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결하고 평화로움을 상징하는 신묘(辛卯)년이 밝았습니다. '달'은 우리 조상들의 이상향이었고, 토끼는 그 곳에서 방아를 찧었습니다. 우리를 이상향으로 인도할 눈 밝은 토끼가 넌지시 손을 내미는 새해 아침입니다.

몸통은 다 드러났으나 얼굴만 감추고 허둥대던 권부(權府), 그 목불인견의 허물 장두노미(藏頭露尾)를 벗어났으니, 새로 태어난 무결점의 정신이 이 땅의 정치에 깃들어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천안함 격침과 연평도 포격은 잊혀서는 안될 경천동지(驚天動地)의 비극이었으나, 단장(斷腸)의 분노는 토끼 옆에 꺼내 놓고 맑고 서늘한 달 빛을 가슴에 품어 전쟁위기에서 벗어나기를 기대합니다.

신묘년에 열린 동천(東天)은 화평(和平)의 길을 비추고, 태양 같이 광명정대한 치세(治世)로 구석구석까지 풍요로워지기를 소망합니다.

익산지역에서는, 지친 사람과 처음 길을 나서는 이가, 주변의 격려와 도움에 힘입어, 다시 일어서고 앞으로 나아가는, 새 출발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런 결속된 지역공동체의 에너지에 힘입어 행복한 관계망이 지속되기를 희망합니다. 빠르고 지혜로운 토끼의 기운을 받아 힘찬 일상을 구현하며 뜻 깊은 삶을 엮어가기를 염원합니다.

동시에 토끼의 장점이 지닌 '조급성'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새해 아침입니다. 한번에 멀리 가지 못하고 오래 가지 못하는 토끼의 단점을 성찰합니다. 달팽이처럼 매우 느리지만 아주 용감하게 앞으로 나아가 낙오하지 않고 목표지점에 도달하고자 합니다. 토끼의 역설이 더 나은 미래로 이끌 지표가 되는 새날입니다.

타인의 마음을 내 마음으로 헤아리고, 자신에 대한 성실함으로 타인을 배려하여 무너진 지역 공동체를 복원해 나갔으면 합니다. 대립 보다는 용서가 분쟁의 해법이 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자기가 원치 않는 것을 남에게 요구하지 않는 황금율이 법보다 우선하는 세상을 꿈꿉니다. 자기가 서고 싶은 곳에 남을 서게 해주고, 자기가 도달하고 싶은 곳에 남을 도달하게 해주는 위정자의 덕목을 갈망 합니다.

자기 신념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지만, 동시에 유연성을 가진 위정자를 기다립니다. 위정자가 남을 배려하지 않고 타자와 타자의 생각을 용인하지 못하면 발붙일 곳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 갔으면 합니다. 그것을 위해 유권자들의 필터가 날로 조밀해지고 여러겹이 되는 나날을 고대합니다. 남을 강제하여 나에게 맞추도록 하지 않고, 자신을 바로 잡아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소통신문은 신묘년의 기치를 '나눔'과 '협력'으로 정했습니다. 개인의 이익추구가 지역공동체의 이익 달성에 합류하도록 소통하겠습니다. 올바른 소수의 목소리가 같은 뜻을 지닌 다수를 모아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첨예한 논란을 두려워하지 않는 공론의 장이 열리도록 미력을 다해 일조하겠습니다. 부조리 고발을 게을리 할 수 없으나, 밝고 따뜻한 일상을 조명하고 공동체 정신을 회복하는 일에 더 많은 땀을 흘리겠습니다.    

오만과 독선을 경계하여 지속 가능성을 교란하는 독소(毒素)를 배척하겠습니다. 다산(多産)의 토끼 해, 순백의 여백에 풍요와 행복을 채워 나가겠습니다. 

편집국장 공인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