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유발 악덕기업에 단속 대비 기회주는 꼴
어디인지 알면서 자연하천에 뒤집어 씌우기도

익산시는 수개월 동안 악취피해 민원이 폭주하자 지난 27일 '악취 제로화를 위한 발대식'을 가졌다. 하지만 이런 요식행위는 그동안 악취를 발생시켜온 기업들에게 단속을 사전에 공지하여 단속을 피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익산시 관내 부송동. 어양동. 영등동. 팔봉동 일대 시민들은 약 2개월 전부터 악취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몸살을 앓았다. 특정한 시간대에 야음을 타고 급습하여 후각을 파고드는 분뇨성 악취는 두통을 유발할 정도로 심했다. 이에 시민들은 수 개월 동안 극심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익산시는 원인규명 조차 하지 못한 채 속수무책이었다. 이런 가운데 악취는 송학동 모현동을 넘어 현재는 익산시 도심권 전역으로 확산되었고, 악취는 밤의 공포가 되고 있다.

익산시는 4~5개월 동안 공무원 1명을 야간 감시요원으로 배치했지만, 악취의 근본 원인 조차 찾지 못한 채 가을의 코 앞까지 왔다. 몇일 뒤면 선선한 날씨로 악취가 줄어드는 시점에서 '악취 제로화를 위한 발대식'을 갖는다는 사실을 아파트 관리소와 주요 간선도로변 전광판을 통해 열흘 가까이 공개적으로 알리고, 익산기업환경협의회 회원들까지 환경감시 대원으로 참여시키는 등 악취를 유발하는 악덕 기업이 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한 시민은 "수차례 악취를 추적한 결과 특정한 시간대에 악취를 유발하는 장소는 제2공단내 특정 대기업 담장 안쪽이었다"며, "같은 장소를 여러차례 공무원들과 동행했고, 공무원들이 악취의 진원지를 확인했는데도 즉각 폐수를 채집하거나 냄새를 포집하지 않은 채 뜬금없이 악취 제로화 발대식을 연다며 요란을 떨고 있다"고 비난했다.

다른 시민은 "지난 23일부터 악취원인을 포착하기 위해 설치한 현장상황실의 공무원들은, 심야시간대에 악취 흐름을 추적한 결과 왕궁면 일대를 흐르고 있는 익산천이 악취의 진원지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호도하고 있다"며, "이런 것을 보면 실정법으로 처벌할 수 없는 자연하천에 뒤집어 씌워 본질을 흐리려는 것 아니냐"고 날을 세웠다. /오삼규 기자