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익산은 대형 환경현안으로 몸살을 앓았다. 집단 암 발병 공포가 마을을 뒤덮은 함라 장점마을, 비만 오면 불법 매립 폐기물 침출수가 새어나와 피해가 반복된 낭산 폐석산, 고질적인 악취와 미세먼지, 음식물쓰레기처리시설 등 시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환경현안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지역 환경현안은 시민 삶의 질은 물론이고 갈수록 줄고 있는 인구문제를 비롯해 지역 전반에 걸쳐 전 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시민들이 직접 나서 시민들의 힘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지역 내 21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익산환경문제해결 범시민공동대책위원회의 발족 취지도 마찬가지다.

올해 주목되는 부분은 익산시 환경행정이 나름의 의지를 가지고 대대적인 변화를 꾀한다는 점이다. 시민의 목소리에 부응해 함께 힘을 합쳐 환경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각오다.

◇ 시정 최우선 방침 ‘환경문제 해결’

정헌율 시장은 지난 10월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그간 누적된 지역의 환경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시민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시정의 모든 방향을 환경중심으로 개편하겠다”면서 시민 참여 및 익산환경문제해결 범시민공동대책위원회의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했다.

이날 발표된 추진방안의 주요 골자는 환경 조직 및 제도 정비, 환경예산 대폭 증액, 시민 참여기회 확대 등이다.

우선 현재 녹색환경과, 청소자원과 등 2개 과를 3개 과로 확대하고 42명의 환경직 공무원을 2022년까지 62명으로 20명 증원한다. 환경관련 부서를 국 중심부서로 배치하고 정책업무와 인허가, 지도단속, 환경사범을 다루는 과로 각각 분리해 운영한다.

환경관련 예산은 지난해 1,724억원에서 올해 2,196억원으로 472억원(약 30%) 증액하고, 환경문제에 대해 시민들이 해소를 인정할 때까지 매년 10% 이상 늘려 나갈 예정이다.

또 장점마을과 해동환경 등 환경문제 대응을 위한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환경특별사법경찰관을 설치해 다섯 분야로 나눠 단속을 실시할 예정이며 적발되는 환경사범에 대한 사법처리를 강화한다.

지난해 12월 1일 발족한 환경친화도시추진단은 조직개편과 제도정비 등 환경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추진단은 부서별 협업을 통해 친환경사업을 발굴하고 시민참여팀을 중심으로 시민들과의 소통을 강화한다.

특히 환경행정 신뢰 회복을 위해 시민들과 함께하는 정책 추진을 위한 환경정책위원회의 기능을 확대하고 환경오염 불법행위에 대한 상시 감시체계 구축을 위한 민간 환경감시단을 구성·운영한다.

이와 함께 기존 시 홈페이지에 지역의 환경 분야 정보를 시민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별도의 공간도 운영된다. 이를 통해 악취나 미세먼지 등의 환경현안과 추진 중인 환경정책, 지도점검 현황 등을 제공한다.

◇ 현안별 효과적 대응책 및 강력한 의지, 명확한 책임 규명 필요

장점마을의 경우 원인으로 지목된 비료공장과 암 발병과의 역학적 관련성이 인정된 이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주민들의 상처를 보듬고 마을을 정상화하는 작업과 실제 피해구제를 위한 소송 대응, 재발방지를 위한 법·제도 개선 등이 남아 있다.

고령의 노인이 대부분인 마을이 현실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익산시가 행·재정적 지원에 나설 필요성이 있다. 비료공장과 인근의 폐기물 처리는 물론 피해주민 의료지원, 고문변호사 법률지원 등 진정성 있는 자세로 주민과 함께 호흡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업체의 불법과 행정의 직무유기가 빚어낸 참사라는 점에서 명확한 책임 규명이 요구된다.

환경부 역학조사 과정에서 익산시·전북도의 무능과 방기가 드러난 만큼 재발방지와 행정신뢰 회복을 위해 철저한 책임 규명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이다. 특히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징계시효 도과, 퇴직 등으로 흐지부지 되는 상황은 더 큰 행정 불신을 낳는다는 점에서 그 필요성은 더욱 크다.

다량의 폐기물이 불법 매립된 낭산 폐석산의 경우 환경부 주도의 이적처리를 위해 익산시와 전북도가 보다 강력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폐기물 이적처리를 위해 올해 확보된 예산은 환경부 68억원(지방비 매칭 완료시 136억원, 8만톤 상당)이다. 여기에 매칭해 확보돼야 할 지방비 68억원은 익산시 외 배출업체 관할 17개 지자체의 몫인데 아직까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마저도 2018년 4월 환경부와 전북도, 익산시, 주민 등 4자간 체결한 민관협약상 올해까지 30만톤(2018년 5만톤, 2019년 10만톤, 2020년 15만톤) 이적처리가 이뤄져야 함에도 지금까지 실적이 약 3,000톤(전체의 1.9%)에 불과하다는 점에 비춰보면 환경부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불법 매립 폐기물을 떠안고 살면서 애가 타는 주민들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건강과 생존을 지켜내야 하는 익산시와 지역 정치권이 합심해 환경부 입장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고질적인 악취의 경우 악취시민모임의 시청 앞 월요집회가 1년 넘게 매주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행정의 인식 변화가 요구된다.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응해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혜 의혹에 이어 익산시 스스로 검찰수사를 의뢰하는 일까지 벌어진 음식물류쓰레기 민간위탁처리시설 문제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를 비롯한 환경기초시설 문제는 인허가 과정에서의 사전 심의 절차 강화 및 강력한 사후관리 시스템 마련, 환경기초시설에 대한 공영화 전환 등 논의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