데, 자유시장경제를 신봉하는 정부가 부자들의 세금을 감면해준 데 따른 예산 부족으로 민간투자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수도권으로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몰려 있기 때문에, 이곳에 예산을 집중 투자하는 바람에 다른 지역과 타 부문에 쓸 돈이 항상 부족하다. 게다가 특정 지역 패권주의 때문에 불가피하게 손해 보는 지역도 있다.

결국은 국민 세금 부담

민간투자사업은 표면적으로 민간투자자가 스스로 수익을 챙기는 사업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투자자들이 투자한 금액을 국민의 세금이나 자치단체의 예산으로 보전해주는 사업이다.

게다가 투자자의 잘못으로 손해를 볼 경우에도 세금으로 충당해주고, 일정한 수익률을 맞춰주기 때문에 국민들은 민간투자자의 손해와 수익률까지를 책임져야 한다. 결국 투자자들은 땅 짚고 헤엄치는 격이다.

따라서 특정 공공시설을 지으면 우선은 편리하게 느껴지지만, 국민들의 삶이 곤궁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자치단체에서 민자사업을 많이 벌이면 그만큼 주민들이 갚아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체산업구조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규모가 선진국들에게 비해 지나치게 크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건설사업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 

여유자본에 돈 불려주기

일각에서는 정부가 민간투자를 법적으로 촉진한 이유가 '여유자본'에 수익을 안겨주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규모가 커지고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면 대기업들은 그동안 제조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을 투자할 곳이 없어지는데, 민간투자법으로 돈을 굴릴 곳을 정부가 마련해줬다는 논리다.

미국에서 파생금융상품 때문에 금융위기를 촉발하기도 했지만, 선진국에서 금융산업이 발전하는 것도 여유자본이 많기 때문이다.

사업비 과다 지출

민간투자사업은 사업비가 필요 이상으로 과다하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

고속도로가 대표적인 경우인데, 보통 경쟁입찰로 공사를 발주하면 최저가 낙찰에 의해 공사 단가가 싸게 책정되지만, 민자사업은 높은 단가를 적용한다.

민간투자자들은 1개의 사업을 벌일 때 보통 여러 회사 및 개인이 모여 '특수목적 회사'를 만드는데, 여기에는 반드시 시공을 맡을 건설회사가 끼여 있다. 따라서 건설회사는 높은 단가가 적용된 공사를 맡아 고수익을 챙기는 것이다. 이용자와 수익율을 지나치게 많이 잡는 폐해도 생겨난다. 실제 이용자는 100명인데, 500명이 이용할 것이라고 부풀린 후 나머지 손해나는 부분은 국가나 자치단체가 책임지라는 것이다.

민간투자자들은 이런 방식으로 2008년 한해에만 3천800억원의 세금을 챙겼다.

이 돈은 전국 16개 시도에 237억씩 나눠줄 수 있고, 익산시 전체 예산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인천공항고속도로, 대구부산고속도로, 천안논산고속도로, 광주제2순환도로, 인천 만월산터널, 서울 우면산 터널, 부산 수정산터널 등이 이 같은 예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