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의 ‘자료’ 행방 묘연

공무원의 자살로까지 번진 에스코(절전형 보안등 교체사업) 비리사건에 대해 군산검찰이 3명을 구속하고 5명을 불구속 입건하는 선에서 지난 18일 수사를 종결했다. 하지만 자살한 공무원이 남긴 유서에 적시된 '자료'의 행방과 10억원의 행방을 밝히지 못해 의혹은 해소되지 않았다.

군산검찰은 지난달 4일에는 비리 사건의 핵심 역할을 하면서 1억8천만원을 받은 알선수재혐의(특강법상 뇌물수수)로 N씨(46)를 구속해 기소하고, 8월에도 익산시청 공무원에게 5000만원을 건넨 J토건 대표 J모씨를 뇌물공여 혐의로, 1500만원을 공무원에게 사례비조로 건넨 혐으로 업자 K씨(47)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이어 18일 익산 에스코사업과 관련해 업체로부터 돈을 받아 공무원에게 건넨 H업체 이사 J모(44) 이사와 전기면허가 없던 J토건에게 면허를 빌려준 D전력업체 간부 3명 등 5명을 제3자 뇌물교부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수사를 마무리 했다.

그러나 군산검찰은 지난 4월 29일 감사원으로부터 고발조치를 받은 관계 공무원과 로비스트 등 10여명을 소환조사 했지만 아무런 혐의점도 발견하지 못했다.

문대홍 전주지방검찰청 군산지청장은 지난 19일 "치밀하고 세밀한 수사를 벌였음에도 차명계좌 등으로 돈 세탁이 이루어졌고, 10억원 상당의 돈이 오고갔지만 대부분이 현금으로 이뤄져 수사에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그동안 업체 선정 담당 국장과 과장 등 공무원 10여명을 불러 조사를 벌였지만 숨진 윤 계장 이외에는 업자나 브로커로부터 돈 받은 정황을 포착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군산검찰은 또, 유서를 토대로 공무원의 자살 이유나 내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유서에 나타난 자료의 행방 또한 파악하지 못했다. 검찰은 자살한 공무원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유서에서 밝힌 자료의 행방을 추적했지만 결국 핵심 증거가 될만한 자료의 출처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그동안 문제가 되어온 의혹 역시 밝혀내지 못했다.

이와관련, 문 지청장은 "업자와 공무원과의 유착의혹을 파헤치려고 다각적으로 계좌추적을 벌였지만,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면서 "수사는 이번에 종결하지만, 이번 사건과 관련한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면 추후에라도 수사를 다시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120억원 규모의 에스코 사업은 지난 2월 22일 본보의 보도로 인해 지역사회에 알려지고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해 4월 29일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감사원의 감사를 받던 중 공무원이 자살해 지역사회는 충격에 휩싸였고, 현재 익산시내 1만3천여개의 노후 보안등이 지난 8월말경 교체되어 사업이 종료된 상태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