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찰자 H사는 부적격 업체에 하도급 ‘등록 취소’ 처분

익산시가 100억규모의 '절전형 보안등 교체 에너지절약 용역사업'(에스코·ESCO)을 추진하는 가운데, 담당공무원이 지난해 8월 정당한 사유없이 긴급입찰을 시행하고 적격심사 과정에서 사전에 내정한 특정업체가 선발되도록 조작, 지방계약법과 지방재정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지난 28일 관련공무원들에 대한 징계와, 불법 업체들의 사업면허 등록 취소 및 입찰참가자격 제한조치 처분지시를 정부 해당부서, 전북도, 익산시 등에 통보했다.
감사원은 익산시 건설교통국 관련부서 공무원 A씨와 과장 B씨가 익산시 관내 150W 나트륨 램프를 절전형인 70W 세라믹메탈할라이드램프로 교체하는 '익산시 절전형 보안등 교체 에너지절약용역사업(ESCO)'(이하 에스코사업)을 담당 또는 총괄하면서, 용역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 과정에서 사전 선정된 업체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아무런 근거가 없는 긴급으로 입찰을 시행하고, 적격심사과정에서 적법한 업체를 고의적으로 배재했으며, 특정업체에게 유리하게 심사기준을 삽입하는 등 부당하게 처리한 혐의를 인정하고 이들 공무원을 징계처리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또, 원청자인 H사가 하도급을 주는 과정에서 면허가 없는 불법업체들을 하도급자로 선정하고 불법으로 면허를 대여하여 무자격자로 하여금 공사를 시행토록 한 점 등을 밝혀내고 이들 업체에 면허를 취소처분 및 입찰참가자격 제한조치토록 익산시 등 관계기관에 통보했다.
공무원 A씨는 에스코사업을 긴급입찰로 공고할 아무런 사유나 근거가 없는데도, H업체 외 다른 업체들이 입찰에 참여하기 어렵도록 긴급입찰 공고방식으로 시행하는 내용의 에스코사업 문서를 기안, 지난해 8월 3일 이를 공고토록해 특정업체가 낙찰받도록 했다. A씨는 감사원의 감사과정에서 "회계과에 입찰공고를 의뢰할 당시 휴가 중이었던 가로등 관리담당 C씨(자살)가 휴가에서 복귀하여 긴급입찰공고 방식으로 하도록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가로등관리담당 C씨와 지방행정사무관 B씨의 검토를 거쳐 휴가중인 국장의 직무대리(도시개발과장)의 결재를 받아 회계과에 공고를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이로 인해 지방계약법 시행령 제35조의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부정한 방법으로 긴급입찰을 진행 한 후 적격심사 과정에서 적법하게 업체를 낙찰자로 결정하면 E사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E사가 초기에 제출한 인증서에 원래 70W인 것을 73W로 오기한 채로 제출되었다는 이유를 빌미로 다른 결격사유가 없는 E사를 떨어뜨렸다. 감사원에 따르면, 그 결과 공무원 A씨는 회계질서를 문란하게 하여 H사를 낙찰자로 결정함으로써 위 업체에 특혜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적법하게 적격심사를 했을 경우 93억여원으로 투찰한 E사와 계약을 체결할 때보다 6억6천만원 상당의 재정 손실을 입히게 되었다.

감사원에 따르면 공무원 B씨의 경우도 담당과장으로서 사업을 총괄하면서 이미 일반적인 입찰공고를 하는 것으로 시장의 방침을 받았으므로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이 용역사업을 긴급입찰로 시행할 이유가 없었지만 문서를 그대로 결재했다. 게다가 담당과장인 B씨는 하급직원인 A씨와 C씨의 말만 믿고는 관련 서류를 확인하지 않아 이 두명이 추진하는 대로 적격심사를 하도록 하였고, 지난해 8월 26일 적격심사위원회 위원장으로 참여하여 인증서를 문제삼아 E사를 떨어뜨리고 H사를 낙찰자로 결정토록 했다. B씨는 또, E사가 당초 제출된 인정서에 문제가 없었다고 이의를 제기하자, 제출된 인정서에 문제가 없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두어 6억6천만원 상당의 재정손실을 입혔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공무원 A씨와 B씨에 대해 지방공무원법 제72조의 규정에 따라 징계처분하라고 조치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또, H업체는 에스코사업 가격입찰 결과 3순위가 되자 익산시 D업체에 3천만원을 제공하면서 익산시 가로등 담당공무원에게 전달하여 사업을 수주할 수 있도록 알선해달라고 했다. 이후 H업체는 사업 낙찰자로 결정된 후 D업체로부터 사업수주 대가로 두개의 업체의 명의를 빌린 J업체에 하도급을 주도록 요구받고 하도급을 주었다. 감사원은 이 업체들은 지방계약법 제31조에 따라 부정당업자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대상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명의를 빌려준 두 회사는 전기공사법 제10조의 규정과 같은법 제28조의 규정에 따라 전기공사업 등록을 취소하라고 익산시에 조치했다.

한편, 에스코사업의 공무원 관련 징계 및 관련업체에 대한 감사원의 처분은 발표되었지만 H사가 전달한 3천만원 중 자살한 공무원이 전달받은 1천5백만원외 나머지 1천5백만원의 행방 및 수억원의 행방과 사전 공모 및 담합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파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