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인시장 상인회장이 재임기간 동안 정부가 제시하는 표준정관 또는 통상의 범위를 벗어나 멋대로 정관을 바꿔 회장의 권한을 강화한 뒤, 총무나 회계도 두지 않고 업무를 독단으로 처리하면서 전횡을 일삼은 것에 대해 상인들이 검찰에 진정, 사직당국이 수사에 나섰다.

창인시장 상인회장 K씨는 2008년 10월 15일 상인회장으로 선임된뒤, 다음 해 2월 정기총회에서 상인회 정관을 기존의 정관 또는 표준규약과는 달리 회장이 절대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바꾸고 이 정관에 따라 2년 동안 상인회를 이끌어 왔다.

K씨는 이 과정에서 창인시장 아케이드 공사, 공동물류창고, 회계부정 등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을 야기했고, 이에 상인들이 회장의 독재와 전횡에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실제로, 상인회장 K씨는 회장으로 선임된지 4개월이 지난 뒤인 2009년 3월 4일 정기총회를 열고 정관을 개정했다. 73명의 회원 중 39명이 참석한 이날 K회장은 정관변경을 통해 자신의 권한을 절대적으로 강화했다.

K씨는 정관 15조에서 "회원의 제명은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행한다"는 기존의 정관을 "회원의 제명 또는 자격정지는 회장 또는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행한다"고 변경했다.

이는 같은 조항에 '자격정지' 항목을 추가하고, 회원의 제명과 자격정지 권한을 회장에게 부여한 것이다. 또한 기존 정관은 임원의 불신임에 대해 총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되어있지만 '총회' 규정을 정관에서 삭제하고 이사회에서도 제명할 수 있도록 장치, 회장이 이사회 장악을 통해 임원의 불신임을 좌지우지할 수 있도록 했다.

회장 K씨는 또, "총회의 개최를 위해는 7일전까지 회의일시와 장소 및 개최 목적을 공표하여야 한다"는 규정에 "회장 또는 이사회가 긴급히 요구할 경우 개최일 이전에만 공표하여도 가능"토록 단서조항을 추가했다.

이는 회장이 원할 경우 회장의 입맛에 맛는 회원들만 총회에 참석하게 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회장 K씨는 이어 "상인회는 정치에 관한 모든 행위(특정정당 지지, 특정인이 당선되도록 하는 행위, 상인회를 정치목적으로 이용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기존 정관의 '정치관여의 금지' 조항을 삭제했다. 이는 K회장이 과거 노사모 출신이면서 정치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사람으로 상인회를 정치적인 목적과 도구로 사용하기 위한 의도적인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이사에 대해서도  K회장은 전횡 규정을 마련했다. 기존 정관은 "이사는 회원의 추천으로 회원 중에서 총회에서 선출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K회장은 "이사는 회원의 추천 또는 회장의 지명으로 회원 중에서 이사회 또는 총회에서 선출한다. 단 이사회가 구성되지 않았을 경우 회장이 선임할 수 있다"는 규정으로 바꿨다.

이는 이사회의 이사들이 회장이 지명한 사람들로만 이루어질 수 있는 규정인 동시에, 총회에서 이사회 구성이 어려울 경우 회장이 선임한 사람들로만 이사회가 이루어지도록 하여 회장의 독단적인 상인회 운영을 보장하는 규정으로 비쳤다.

이밖에도 K회장은 사무국의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이사회에서 정해야 하지만 이사회 외에도 회장이 단독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총회의 의결방법에 대해서도 "이사회에서 요청한 사안은 서면으로 의결할 수 있다"는 규정에 '회장'을 삽입해 이사회 만이 아닌 회장이 긴급히 요청한 사안도 서면으로 의결할 수 있도록 개정했다.

또한 정관의 변경도 "이사회와 총회의 의결"을 거쳐 변경하던 기존의 방법을 "이사회 또는 총회의 의결"로 변경, 총회에까지 상정치 않고 이사회에서만 변경해도 가능토록 했다. 창인시장 상인들에 따르면, 이처럼 K회장은 임기 후 4개월 후부터 2년이 지난 현재까지 자신의 편의대로 정부가 제안한 표준정관이나 조례를 무시하고 마음대로 규정을 변경하는 동시에 재무와 총무를 선임치 아니하고, 회계와 통장관리를 혼자 해오면서 전횡을 휘둘러왔다.

시장 상인들은 지난 15일 창인시장 상인회장의 전횡과 비위에 따른 창인시장 아케이드 공사를 비롯, 주차장 부지마련, 냉동물류창고 관련 등 각종 사업에 의혹을 제기하는 진정서를 검찰을 비롯한 정부 각 사정기관에 접수했다.   

이와 관련 2009년 3월, 창인시장 상인회장 K씨가 이처럼 무모한 정관변경을 할 당시 이를 묵인하고 직무를 유기한 익산시청 담당 공무원 Y씨는 아케이드 공사 등 각종 의혹을 제기한 채 올해 초 돌연 자진 사퇴했다. 공무원과 상인회, 특정 언론사 간 유착 의혹이 더욱 더 증폭되면서 검찰과 경찰의 철저한 수사가 촉구되고 있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