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 공무원 등 인건비 부담

농수산도매시장 위탁에 반대하는 인사들이 시의회 박종대 의장과 면담하고 있다.

익산시가 직접 관리하던 목천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을 제3자에게 위탁키로 방침을 정한 것을 놓고 관련 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최근 익산시는 도매시장 외에도 팔봉화장장 등 8개 시설 및 업무를 민간 또는 제 3자에게 위탁할 방침을 세웠다.

현재 익산시는 도매시장 부지에 관리사무소를 두고 6명의 공무원을 상주시켜 관리하고 있다.

유통 실무 및 운영은 익산원예농협과 이리청과, 이리수산 등 몇몇 법인이 맡고 있는데, 이들 업체는 매년 익산시에 매출액의 0.5%를 수수료로 납부하고 있다.

하지만 익산시가 제3자에게 관리를 맡기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원예농협 및 농협 조합원, 이리청과, 이리수산 등이 반발하고 있는 것.

매년 수백억 원의 매출액이 걸린 문제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려 있기도 하다.

따라서 익산시와 관련 업계 중 어느 쪽이 더 설득력 있는 논리를 제시하느냐가 익산시 방침변화의 관건이다.

익산시는 내년 1월께 도매시장 위탁에 관한 조례를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농업인 대변할 수 있나

돈 문제가 걸려 있기는 하지만 원예농협과 이리청과 등이 제3자 위탁 방침에 반대하는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이들은 익산시가 농수산물유통공사에 관리를 맡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수입농산물 유통량이 증가해 지역에서 농민이 재배한 농산물이 홀대받고 결국 농민소득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농수산물유통사는 국내 농수산물가격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을 때, 즉 농수산물 가격이 많이 올랐을 때 외국 농산물을 수입해 유통할 수 있고, 평소 때는 우리 농산물을 비축해 가격이 많이 오를 경우 물가를 조절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농민들이 생산한 것을 싸게 사서 비축해놓은 다음, 비쌀 때 푸는 방식을 활용할 경우 농민들이 농산물 값을 제대로 받을 수 있겠느냐의 문제다.

또 하나의 문제는 경영 합리화 및 수익경영을 이유로 각종 수수료를 인상해 도매시장에 입주해 있는 법인의 경영을 위협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외상값으로 불리는 악성 채권의 문제도 있다. 유통공사가 경영을 맡게 되면 지금까지 기존 법인들이 경영을 하면서 받지 못한 100억 원에 육박하는 채권은 민사적인 문제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지역자금의 외부 유출도 우려사항이다. 익산시에서 거래된 돈과 수익금이 유통공사 본사로 흘러들어갈 공산이 크다.

이와 관련 도매시장 입주 법인의 한 관계자는 시장은 시장논리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농수산물 유통은 이 분야를 잘 알고 농민들과 유대관계를 맺을 수 있는 법인에서 하는 것이 옳다”며 “이것을 정부 산하기관인 유통공사에 맡기는 것은 시장논리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민의 식탁에 오르는 농산물 유통은 익산시에서 직접 관리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시장 변화 적응 쉬울 것”

기존 업체들의 주장에 대해 익산시는 일면 수긍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수입농산물 범람 우려에 대해 담당 업무를 맡고 있는 익산시청 축산과 관계자는 “유통공사는 정부 출자 공기업이기 때문에 농민들을 외면하면서까지 수입농산물을 무분별하게 들여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위탁을 줄 경우 익산시에서 도매시장을 관리하는 것 보다는 시장 변화에 더 빠르게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문성을 살릴 수 있다는 게 위탁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유통공사가 수익 창출에 역점을 둘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유통공사는 농민을 서포트하는 기관”이라면서 “도매시장에 입주한 법인과 중도매인을 지원해 시장이 더 활성화될 수 있는 매개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익산시의 내심은 도매시장에 공무원을 파견하는 인건비를 줄이려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축산과 관계자는 “시민의 요구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공무원의 확충이 필요하지만 총액인건비제에 묶여 공무원 수를 늘리지 못하기 때문에 인건비 절감 및 공무원의 효율적 활용 차원에서 제3자 위탁 방침을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통공사에 관리를 위탁한 춘천시는 2억여원의 예산을 절감했다는 사례도 제시했다.

“시민 반발 있을 것”

제3자 위탁을 막기 위해 지난 7일 원예농협 조합장과 이리청과, 이리수산 관계자들은 익산시의회 박종대 의장을 만나 반대의 뜻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박 의장은 “시청에서는 민간위탁을 위한 타당성 검토만 끝냈고, 이 안건이 의회에 제출된 적이 없기 때문에 뭐라고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면서 “오늘 방문한 사람들과 익산시의 의견을 좀 더 충분히 듣고 나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익산시에 시민 5천여 명의 반대 서명을 받아 제출한 원예농협 등은 위탁관리가 진행될 경우 도매시장에 입주한 법인이 공동으로 집회를 여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어서 익산시의 정책적 판단에 귀추가 주목된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