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교육의 희망 짓밟은 일”

전라북도의회 교육위원회(위원장 이상현)가 도교육청 혁신학교 운영 예산 16억5천만원을 전액 삭감하자 학부모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 내부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

현재 전라북도교육청의 예산은 도의회 심사 및 의결을 거쳐 확정되는데, 소관 업무를 처리하는 상임위원회는 교육위원회다.

교육위원회는 총 9명의 의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5명은 지난 6.2지방선거 때 선출된 교육의원들이 차지하고 있고, 유기태 교육의원이 익산시와 전주덕진 선거구에서 선출됐다. 익산시 도의원 중에서는 김병옥 의원이 교육위 소속이다.

도교육청은 익산시 성당초등학교를 비롯, 도내 20개 학교를 혁신학교로 지정, 관련 예산 16억5천만원을 편성해 도의회에 올렸는데, 교육위는 지난 3일 심사에서 모조리 삭감했다.

이에 대해 교육위 관계자는 “아직 혁신학교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로드맵이 완성되지 못해 의원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과 시민사회단체는 강력 반발했다.

익산시 성당초등학교 학부모 대표 남모(41)씨는 “농촌 교육이 갈수록 황폐화되는 시점에서 성당초가 혁신학교로 지정돼 아이들이 행복해하고 자율성 있게 교육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는데, 예산이 삭감돼 너무도 아쉽다”고 말했다. 

익산농촌교육연구회는 6일 성명을 내고 “이번 예산 삭감으로 혁신학교를 통해 교육의 혁신을 이루자는 전북교육의 희망도 무산될 위기를 맞았다”고 밝혔다.

연구회는 “이번에 선정된 혁신학교는 대부분 농촌 및 도시에 있는 비인기학교”라면서 “소통과 협력, 배움의 즐거움,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학교를 만들자는 희망을 무참히 짓밟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혁신학교 학부모들도 비상대책위를 구성, 같은날 전라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학교를 준비하면서 지역사회와 학부모, 교사가 함께 모여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는데, 예산을 삭감한 것은 비교육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또 “학부모들은 향후 서명운동, 교육의원 소환운동, 규탄대회를 전개해 도의회의 비교육적 처사에 맞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비상대책위 관계자들은 도의회 김호서 의장을 만나 “혁신학교 수가 줄어들거나 예산이 삭감돼서는 안된다”며 “혁신학교 수가 줄어들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김 의장은 “혁신학교를 20개에서 10개로 줄이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말한 뒤 “현행대로 유지할지는 더 검토해보고 좋은 방향으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교육위원회 심사를 거친 예산안 심사는 현재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과정을 넘어 특위 내 계수조정위원회로 넘어간 상황이며, 오는 13일즈음 예산 복구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