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역건설업체들이 자금난에 허덕이거나 고사되고 있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실정에서 지역 공사를 수주한 대기업들이 지역업체에 하청을 주는 도급율이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해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는 여론이다.

익산시도 예외는 아니어서 공사를 수주한 건설업체들마저 회사운영이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일례로 SK건설과 벽산건설, 금호건설, 성전건설, 명진건설이 컨소시엄을 이뤄 설계와 시공을 맡은 2천666억원 규모의 일반사업단지 조성사업에도 일부 업체의 하도급 금액이 너무 낮게 책정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사비만도 1천622억원 규모인 일반산업단지에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288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됐고, 올해 말까지 380억원이 더 투입될 예정이다.

하지만 원청인 SK컨소시엄이 하도급 업체를 선정할 때 최저입찰제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하도급 금액 비율이 최소 50%~최대 174%까지로 들쑥 날쑥하다.

원청 직원들이 쓸 사무실 공사비는 설계가보다 74%나 늘어난 금액을 책정한 반면, 특정 전기설비공사 하도급 금액은 설계가의 50.43%로 너무 낮은 가격에 하도급 계약을 맺었다. 부실공사를 하지 않으면 공사를 수주하고도 손해 보는 구조다.

똑 같은 공정을 맡았는데도 하도급업체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토공 및 구조물 공사에서 A업체는 설계가의 79.3%에 하도급 계약을 맺은 반면, B업체는 86.1%에 계약을 맺었다. 조경공사에서도 한 업체는 59.5%의 낮은 금액으로 하도급을 받았다.

SK컨소시엄과 하도급을 맺은 13개 하청업체 가운데 전북에 소재한 업체는 4개사인데, 이중 3개 업체는 50% 대, 나머지 1개 업체는 70%대에 맺는 등 대체적으로 낮은 가격에 원청과 계약을 맺었다.

이는 대기업 건설사들이 최저가낙찰제를 적용하면서 낮은 가격을 써내는 업체를 선정하기 때문으로, 부실공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익산뿐만 아니라 전북지역 타 시군에서도 공사를 수주하고도 손해 보는 업체가 많다"며 "건설공사의 흐름이 돈 많은 원청 대기업들만 살아남고 중소형 업체는 죽어나는 추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건설 관계자는 "최저가 입찰제로 업체를 선정하다보니 하도급 금액이 낮을 수 있다"며 "그러나 원청 입장에서는 문화재 발굴, 건설업계의 파업 등의 문제로 공기가 지연돼 발생하는 비용을 떠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익산시청 관계자는 "무조건 낮은 가격을 써낸 업체와 계약을 맺는 대기업도 문제지만 도내 업체의 경우 내부경쟁이 심해 너무 낮은 금액으로 하도급 입찰에 참여하는 경우가 있다"며 "지역 업체들도 이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익산시로부터 공사원가의 94%에 낙찰 받은 SK컨소시엄이 중소업체와 하도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설계가의 50%대에 공사를 떠맡기는 것은 도덕적인 문제와 함께 부실공사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익산시 일각에서는 하도급계약과 관련한 조례를 제정해 최저가낙찰제를 실시하더라도 하도급 비율 하한선을 일정 비율로 제한하는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도내 중견업체 관계자는 "낮은 금액에 시공하겠다는 업체를 배제하기도 어렵고, 대기업에게 도덕적인 행위를 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효과가 떨어질 것"이며 "하도급 비율을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이를 준수하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